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메이커' 박순석 원정도박 파문

한판에 수천만원…비자금 조성했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골프 재벌'로 꼽히는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엔 불법대출과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실 압수수색과 측근 체포로 검찰은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막노동'으로 쌓아올린 성공 신화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다.

박순석.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 신안그룹 회장인 그는 언론 노출을 꺼리는 편이다. 그렇지만 박순석의 이름은 몰라도 청담동 리베라호텔은 꽤 많은 20∼30대가 알고 있다. 리베라호텔의 지하 나이트클럽인 클럽아이는 2000년대 들어 남녀가 술을 주고받는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았다.

골프장 재벌

리베라호텔의 실소유주는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은 호텔뿐 아니라 골프장도 여럿 갖고 있다. 그래서 언론은 '골프장 재벌'이라고 박 회장을 묘사한다. 또 박 회장은 신안저축은행을 설립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신안그룹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재계에서 부동산과 금융을 동시에 소유한 몇 안 되는 부호로 꼽힌다.

중견기업가인 박 회장은 특이한 '사생활'로 몇 차례 구설에 올랐다. 주로 남녀관계와 관련한 소문이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때문에 일각에선 누군가 박 회장을 음해하기 위해 루머를 퍼뜨린 것으로 추측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 회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세력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호사가들은 박 회장을 '스캔들 메이커'라고 부른다. 튀는 행실 탓도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향 출신(전남 신안)이라는 점이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일부 언론은 이렇게 만들어진 반DJ 정서에 편승해 박 회장을 공격하는 데 열심이다. 그렇다고 박 회장을 마냥 감쌀 수는 없다. 물의를 일으킨 것만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은 박 회장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알렸다. 수십억원을 들고 마카오로 날아간 박 회장은 거액의 도박을 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골프재벌' 불법대출·해외도박 혐의
마카오서 측근과 수억대 카지노 덜미

춘천지검 속초지청(지청장 황병주)은 박 회장이 지난해 5월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사진을 입수했다. 당시 박 회장은 개당 140만원짜리(1만 홍콩달러) 칩을 들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카라 게임에는 보통 수십개의 칩이 쓰인다. 적게 잡아도 수천만원의 판돈을 바카라 게임에 쏟은 셈이다.

이 자리에는 박 회장의 측근인 정모씨가 함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수자원 개발업체인 A사의 김모 회장에게 신안저축은행 대출상품을 알선하고, 수억원대 수수료를 받아 챙겨 검찰의 표적이 됐다. 지난 3월23일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서울 강남구에 있는 신안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인 그린C&F대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린C&F대부는 신안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주)신안이 회사 지분 41.15%를 갖고 있다.

(주)신안은 박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신안그룹의 지주회사다. 아울러 박 회장은 그린C&F대부의 지분 47%를 개인 명의로 보유해 지배력을 넓혔다. (주)신안과 박 회장이 들고 있는 지분의 합은 88.15%로 사실상 1인 지배구조다. 그린C&F대부가 박 회장의 '사금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그린C&F대부와 신안저축은행을 이용해 불법 대출을 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사 김 회장은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48억원을 빌리면서 선이자 명목으로 4억여원을 떼였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씨 등에게 컨설팅 명목으로 5억원을 줬다"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관련 진술을 근거로 금융자료를 확보한 뒤 정씨를 구속했다.


나아가 검찰은 김 회장이 정씨에게 건넨 돈 일부가 박 회장의 도박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외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 B씨에게 박 회장이 돈을 빌렸고, 이 돈을 갚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돈을 썼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원정 도박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마카오와 필리핀의 출입국 기록을 확보해 체류 일자와 도박 액수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박 회장의 원정 도박 규모는 1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2월 마카오 MGM카지노를 방문해 2억2000만원(160만홍콩달러)을 썼고, 같은해 5월 다시 같은 장소에서 10억5000만원(750만달러)을 탕진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B씨에게 빚을 졌다는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복수 언론은 보도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불법 대출로 마련한 도박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를 수소문 중이다.

신안그룹 측은 "불법 대출이 없었다"라는 입장이다. 도박 빚이 있었더라도 박 회장의 자산 규모를 따졌을 때 무리하게 자금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어 해외로 빼돌렸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안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비자금 주장의 근거는 박 회장이 자주 해외로 나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가을과 올 2월에도 마카오로 출국해 바카라 게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의 지인에 따르면 당시 박 회장이 쓴 돈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2015년까지 박 회장의 '베팅액'은 의혹이 제기된 것만 20억원이 넘었다. 실제 게임 액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1년 40억원대 내기 골프를 치고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전력이 있다. 2003년 대법원은 상습도박·도박개장·배임·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법원이 인정한 내기 골프 규모는 10억원대로 줄었다.

박 회장은 즉각 "짜깁기 수사"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그러자 검찰은 같은 해 박 회장을 '이용호 게이트'와 '굿모닝 게이트'로 엮어 내사를 진행했다.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맡았음에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과 오랜 악연을 이었던 박 회장이다.

수시로 출국

박 회장은 이른바 '인사(뒷돈 전달)'를 할 줄 모르는 '짠돌이'로 알려졌다. 회사가 크는 과정에서 여러 혜택을 입었지만 주변에 성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나이 열셋에 상경해 맨손으로 매출 수천억원대의 회사를 일군 박 회장. 그의 사방엔 적들이 가득하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순석 회장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1941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13살에 상경했다. 막노동, 심부름 가리지 않고 일해 돈을 모았다. 1960년 대성철강을 세웠고, 1980년 신안종합건설을 설립해 회사의 기틀을 잡았다. 여러 개발사업 시공사로 참여하며 부를 축적했다.


1996년 이후 금융업으로 발을 넓혔다. 신안주택할부금융, 신안캐피탈 등의 계열사를 거느렸다. 2000년에는 신안저축은행을 조흥은행으로부터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최근 바로투자증권 주식을 사들여 증권업에 진출했다.

또 박 회장은 2000년대부터 골프장을 대거 사들여 국내 2위(홀 기준)의 '골프장 재벌'로 올라섰다. 같은 시기 호텔·리조트를 비롯한 관광산업에 투자해 돈을 불렸다. 2014년 기준으로 신안그룹 계열사는 20개에 이른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