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피순대와 개운한 국물로 꽁꽁 언 몸 녹여요

전국 겨울 별미 특집 ⑤순창시장 순대골목

순창읍 재래시장 골목에는 순댓집이 여러 군데다. 2대째 한다고 ‘2대째순대’, 대를 이어 연달아 해서 ‘연다라전통순대’, 먹어봉깨(보니) 맛있더라 해서 ‘봉깨순대’…. 상호도 투박하니 정감이 넘친다. 터미널 맞은편에 연다라전통순대가 보이고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2대째순대, 봉깨순대 등이 연이어 나온다. 골목 안팎으로 예닐곱 집이 성업 중이다.

인조 껍질, 찹쌀, 당면 NO
돼지 창자, 선지, 야채 YES

순창 순대는 인조 껍질, 찹쌀, 당면을 쓰지 않는다. 여러 번 깨끗이 씻은 돼지 창자에 선지와 콩나물, 마늘, 양파, 당근 등을 넣어 순대를 채운다. 선지를 넣는다 하여 피순대다. 팔팔 끓는 물에 삶은 순대는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순대 껍질은 쫄깃하고 선지는 고소하다. 채소가 적당히 씹는 맛과 선지의 고소함을 더해준다.
순대만 먹어도 좋고, 개운한 국물을 넣고 끓인 순댓국도 좋다. 콩나물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해장국처럼 개운하다. 여러 명이라면 순대에 머리 고기, 채소까지 푸짐하게 올린 순대전골이 어울린다.

전국 각지 손님 위해
다양한 양념 준비

상차림은 투박하다. 깍두기와 갓김치, 배추김치가 한 접시, 부추겉절이가 한 접시, 양파와 풋고추, 나머지는 양념이다. 전국에서 손님이 오다 보니 양념도 초장, 된장, 양념 소금, 새우젓 등 다양하다. 참기름에 후춧가루와 소금으로 무친 부추겉절이가 입에 착 붙는다.
질긴 껍질만 떼고 주면 아이들도 피순대를 잘 먹는다. 피순대는 예부터 선조들이 마을 잔치나 큰 일이 있을 때 돼지를 잡아 해 먹던 요리다. 저지방 저칼로리 음식으로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섬유질이 풍부해 어린이나 여성, 임산부에게 최고 영양식이라고 한다. 

장터의 순댓집은 매일 문을 열지만, 장날이나 주말에 특히 붐빈다. 인근의 광주는 물론 수도권, 부산 등지에서도 찾는다. 순창 장날(끝 자리 1·6일)에는 시장 앞 터미널까지 들어와서 세워주는 군내버스에서 내린 노인들이 길 건너 시장 골목으로 들어선다. 몇 명은 어물전으로, 몇 명은 뻥튀기 쪽으로, 몇 명은 그저 구경 온 듯 시장통을 오간다.
제각각 장보기를 마치고 한군데서 만나니 바로 순댓집이다. 장보고 먹는 순댓국 한 뚝배기가 어르신들 보양식이다. 요즘처럼 꽁꽁 얼어붙는 날씨엔 순댓국으로 장보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뚝배기에 펄펄 끓인 순댓국 한 그릇이면 언 몸이 절로 녹으면서 뱃속까지 따뜻해진다. 값이 저렴해 돈벌이 없는 농한기 시골 어르신이 한 끼 식사하기에도 부담 없다.


어린이·여성·임산부에 최고 영양식
안 사고 못 배기는 구수한 청국장

순창시장은 제법 규모가 큰데도 겨울이라 그런지 장 보러 나온 이는 많지 않다. 설날 같은 대목장이라야 장 분위기가 산다고. 장터에서 그나마 붐비는 곳은 뻥튀기 집이다. 멥쌀, 현미, 가래떡을 튀기기도 하고, 검은콩이나 옥수수도 단골 메뉴다. 요즘 새롭게 등장한 것은 말린 돼지감자. 집에서 잘 말린 돼지감자를 튀겨서 끓여 마시면 보리차보다 구수하단다. 손님이 많지 않아도 구수한 시골 장터 인심은 그대로다. 

순창의 겨울을 제대로 느끼려면 강천산을 걸어야 한다. 겨우내 눈에 쌓여 하얗게 빛나는 강천산은 곳곳에 폭포가 쏟아지고, 계곡 위에 걸린 구름다리까지 볼거리가 많다. 매표소를 지나 현수교(구름다리)에 다녀오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길이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만하다. 폭포수가 떨어지다 빙벽을 이루고, 차가운 계곡 위로 드리운 나뭇가지에서 눈덩이가 툭툭 떨어진다.
아담한 강천사도 잠시 들러보자. 강천산의 명물 현수교를 건너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현수교에 올라서니 눈 덮인 강천산이 그려낸 겨울 산수화가 눈부시다.

