100대 재벌 총수들은 어디에 살까?

나이 든 총수는 ‘강북’ 젊은 총수는 ‘강남’ 산다


  ‘재벌총수들이 사는 곳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이른바 ‘부자동네’인 강남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통념과 다르게 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강북, 특히 성북동·한남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기업과 민영화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0대 대기업 총수의 거주지를 조사한 결과, 부산에 사는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 서울에 사는 97명 가운데 74명이 강북에 살고 있었으며, 강남은 23명으로 강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베벌리힐스’ 성북동, ‘배산임수’ 한남동
강북에 74% 거주… 나이 젊을수록 강남을 선호


‘입신이 예비된 동네’로 통하는 성북동. 돈 많은 이들이 집중돼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성북동이 한국 부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70년대. 그 이전에는 권력 실세들의 집결지였다. 박정희 정권시절 차지철 전 대통령경호실장, 양택식 전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이곳에 살았다. 성북동에 재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였다. 당시 구자경 LG명예회장,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 이곳으로 이사왔다.

성북동-한국판 베벌리힐스

현재도 적지 않은 재벌 총수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이수영 OCI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 등이다. 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등 현대가 3명도 성북동 이웃사촌이다.

성북동의 다른 이름은 ‘한국의 베벌리힐스’다. 가파른 언덕에 재벌들의 대저택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극장이나 쇼핑몰, 이름난 맛집이나 학교 등이 부족하다. 이점을 미뤄봤을 때 이곳에 ‘둥지’를 트는데 따른 별다른 이점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성북동에 모여 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에 대동풍수지리학회의 고제희 회장은 “성북동은 완사명월형의 명당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사명월이란 ‘밝은 달빛 아래에 비단을 펼쳐 놓은 형세’로 비단은 높은 벼슬아치나 부자만이 입을 수 있는 귀한 옷감으로 부자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터라고 한다.

풍수적으로 돈이 넘치는 곳이라는 얘기다. 실제 재벌 중에 풍수를 따지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가 직원 면접 때 관상가를 대동할 정도로 역술에 관심을 가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대그룹을 일궈낸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줄곧 종로구 효자동에서 살았고 많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비원 옆 계동에 본사를 두고 옮기지 않았다. 이는 “광화문 앞길인 율곡로를 넘으면 안된다”는 한 역술가의 조언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성북동과 쌍벽을 이루는 한남동 역시 마찬가지다. 고 회장은 “한남동은 영구음수형의 길지로 거북은 알을 많이 낳으니, 재복도 크고 또 대대로 부자 소리를 들으면서 살 것”이라며 “여기에 한강물이 한남동을 둥글게 감싸고돈다. 한강물은 금성수(金星水)로 물 중에서 가장 귀하며, 풍수에서 물을 재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남동은 풍수지리에 어두운 일반인이 봐도 한눈에 명당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기 때문이다. ‘한남’이라는 지명 역시 이 같은 지형적 특성에서 왔다. 한강과 남산의 앞 글자를 각각 따온 것. 한남동은 성북동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적인 양대 부촌으로 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특히 유엔빌리지 쪽을 중심으로 하는 한남1동, 하얏트호텔 부근의 한남2동이 재벌들의 거주지다.

한남동엔 13명의 재벌가 총수들이 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등이다.

성북동과 한남동은 오랫동안 부촌 라이벌로 유명하다. 성북동 부촌은 재벌 1세대가 오랫동안 살았으며 한남동은 재벌 2ㆍ3세대들이 자리를 잡았다. 또 성북동은 현대가 재벌이, 한남동은 삼성, LG가 사람들이 각각 둥지를 틀어 비교된다. 강남구는 논현동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동 정몽규 현대산업그룹 회장, 압구정동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 등 23명으로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총수들이 주소지를 두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강북과 강남에 사는 총수의 평균 연령이 각각 65세, 59.7세로, 나이가 젊을수록 강남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반면 벤처사업가, 코스닥 부호 등 자수성가해 신흥 부자 반열에 오른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대 부호 중 상속이 아닌 자수성가로 부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26명으로 대표 부호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한’강+‘남’산=한남동

박 회장과 김 대표는 각각 강남의 압구정동과 삼성동에 거주한다. 이 외에도 자수성가형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방이동,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역삼동,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은 서초동,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도곡동에 거주하는 대표 강남파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부산이 유일한 100대 대기업 총수의 주거지였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 황성호 강남그룹 회장이 부산에 살고 있다.

한편, 이들 100대 대기업 총수의 평균 나이는 63.8세고, 보유한 상장사 주식자산은 평균 3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가 대거 상장되면서 총수들의 평균 주식자산이 작년 같은 시점의 2718억원보다 18.9% 증가했다. 1위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3조1000억원에서 삼성생명 상장 등으로 8조8000억원으로 불었고, 정몽구 회장도 2조9000억원에서 5조원대로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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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