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1> MB정권 ‘그림자 실세’ 대해부

강산은 10년마다 변한다지만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하루하루가 다를 정도다. 끊임없이 권력에 가까워지는 이와 멀어지는 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권력에 부침이 심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권력의 중심이 바뀌지 않는 이상 ‘2인자’로 칭해지는 권력의 실세들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실세라 불리는 이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일정한 테두리 안을 돌고 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집권 중반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변하지 않는 실세’들을 쫓았다.

정권 실세들 카멜레온 전법…권력의 그림자 속 여전한 맹위
이상득·강만수·최시중 영원한 MB측근 ‘안되는 게 어딨어’

여권의 권력구도는 당·정·청의 수레바퀴 아래 움직이고 있다. 세 개 톱니를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구조다. 하지만 정권 초 여권 곳곳에서는 수레바퀴가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불협화음은 대부분 권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친이·친박계의 갈등,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갈등 등 수차례 ‘부서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당·정·청 수레바퀴
실세에 얽히고 설켜

이 같은 잡음은 결국 권력을 움켜쥐고 있던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이 물러나고서야 잠잠해졌다.

정권 초 이 의원은 막후 실세로 통했다.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이라는 호칭은 당의 ‘실질적인 권력’이 그에게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은어’였다. 18대 총선 공천 개입 논란이 일면서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퇴진운동이 이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형님’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의원이 2선으로 후퇴한 것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직후다. 당의 ‘실질적 대표’였던 이 의원이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안고 물러선 것.

이 의원은 “지금까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왔지만, 앞으로 당과 정무 그리고 정치여당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을 하겠다”면서 “정치현안에서는 멀찌감치 물러나 있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이보다도 먼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의 낙천이 문제가 됐고, 이 전 의원은 박사모의 낙선운동 대상이 된 18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이 전의원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귀국하고도 한참의 시간을 외롭게 보내야 했다.

이후 당은 ‘권력공백기’를 맞았다. 청와대는 이동관 홍보수석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이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고, 정부에는 정운찬 총리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당에 ‘실세’라 불리는 이는 사라진 것.
당·정·청 전체를 둘러봐도 ‘권력의 2인자’로까지 칭해지는 실세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실세’는 더 이상 없는 걸까.

정가 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외친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실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최고권력자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실세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처럼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막후로 숨어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좀 더 교묘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추어리즘’을 버리고 ‘프로’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실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데다 정권 초 ‘2인자’ 혹은 ‘실세’라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섰던 이들이 현재에도 ‘실세’라는 것.

특히 지난 대선 MB캠프의 최고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에 참여했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실력’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의원의 경우 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이 당·정·청에 포진하고 있다. 청와대에 이상득계로는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꼽힌다.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을 사퇴한 지 7개월 만에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했다.


박 차장은 취임 후 ‘4대강 살리기 사업’ ‘고용 및 사회안전망 대책’으로 시작해 최근엔 ‘교육비리 근절 및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에 임명되는 등 정부 TF팀만 15개를 맡는 등 정부 주요 국정에 참여하고 있어 ‘왕비서관’ 대신 ‘왕차관’이란 별명을 얻었다.

원내대표 경선
‘형님’ 보일락 말락

이 의원이 ‘막후파워’를 발휘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형님의 그림자’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초 당에서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병석·이주영·정의화·황우여 의원과 고흥길·안경률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경선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하나둘 출마 의사를 접었다.

“중립 위치에서 당을 아우르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선 당내 계파화합이 가장 절실하다”며 당 화합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

급기야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던 이병석 의원마저 “아름다운 경선보다 아름다운 양보를 택했다”며 물러났다. 정치권 인사들이 의문을 품은 부분도 이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의 포항 동지중·동지상고, 고려대 동문인데다 이상득 의원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이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토해양위원장으로 4대강 관련 사업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당내 세종시 6인 중진협의체에도 참여해 원내대표 당선가능성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비켜섰고, 이 때문에 ‘조율이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

특히 이 의원이 출마선언 당시 “집권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견도 중요하지만 당·정·청에서도 여러 관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당·정·청의 조율 가능성’을 불렀다. 단지 청와대의 작품이냐, 형님의 구상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같은 소란을 예감한 것일까. 이상득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리를 비웠다. 김무성 의원의 출마선언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방문길에 오른 것.

이 의원측은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자원외교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해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태동했을 때 이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일찌감치 ‘먼지’가 날리는 것을 피해 바깥나들이를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당 일각에서도 “이 의원의 2선 퇴진 선언은 ‘앞으로 들키지 않고 더 섬세하게 한나라당을 조종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출국 전에 김 의원과 조율을 마쳤을 수도 있지 않냐”며 이 의원의 ‘숨은 행보’를 짚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김 원내대표가 손발을 맞춰야 할 수석 부대표로 ‘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을 임명한 것도 ‘형님 조율설’을 부채질 했다.


측근들이 화려하게 부활한 이를 따지자면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만만치 않다. 강만수 위원장은 최근 김중수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가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데 이어, 최중경 필리핀 대사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을 다시 꾸리게 됐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747’ 정책이 실패한 책임으로 지고 물러났던 이들이 ‘화려한 부활’을 꾀하게 된 것이다.

1기 경제팀이었을 당시 경제수석(김중수)-재정부 장관(강만수)-재정부 차관(최중경)이었던 이들이 한은총재-경제특보-경제수석이라는 요직에 올라 다시 뭉치게 된 만큼 ‘화려한 부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특히 최 대사가 경제수석에 임명된 데는 강 위원장의 힘이 컸다. 경제수석이 부활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재정부 관료나 학계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마평에도 오르내리지 않았던 최 대사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정계 안팎에서는 ‘강만수의 힘’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 의원의 친구이자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위원장도 각계가 인정하는 ‘실세’다. 그가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현 정부의 방송·언론·인터넷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며 지난해에는 미디어법 개정을 총괄하기도 했다.

MB 경제팀 부활
‘멘토’ “난 허세라니까

지난달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치권이 그를 ‘실세’로 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는 ‘큰집 조인트’ 발언의 진위를 놓고 최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이어졌다.


천정배 의원이 “김재철 MBC 사장의 쪼인트를 깐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나도 알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천 의원이 “실세인데 그것도 모르냐”고 하자 그는 “나도 허세다”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천 의원은 “최 위원장이 정권 실세로서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최 위원장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보고, 최소한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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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