장류 체험하고
고추장 받아가세요~

고추장을 만들고 장을 활용한 요리 체험도 해볼 수 있는 순창장류체험관은 아이들 손잡고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보통 3~4가지 체험이 패키지로 진행된다. 먼저 고추장 소스를 발라 피자를 만들고, 체험관 마당으로 나가 금방 튀긴 뻥튀기를 맛본다. 쿵덕쿵덕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고, 준비된 고추장 재료를 잘 섞으면 체험 완료.
체험이 끝나고 고추장 500g 한 통을 가져갈 수 있다. 고추장은 6개월 이상 발효해야 하는데, 집에서는 맛있게 발효하기 힘들다. 체험객이 만든 고추장은 전문 업체에 맡겨 발효하고, 체험객에게는 잘 발효되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추장을 준다.
고추장 체험을 한 뒤에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둘러볼 차례. 가문의 비법대로 장을 빚어온 고추장 명인들이 저마다 손맛을 자랑한다. 한옥 마당에 들어찬 항아리며, 처마에 매단 메주가 보기 좋다. 판매장은 대부분 시식할 수 있게 해두었다. 구수한 청국장에 짭짤한 장아찌, 감칠맛 나는 고추장과 된장 등은 한번 맛보면 사지 않고 못 배긴다.
지금은 고추장 체험을 위해 순창장류체험관을 주로 찾지만, 순창 고추장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곳은 따로 있다. 구림면 회문산 자락에 있는 만일사가 바로 그곳.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를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하고자 1만 일 동안 기도했다는 절이다. 무학대사를 찾아가던 이성계가 순창 어느 농가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해 진상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만일사 대웅전 옆에는 순창 고추장 시원지 전시관이 있다.
만일사가 자리한 회문산은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가 남은 곳이다. 자유와 저항, 투쟁을 외치던 남부군 사령부가 있었으나, 결국 국군의 추격에 쫓겨 지리산과 덕유산으로 흩어졌다가 목숨을 잃었다. 깊은 계곡에 자리한 회문산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에 포근히 안긴 형태다. 회문산 등반을 하기에도, 고즈넉한 겨울 풍광에 취하기에도 좋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오일장 탐방 : 순창시장 순대골목→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강천산→만일사
눈꽃 트레킹 : 강천산→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회문산자연휴양림→순창시장 순대골목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순창시장 순대골목→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강천산→회문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만일사→장군목유원지→훈몽재 유지→전라북도산림박물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순창군 문화관광 http://tour.sunchang.go.kr
· 순창장류체험관 www.janghada.com
· 회문산자연휴양림 www.huyang.go.kr

문의 전화
· 순창군청 문화관광과 063-650-1612
· 순창군 종합관광안내소 063-652-2378
· 순창장류체험관 063-650-5432
·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063-653-0277
· 강천산 군립공원 관리사무소 063-650-1672
· 회문산자연휴양림 063-653-4779
· 만일사 063-653-5283

대중교통 정보
서울-순창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9:30~16:10) 운행, 3시간 30분 소요.
광주-순창 :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5회(05:50~22:20) 운행, 1시간 소요.
* 문의 :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www.usquare.co.kr

자가운전 정보
호남고속도로 전주 IC→27번 국도→순창고교교차로에서 남원·순창 IC 방면 좌회전→관서삼거리 우회전→순창8길→남계로→순창시장 주차장

숙박 정보
· S모텔 : 순창읍 옥천로, 063-653-3960 (굿스테이)
· 영빈장모텔 : 순창읍 순창로, 063-653-6060 (굿스테이)
· 회문산자연휴양림 : 구림면 안심길, 063-653-4779, www.huyang.go.kr

식당 정보
· 2대째순대 : 전통 순대, 순창읍 남계로, 063-653-0456
· 연다라전통순대 : 전통 순대, 순창읍 남계로, 063-653-3432
· 봉깨순대 : 전통 순대, 순창읍 남계로, 063-653-2789
· 강천풍경식당 : 산채비빔밥, 팔덕면 강천산길, 063-652-2620

주변 볼거리
장군목유원지, 훈몽재 유지, 향가리유원지, 전라북도산림박물관, 예향천리 마실길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