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3>‘스폰서 검찰’ 파문으로 본 대기업 단골 ‘접대명소’ 대탐사

노는 물 다른 ‘하이레벨’ 들어가는 ‘구멍’도 다르다



‘스폰서 검찰’파문으로 대한민국 접대 문화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상류층만의 은밀한 접대 장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그들만의 영역’인 탓이다. 베일에 가려진 만큼 강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돈 많고 높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질펀한 술판을 벌일까. 창간 14주년을 맞아 독자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VVIP’들이 자주 드나드는 유흥업소 지도를 완성해봤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대기업 단골 ‘접대 명소’리스트를 참고했고, 주요 대기업 대외업무 담당자들과 화류계 종사자들이 도왔다.

재계 떠도는 ‘접대 X파일’ 입수 …‘술상무’ 공유
룸살롱 등 100여 곳 정보 기록 “영업 지침서 활용

재계에 이른바 ‘접대 X파일’이 떠돌고 있다. 2∼3년 전 화류계 종사자들이 업소 홍보를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일은 평소 접대가 많은 각 대기업의 ‘술상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X파일’엔 룸살롱, 섹시바, 나이트클럽 등 100여 곳에 달하는 각 업소의 상호와 위치, 담당자 연락처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매일같이 ‘오늘은 어디로 갈까’고민하는 접대 담당자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 룸살롱 위주로 작성된 이 리스트에 따르면 대기업 단골 유흥업소는 대한민국의 ‘밤 문화 메카’로 꼽히는 신사역과 강남역, 선릉역 주변을 비롯해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 서초동 등 강남 지역에 대거 몰려있다.

‘밤문화 메카’ 강남
50% 이상 집중 분포

우선 신사역 인근에 있는 R룸, D룸, L룸, B룸이 눈에 띈다. 강남역 근처에서 영업 중인 K룸, J룸, C룸, B룸과 삼성동 G룸, B룸, C룸, F룸도 이른바 ‘룸돌이’(유흥업소 마니아) 사이에선 꽤 유명한 업소들이다. 화류계 1번지로 소문난 ▲논현동 S룸 ▲역삼동 M룸 ▲서초동 B룸 ▲선릉역 C룸 ▲뱅뱅사거리 N룸 ▲봉은사 Y룸 등도 파일에 들어있다.

대기업 대외업무 직원들이 손에 쥐고 있는 명단엔 강북에서 내로라하는 업소들도 포함돼 있다. 북창동 N룸, P룸, B룸, N룸과 장안동 L룸, E룸, G룸, R룸을 필두로 명동 M룸, 무교동 B룸, 신촌 B룸, 종로 S룸, 수유동 B룸 등이다. 또 광희동 Y룸, 길동 K룸, 노량진 B룸, 방이동 B룸, 여의도 A룸, 수유동 B룸 등 서울 시내 곳곳과 인천 B룸, 수원 E룸, 일산 K룸, 부산 C룸, 대구 D룸, 울산 M룸 등 지방 업소도 올라있다.


이들 업소의 공통점은 2000년대 들어 룸살롱 업계의 대세로 굳어진 ‘북창동 스타일’이란 점이다. 소위 ‘2차’는 기본. 한마디로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하드코어식 서비스가 특징이다. 대부분 1인당 또는 시간제로 술값이 계산된다.

모그룹 한 직원은 “술값을 여러달에 걸쳐 분할 결제하는 등 접대비 한도 문제 때문에 단골 술집을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며 “접대 상대자마다 기호가 다른 점을 감안해서라도 여러 업소를 순환식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룸살롱이라고 다 같은 룸살롱이 아니다. 보통 ‘화끈한’대중 유흥업소들은 술값이 저렴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샐러리맨급의 접대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지갑이 두둑하고 나이가 지긋한 점잖은 임원들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얘기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접대는 주로 고위층,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바로 전통적인 개념의 최고급 룸살롱인 ‘텐프로’업소다. 텐프로는 술시중을 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연예인 못지않은 ‘나가요걸’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프리미엄급 룸살롱을 뜻한다.

일정 부분의 신체 접촉만 허용되는 등 노골적인 북창동 스타일에 비해 다소 건전(?)하다. 반면 술값은 일반 룸살롱의 수배에 달한다. 비교적 상식적인 수준의 술자리와 페이가 높다보니 여대생들의 ‘몰래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는 게 유흥업 관계자들의 전언. Y호텔, H호텔, L호텔, R호텔 등 대부분 유명 호텔 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는 이미 언급한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이다.

CEO급 이상은 더 ‘큰 물’을 찾는다. ‘상위 1%’가 주 고객인 이들 업소 역시 강남에 몰려있는데, 청담동 F룸과 압구정동 G룸, 논현동 D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재계 거물들의 ‘아지트’다. 강남보다 강북에 많다. 과거 창업 1세대들이 ‘문지방이 닳도록’들락날락한 요정은 최근 룸살롱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4대 요정은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했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밀담’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요정룸’이다.

강북의 K요정, D요정 등은 정통 요정과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VVIP’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100년 전통의 종로 O요정은 지난해 접대부의 성매매 알선이 경찰에 적발돼 잠시 문을 닫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진짜 텐프로’ 숨어있다
현대판 ‘기생집’ 인기

재벌가 로열패밀리들이 즐겨 찾는 ‘AAA’급 업소들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오너일가의 사생활이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1급 기밀’인 탓이다. ‘오른팔’이나 ‘그림자’가 아닌 이상 공식 외출 외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이들이 없다. 다만 각종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올라 유명해진 유흥업소를 통해 ‘황제’와 ‘황태자’들의 ‘밤 동선’을 그려볼 수 있다.

모그룹 회장의 아들이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여부가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재벌가 2∼3세가 주된 고객층이다.

모그룹 회장의 추태로 뜬 업소도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이 취재에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기사화되지 않았다.

재계 한 호사가는 “평소 주사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모그룹 회장이 재벌가 자제의 폭행 사건 직후 신촌 W룸을 찾아 레이스 초반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육두문자를 쉼 없이 내뱉은 것도 모자라 접대부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둘러 난리가 났었다”며 “수행원들이 사태를 조용히 수습했지만 이 사건이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W룸은 장안의 명소로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청담동 W바는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러 유명해졌다. 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중 엄선한 ‘영계’들만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삼성동 H룸은 룸살롱 마담이 재계 거물들의 은밀한 밤 문화를 폭로한 사건으로, 여의도 E룸은 투자회사 회장과 접대부의 간통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엔 강남의 회원제 ‘룸+클럽’인 O클럽과 Y클럽에서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차원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퇴짜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밤 황제’ 회장님
자리다툼 치열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밤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화류계 한 종사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은 물론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높은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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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