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레이더> A사 세무조사 심상찮은 이유

‘수상한 세풍’ 비자금 파헤친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A사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 세무당국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다르다.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하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형국이다.

 
A사를 덮친 ‘세풍’이 심상찮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A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별일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세무조사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뭔가 걸렸다?
 
실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A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원 40∼50명을 A사 본사 등에 사전 예고 없이 투입해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1국과 조사2국이 담당한다. 조사3국의 경우 기업의 상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 자본거래세 분야를 맡고 있다. ‘국세청 중수부’라고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탈세 등의 무거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일정을 통보한 후 시작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한다. 이번 A사 세무조사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세무조사 중인 기업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A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특별하다’란 점만 확인해 줄 수 있다”며 “특정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세청 중수부’ 조사4국 출격  
정치권 유입된 ‘검은 돈’ 추적
 
재계 한 임원은 “조사4국이 나섰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추징금이 적지 않는 등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형국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A사는 불과 2년 전인 2013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법인세 등 70억원 정도를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정기 세무조사는 5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1년엔 오너일가가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2년에 한번씩 ‘세풍’을 맞은 셈이다. 서울국세청 조사3국은 타계한 A사 선대회장의 지분 상속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수백억원의 상속세를 추징했다. 이때 최대주주가 된 현 오너가 가장 많은 금액을 현금과 현물로 납부했다. 증여세율(상속세율)은 1억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 초과 50%다.
 
A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무조사라니 모르겠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부서 등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와 달리 세무당국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다르다. 일단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인과 얽힌 의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사는 이른바 ‘○○○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검찰은 지난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상법상 특별배임 등 혐의로 모 의원을 구속했다. 의원의 범죄 사실은 모두 10개에 이른다.
 

이중 A사 자회사인 모 저축은행 차명계좌에 보관된 불법 정치자금을 현금화해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A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의원은 A사로부터 받은 퇴직금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A사가 전달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의원은 지난 1월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A사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에 국세청 조사4국이 달려든 유력한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은 의원에게 전달된 돈이 A사 비자금의 일부라고 의심했다. 재무담당 임원이 소환 조사에서 “비자금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걸리면 뼈도 못 추리는데…
어마어마한 세금폭탄 예고
 
검찰은 선대회장 때부터 조직적으로 ‘검은돈’을 조성해 전현직 임직원들의 차명계좌로 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금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입출금한 정황도 포착했다. 당시 검찰은 A사의 수상한 돈 흐름을 추적했지만 더 이상 수사는 확대되지 않았다.
 
재계엔 조사4국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얘기가 있다. 요즘 말로 그만큼 ‘빡세서’다. 추징금도 어마어마하다. 대부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
 
지난해 2월 롯데쇼핑은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를 전후해 포스코는 1800억원, 효성그룹은 4000억원대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조사4국의 조사가 마무리된 LG화학은 1000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했다. 

시한폭탄 작동
 
세무조사는 보통 90∼100일 정도, 길면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이르면 4∼5월, 늦어도 8월까진 A사 세무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사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사4국 덮친 기업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현재 조사 중인 기업은 2∼3곳이다.
 
조사4국은 지난 25일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예고 없이 요원들을 만도에 보내 세무·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만도 세무조사엔 대규모의 조사단이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직원들을 인천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천 본사에 파견해 세무·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세무조사가 2012년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정기 조사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정기 세무조사는 보통 4∼5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이 관례로 받아들여진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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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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