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대본 놓고 방울 잡은 새내기 무속인 정호근

어릴 때부터…“무당은 내 운명”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배우 정호근씨는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무당)의 삶을 시작했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의아한 시선이 대부분. 명품 감초 연기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한 그가 갑자기 왜 무당이 됐는지 말이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초인종을 누르고, 신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배우 정호근이 아닌 무속인 정호근이 취재진에게 던진 첫 마디였다. 취재진은 북악산 골짜기에 있는 신당 대명원을 찾느라 진땀을 뺐다. 약속한 시각은 저녁 6시30분. 헤매는 동안 7시가 됐다. 신당은 일반 단독 주택이 아닌 가정집 빌라였다.  
 
기구한 인생사
 
장난기 어린 중저음 목소리, 진달래 빛깔의 노란색 한복과 책상 위에 놓인 방울이나 부채, 쌀, 엽전 등은 사극 촬영 의상과 소품을 보는 듯했다. 여전히 브라운관에서 본 그의 모습과 일치했다. 또한 예술인 특유의 여유로운 모습에 ‘배우긴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당은 8평 남짓한 방으로 아늑했다. 하지만 방안은 정월이 되기 전에 신께 바칠 재물로 쌀가마가 한가득 쌓여있다. 한쪽에는 동자선녀를 모시는 제사상이 있는데, 초콜릿, 사탕 그리고 인형도 놓여있었다. 어린 동자, 선녀 신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먼저 많이 바쁘냐고 물었다.
 
“아휴, 파김치에요. 6시에 일어나서 신당에 옥수 올리고, 준비하다 보면 근방 8시예요. 그때부터 손님들이 오는데 예약이 거의 꽉 찼어요.”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는 초인종이 울리며 예약 손님이 들어왔다. 신당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홈페이지도 없다. 제대로 홍보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배우 정호근이 신당을 차렸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오고 있다.
 
“무당이라는 게 일종의 카운슬러예요. 그걸 우리는 신의 언어로 ‘공수’라고 불러요. 사실 신의 공수는 아주 간단명료하죠. ‘돼. 안 돼, 앞으로 성공해, 기다려야 해’ 이런 거예요. 근데 그걸 ‘뭐가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너는 그렇지!?’ 이렇게 말하면 그건 그냥 구라죠.”
 
그는 점을 보는 게 심리 상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생의 한이 많은 사람일수록 무속인 일을 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겪어왔던 인생 경험을 접목하면서, 상대방에게 동질감과 공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 종횡무진하다 ‘갑자기 왜?’
초등생부터 기행동…이제야 받아들여
 
사실 정씨만큼 기구한 인생을 산 사람도 없다. 그는 일찍이 큰 아이와 막내 아이를 먼저 보낸 슬픔을 겪어야 했다. 
 
“지금까지 계속 잘되려다가 코가 깨지고, 또 잘되는가 싶으면 어디선가에서 아스발이를 걸어서 자빠졌어요. 근데 그게 다 신가물이었죠. 신내림을 받아야 되는 사람인데, 신은 그런 사람한테는 항상 맛만 보여줘요. 올라가야지 뭐가 될 거 아닙니까.(웃음) 근데 올라가려고만 하면 탁! 아스발이를 거니깐 만날 코만 박는 거예요.”
 
 

그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만큼 캐스팅이 됐던 작품이나 광고 출연에 취소된 경우도 많았다.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니깐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작년 분기 기점으로 나한테 신병이 왔어요. 원래 예민해서 과민성 대장증상이 있긴 한데 일주일만 고생하면 없어졌어요. 근데 이건 3개월간 계속 설사만 하는 거야.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촬영 현장이나 토크쇼 촬영할 때 아파죽겠는데, 웃어야 하고, 그리고 들어왔던 일이 계속 취소가 돼요. 재수 옴 붙은 것처럼요.” 
 
“무속인이 무섭다고요?
목사·스님처럼 봐주세요!”
 
정씨는 당시 좋지 않은 일만 계속 생겨 기도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귓가에 “누가 니 고집을 꺾겠니. 니놈 무당 시켜 찌그러진 집안 다시 일으켜주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또 “2년 안에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넌 죽어”란 말도 들렸다. 이 말을 듣고 무당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느닷없이 헛소리를 했어요.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놀랐겠어. 비 내리고 천둥번개 치면 마당에 나가 춤을 췄어요. 그러다가 잠을 자더라고, 근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면 신이었죠.”
 
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무당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단지 지금까지 그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다 이제야 받아들였다. 물론 무당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무당을 정신병자 취급하는지 모르겠어요. 방울만 흔들면 ‘저 사람 왜 저래?’이런 반응을 해요. 무당은 사제예요. 목사, 스님, 신부처럼 말이에요.”
 
3개월 전 신내림
 
주위의 반응은 그의 선택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주변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주셔서, 일할 맛이 나요. 지난 연말에는 함께 활동했던 동료 배우와 연예인들이 찾아와서 점을 보고 갔을 정도예요.
 
인터뷰 막판 기자는 올 한해 대한민국의 전망을 점쳐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민감한 거 좀 물어보지 마세요. 잘못 말하면 큰일 나요”라고 손사래 쳤다.
 
 

<min1330@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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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