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1> MB정권 ‘그림자 실세’ 대해부

강산은 10년마다 변한다지만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하루하루가 다를 정도다. 끊임없이 권력에 가까워지는 이와 멀어지는 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권력에 부침이 심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권력의 중심이 바뀌지 않는 이상 ‘2인자’로 칭해지는 권력의 실세들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실세라 불리는 이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일정한 테두리 안을 돌고 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집권 중반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변하지 않는 실세’들을 쫓았다.

정권 실세들 카멜레온 전법…권력의 그림자 속 여전한 맹위
이상득·강만수·최시중 영원한 MB측근 ‘안되는 게 어딨어’

여권의 권력구도는 당·정·청의 수레바퀴 아래 움직이고 있다. 세 개 톱니를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구조다. 하지만 정권 초 여권 곳곳에서는 수레바퀴가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불협화음은 대부분 권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친이·친박계의 갈등,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 등 수차례 ‘부서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당·정·청 수레바퀴
실세에 얽히고 설켜

이 같은 잡음은 결국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이 물러나고서야 잠잠해졌다.

정권 초 이 의원은 막후 실세로 통했다.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이라는 호칭은 당의 ‘실질적인 권력’이 그에게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은어’였다. 18대 총선 공천 개입 논란이 일면서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퇴진운동이 이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형님’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의원이 2선으로 후퇴한 것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직후다. 당의 ‘실질적 대표’였던 이 의원이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안고 물러선 것.

이 의원은 “지금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왔지만, 앞으로 당과 정무 그리고 정치여당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을 하겠다”면서 “정치현안에서는 멀찌감치 물러나 있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이보다도 먼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의 낙천이 문제가 됐고, 이 전 의원은 박사모의 낙선운동 대상이 된 18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이 전의원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귀국하고도 한참의 시간을 외롭게 보내야 했다.

이후 당은 ‘권력공백기’를 맞았다. 청와대는 이동관 홍보수석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이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고, 정부에는 정운찬 총리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당에 ‘실세’라 불리는 이는 사라진 것.
당·정·청 전체를 둘러봐도 ‘권력의 2인자’로까지 칭해지는 실세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실세’는 더 이상 없는 걸까.

정가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외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실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최고권력자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실세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처럼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막후로 숨어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좀 더 교묘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추어리즘’을 버리고 ‘프로’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실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데다 정권 초 ‘2인자’ 혹은 ‘실세’라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섰던 이들이 현재에도 ‘실세’라는 것.

특히 지난 대선 MB캠프의 최고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에 참여했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실력’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의원의 경우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이 당·정·청에 포진하고 있다. 청와대에 이상득계로는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꼽힌다.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을 사퇴한 지 7개월 만에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했다.


박 차장은 취임 후 ‘4대강 살리기 사업’ ‘고용 및 사회안전망 대책’으로 시작해 최근엔 ‘교육비리 근절 및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에 임명되는 등 정부 TF팀만 15개를 맡는 등 정부 주요 국정에 참여하고 있어 ‘왕비서관’ 대신 ‘왕차관’이란 별명을 얻었다.

원내대표 경선
‘형님’ 보일락 말락

이 의원이 ‘막후파워’를 발휘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형님의 그림자’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초 당에서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병석·이주영·정의화·황우여 의원과 고흥길·안경률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경선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하나둘 출마 의사를 접었다.

“중립 위치에서 당을 아우르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선 당내 계파화합이 가장 절실하다”며 당 화합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

급기야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던 이병석 의원마저 “아름다운 경선보다 아름다운 양보를 택했다”며 물러났다. 정치권 인사들이 의문을 품은 부분도 이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포항 동지중·동지상고, 고려대 동문인데다 이상득 의원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이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토해양위원장으로 4대강 관련 사업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당내 세종시 6인 중진협의체에도 참여해 원내대표 당선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비켜섰고, 이 때문에 ‘조율이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

특히 이 의원이 출마선언 당시 “집권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견도 중요하지만 당·정·청에서도 여러 관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당·정·청의 조율 가능성’을 불렀다. 단지 청와대의 작품이냐, 형님의 구상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같은 소란을 예감한 것일까. 이상득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리를 비웠다. 김무성 의원의 출마선언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방문길에 오른 것.

이 의원측은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자원외교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해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태동했을 때 이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일찌감치 ‘먼지’가 날리는 것을 피해 바깥나들이를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당 일각에서도 “이 의원의 2선 퇴진 선언은 ‘앞으로 들키지 않고 더 섬세하게 한나라당을 조종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출국 전에 김 의원과 조율을 마쳤을 수도 있지 않냐”며 이 의원의 ‘숨은 행보’를 짚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김 원내대표가 손발을 맞춰야 할 수석 부대표로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을 임명한 것도 ‘형님 조율설’을 부채질 했다.


측근들이 화려하게 부활한 이를 따지자면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만만치 않다. 강만수 위원장은 최근 김중수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가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데 이어, 최중경 필리핀 대사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을 다시 꾸리게 됐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747’ 정책이 실패한 책임으로 지고 물러났던 이들이 ‘화려한 부활’을 꾀하게 된 것이다.

1기 경제팀이었을 당시 경제수석(김중수)-재정부 장관(강만수)-재정부 차관(최중경)이었던 이들이 한은총재-경제특보-경제수석이라는 요직에 올라 다시 뭉치게 된 만큼 ‘화려한 부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특히 최 대사가 경제수석에 임명된 데는 강 위원장의 힘이 컸다. 경제수석이 부활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재정부 관료나 학계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마평에도 오르내리지 않았던 최 대사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정계 안팎에서는 ‘강만수의 힘’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 의원의 친구이자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위원장도 각계가 인정하는 ‘실세’다. 그가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정부의 방송·언론·인터넷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며 지난해에는 미디어법 개정을 총괄하기도 했다.

MB 경제팀 부활
‘멘토’ “난 허세라니까

지난달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치권이 그를 ‘실세’로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는 ‘큰집 조인트’ 발언의 진위를 놓고 최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천정배 의원이 “김재철 MBC 사장의 쪼인트를 깐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나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천 의원이 “실세인데 그것도 모르냐”고 하자 그는 “나도 허세다”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천 의원은 “최 위원장이 정권 실세로서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최 위원장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보고, 최소한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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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