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재수 학원가 신풍속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청춘들

[일요시사 사회팀] 박창민 기자 = ‘재수를 안 해본 이와 인생을 논하지 마라.’ 재수생 사이에서 곧잘 하는 말이다. 수험생에게 ‘재수’는 인생에서 겪는 가장 쓰라린 경험 중 하나다.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재필산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재수는 대입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화가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는 법. 재수생만 알고 있는 그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노량진에 있는 한 대학입시재수학원 강의실. 자습시간이지만 모의고사라도 보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재수생 대부분은 앉아 있기 편한 추리닝을 입었다. 자리에서 졸던 학생들이 나와 강의실 뒤편 스탠딩 테이블에서 서서 공부한다. 게시판에는 ‘재수생들이 지켜야 할 것’ 이라는 제목의 규정문이 걸려있다. 규정문에는 ‘강의실에서 음악을 듣지 않을 것’ ‘절대 잠을 자지 않을 것’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다. 복도에는 생활지도선생들이 돌아다니며 매의 눈으로 학생들을 지켜본다.
 
싹트는 이성교제
 
해마다 2월 전국 재수학원이 개강한다. 학원비는 보통 한 달에 60만∼100만원 선이다. 이외에 교재비나 연간 모의고사비는 별도로 낸다. 재수생 김모(20·여)씨는 “그냥 돈 주고 고등학교 다시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학원은 일명 ‘스파르타 교육’으로 통한다. 아침 7시부터 학원에 들어와야 하는데, 학생 출결카드를 소지해야만 입실할 수 있다. 모든 출결상황은 학부모한테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수업을 하며, 점심시간은 30∼40분이 주어진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오후 수업을 한다. 학원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오후 수업 시간에는 학원생들이 질의 및 응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저녁 식사를 한 뒤 7시부터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야간자율학습이지만 의무다. 주말도 똑같이 학원에 들어와 6시까지 공부한다. 재수생들은 고3들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 재수학원 생활지도선생인 A씨는 “빡빡하게 하루일과를 계획해야. 재수생들이 한눈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는 공부 관리뿐만 아니라 재수생들의 생활 규칙을 정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학원마다 재수생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생활지도선생이 있다. 지각 및 결석생을 단속하며, 지각 시 체벌 후 입실시킨다. 체벌은 정신교육이라고 불리는 훈육이 있으며, 팔굽혀펴기나 앉았다 일어나기, 반성문 쓰기가 있다. 재수기숙학원 경우 사안별로 회초리 1회에서 10대로 체벌을 하기도 한다.무단지각, 조퇴, 결석은 제적 사유가 된다.

“고등학교 4학년 기분”
2∼4월 살벌하게 공부
 
심지어 복장 검사까지도 한다. 남자는 원색 두발 염색(빨강, 탈색) 등 지저분하거나 튀는 복장을 규제한다. 여자는 짙은 화장,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 노출이 심한 패션, 하이힐 등을 제한한다. 아침 조회 때 담임선생한테 휴대폰을 제출해야 하며, 학원 내에서 휴대전화 및 기타 전자기기 사용은 금지다. 
 
A씨는 “2∼4월 초까지 학생들이 살벌하게 공부한다. 벚꽃이 필 때 즈음 놀러 가기 좋은 날이 오면 마음이 뒤숭숭해지면서,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며 “사람이 모인 곳인지라 매번 똑같은 사건사고가 반복된다”고 전했다.
 
흔히 학원은 만남의 장이라고 불린다. 재수학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비록 재수를 시작할 때는 1년 동안 공부만 할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한결같을 수 없는 게 재수생의 마음이다. 노량진에 있는 모 재수학원은 재수생 간의 이성교제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학원생 규칙’에 따르면 “원내 이성교제 적발 시 정학 및 제적처리한다”고 명시했다. 또 원내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적인 대화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 시 벌점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재수학원 상담원 B씨는 “재수생에게 연애는 사치며, 가장 큰 적이다. 특히 많은 학생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재수생은 상대적 박탈감이 있어서 심리적 초라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강한 의지가 있어도, 누가 건드리면 쉽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보내는데 그 혈기왕성한 시기에 어떻게 연애가 없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수생 사이에서 ‘썸’은 차고 넘친다고 한다. 재수생이었던 유모(25·여)씨는 “다들 엄청난 의지와 목표로 오직 공부만 하자는 생각이 있다”며 “재수 초반에는 서로 말도 잘 안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원생끼리 친해지며 나중엔 같이 다니는 그룹이 나뉜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친해진 부류 중에서 '러브라인'이 형성된다. 그쯤 되면 주위 사람들도 다 눈치채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당시 반에서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연애한 이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벚꽃 필 즈음 뒤숭숭
같은 사건·사고 반복
 
이 외에도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학생끼리 서로 싫어하기도 하며, 심지어 싸움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학원가에서 도는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뒷담화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한서삼’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 한성대, 서경대, 삼육대’까지 대학교 인지도 순으로 나열해서 줄인 말이다. 재수생이라면 이 말을 마치 마법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재수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 있다. 적어도 자신이 지원했던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를 원한다. 재수학원 상담사 B씨는 “처음 재수를 시작할 때는 높게 잡는 게 좋다. 그래야 동기가 생긴다. 실제로 재수생들도 기대치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반면 재수학원 상담사 C씨는 “사실 재수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1년간 그렇게 공부를 했어도, 성적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떨어지는 게 재수다”고 말했다.     
 
2012년 재수를 했던 박모(23)씨는 “대부분 재수생이 최소 '중경외시(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를 목표로 한다. 나도 그랬다”고 말하며, “하지만 막상 원서를 쓸 때는 그 기준점이 점점 내려간다. 나중에는 ‘국숭세단(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라도 됐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곳을 가기는커녕 작년 성적으로도 갈 수 있을 수준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수의 성굥률이나 성적 향상 효과는 기대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고등학교 3학년 4850명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3년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재수를 선택한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이 고3 때와 비교해 평균 0.75 등급 올라, 성적 향상 폭이 1등급에도 못 미쳤다. 
 
저녁 술판은 기본
 
입시업체 스카이에듀가 재수생들의 입시 결과를 자체 분석한 자료를 봐도 성공한 재수생은 45%로 절반도 안됐다. 30%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25%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 C씨는 “재수는 정말 본인 실력에 비해 수능 점수가 안나왔을 때 봐야 성과가 있다. 대부분 학생이 재수를 해도 그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재수하는 이유는 상위권에 대한 열망과 본인은 성공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 서울’ 합격자 재수율
 
서울에 있는 이른바 ‘인 서울’ 대학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 이 3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11일 입시기관인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 2014학년도 4년제 대학 189곳의 입학생 36만3655명 가운데 졸업생은 7만39명으로 19.3%였다. 

하지만 서울 소재 대학의 재수생은 2만6520명으로 31.8%나 됐고, 수도권 대학의 경우에도 전체 입학자 13만3506명 가운데 29.1%인 3만8805명이 재수생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7년간의 통계에서도 ‘인 서울’대학의 졸업생 비율은 2010학년도 28.4%, 2011학년도 33.1%, 2012학년도 33.6%, 2013학년도 33.8% 등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했다.

최초 합격자 기준으로 2014년 지원자격별 현황을 발표한 서울대의 경우 전체 입학생 3366명 가운데 재수생이 581명으로 전체에 17.3%이다. 전년도 14.1%보다 증가했다. 중앙대 역시 2015학년도 신입생 3584명 가운데 졸업생이 32.8%인 1176명이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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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