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크로스드레서 카페’ 탐방

여성(?)만 출입하는 ‘금남의 구역’에선 무슨 일이?

지난 9일 오후 8시 “아주 특별한 카페가 있다”는 제보에 방문한 신촌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낮게 깔린 조명 아래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자 손님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카페 문턱에서 내부를 둘러보고 있던 찰나 마담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와 “여기 어떤 곳인지 알고 오셨어요?”라고 물어온다. 굵직한 저음이었다.

크로스드레서=여장 즐기는 이들
여장만 할 뿐 성적취향은 ‘정상’


그녀(?)에 따르면 이곳은 ‘크로스드레서 카페’. 크로스드레서(CD)란 이성의 복장을 착용하는 남성, 즉 여장남자다. 마담에 따르면 이곳이 CD들이 모이는 술집인지 모르고 들어왔다 기겁하고 달아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 카페를 찾는 CD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연령층만큼 직업도 가지각색이다. 대학생, 자영업자, 회사원, 교수, 공무원, 방송국 직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분포돼 있다.

마담의 안내에 따라 분장실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 드레스, 원피스, 스커트, 블라우스, 등 여성용 의상 200여 벌과 가발들이 준비돼 있다. 화장대 위에는 액세서리와 화장품이 빼곡히 놓여있다. 신발장에는 250 사이즈가 넘는 큰 하이힐도 마련돼 있다.대여하기 곤란한 팬티, 브라, 스타킹 등은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실력 쌓이면 외출 감행도

의상실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던 차에 마담이 다가와 “메이크업이나 옷 입는 거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온다. 극구 사양하자 마담은 “풀업하면 예쁠 것 같은데...”라며 아쉬워했다. 풀업이란 여장에 화장까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장만 하는 경우는 ‘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홀로 나오자 10여 개의 테이블 중 여섯 테이블을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긴 파마머리를 꼬며 디지털 카메라 앞에 ‘얼짱각도’로 앉아있는 3명의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말을 붙이자 “어머, 무슨 일이세요”라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인다. 취재임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자 생각과는 다르게 선뜻 인터뷰에 응해왔다.  여장경력 6년째라는 임춘기(31·가명)씨는 ‘여장하는 남성은 예쁜 외모를 갖췄을 것’이라는 통념을 산산이 부숴주는 우락부락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임씨는 “보통 CD들은 어릴 적 호기심에 어머니의 옷을 몰래 입어보거나 화장을 하며 즐거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길 원하며 여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장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이 많을 경우 자연스럽게 여성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돼 CD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씨에 따르면 어느 정도 여장실력에 자신이 붙은 CD들은 과감히 외출을 감행하기도 한다고. 외출시간은 주로 해가 떨어진 이후다. 용기를 내 ‘야행’에 나선 CD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감추거나 평소 친분이 있는 CD들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외출한 CD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들의 눈이다.

여성들은 CD들의 여장을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 그 이유다. 인터뷰 도중 맞은 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앳된 얼굴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남성임을 알아차릴 수 있던 ‘그녀’는 여자들도 울고 갈 만 한 가녀린 체격과 날렵한 각선미의 소유자였다. 특히 다소곳한 몸놀림은 여성을 방불케 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CD들 대부분이 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행동은 물론 목소리까지 여성스럽게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이름은 김진남(22·가명). 여장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됐다는 김 씨는 자신이 여장을 하는 이유에 대해 “여성복이 더 예뻐 보였다. 남성복은 투박하고 색도 단순한데 여성복은 화려하고 예쁜 게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CD는 일반적으로 ‘반대 성의 외모나 복장을 취함으로써 감정적인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반대 성의 복장을 즐길 뿐 자신을 반대 성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렌스젠더와 구분된다.

때문에 CD들은 정상적인 결혼생활은 물론 극히 일반적인 삶을 살아간다. 실제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양춘모(32·가명)씨는 결혼 3년차에 갓 돌이 지난 아이의 아빠다. 양씨뿐만 아니라 이곳을 출입하는 고객의 대부분은 가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녀는 물론 아내에게까지 자신의 ‘독특한 취미생활’을 비밀에 부친다. 아직은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장남자는 ‘변태’혹은 ‘게이’쯤으로 통하기 때문에 여장사실이 드러나는 것은 ‘사회적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밤 같이 보낼 분 구함”

실제로 양씨의 지인은 부인이 저녁 준비를 하는 사이 아내의 옷을 입다가 발각됐다. 자초지종을 들은 부인은 ‘당장 정신병원에 입원하라’며 노발대발이었다. 결국 다시는 여장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부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CD들은 인터넷 사이트 등의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아래 CD들에게 이 카페는 일종의 ‘해방구’인 셈이다.

양씨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거리낌 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CD들은 여장에 따른 걱정거리가 있다. 이에 양씨는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자신을 동성애자로 여기는 남자들이 자꾸 채팅을 걸어온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CD사이트 게시판에는 ‘밤을 같이 보낼 분 구합니다’ 등의 문구를 내걸고 조건만남을 유도하는 게시글이 넘쳐난다고. 이에 그는 “그런 제안을 받을 때나 게시글을 볼 때면 불쾌한 기분이 든다”며 “우리는 동성애자가 아니니 자제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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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