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겨울철 별미 특집 ④담양-국수거리

든든히 배 채우고 나서는 대나무마을 겨울여행

 한겨울에 떠나는 담양 여행은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온기를 품은 음식과 계절, 거슬러 올라간 듯 아름다운 풍경, 느릿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한데 버무려져 소박하지만 마음 가득 풍성한 추억을 안겨준다.

담양까지 와서 국수를? “일단 한번 잡숴봐~
진한 멸치 육수에 간장 양념 곁들여 ‘후루룩’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국수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담양 국수거리에는 관방천을 따라 국숫집 12곳이 늘어서 있다. 50년 전부터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국숫집이 어느새 담양의 명물 음식 거리로 자리 잡았다. 담양까지 와서 웬 국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국수 한 그릇 안 먹고 가면 섭섭하다.
담양 국수거리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물국수, 비빔국수, 약달걀이다. 특히 멸치 국수에 간장 양념을 풀어 먹는 물국수는 겨울철 인기 메뉴다. 국수거리 원조라 할 수 있는 ‘진우네집국수’는 질 좋은 멸치를 넣고 센 불과 약한 불에 번갈아가며 국물을 끓이는데, 진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 외에 다른 재료는 사용하지 않아 잡맛이 없다. 삶은 국수사리에 진한 국물을 붓고 직접 만든 간장 양념을 곁들이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겨울 음식이 탄생한다.

물·비빔국수, 약달걀
겨울철 인기 메뉴

국수거리 끄트머리에는 댓잎으로 만든 독특한 국숫집이 있다. ‘미소댓잎국수’는 댓잎물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댓잎 가루를 넣어 직접 뽑는 생면과 아삭한 숙주나물이 잘 어울린다. 20여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국물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대나무 잎에 헛개나무와 오가피, 칡 등 각종 한약재를 넣고 오래 끓인 댓잎약계란도 꼭 맛봐야 할 메뉴다.

새콤하고 매콤한 비빔국수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먹기 좋게 비빈 국수사리에 송송 썬 파가 수북하다. 이곳 국숫집들은 모두 중면을 이용하는데, 소면보다 굵고 가락국수보다 가늘어 쫄깃하면서 잘 끊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김치와 콩나물, 단무지무침 등 서너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기 때문에 국수 한 그릇으로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삶은 달걀은 국수와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곁들임 메뉴다. 멸치 국물에 달걀을 삶아 소금을 찍어 먹지 않아도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국물에 넣어주던 것이 지금은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손님들 사이에선 일명 ‘약계란’으로 통한다. 뜨끈한 국수 한 그릇 훌훌 먹고 나면 한겨울 추위도 잠시 물러난다.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이제 담양의 겨울 속으로 떠나보자.


헛개나무·오가피·칡 넣고 삶아낸 약계란
한옥 민박에서의 하룻밤, 겨울밤의 추억

국수거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담양을 대표하는 죽녹원이 있다. 한겨울 초록빛으로 둘러쳐진 대나무 숲을 걷다 보면 계절을 거슬러 올라간 기분마저 든다. 눈 내리는 날 죽녹원은 더욱 신비롭다.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치면 파릇파릇한 잎사귀 너머 새하얀 눈송이가 보석처럼 흩어져 내린다. 죽녹원에는 운수대통 길, 사색의 길, 선비의 길 등 8가지 테마 길이 있으며, 어느 길을 따라가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죽녹원 안에 자리한 죽향문화체험마을은 면앙정, 식영정 등 담양의 유명한 정자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곳이다. 다도와 한옥 체험 등이 운영되며, 자녀가 있다면 송강정에서 진행되는 박인수 훈장의 서당 체험을 추천한다.
나오는 길에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홍보관에도 들러보자. 대나무에 관심이 많다면 한국대나무박물관과 코스로 묶어도 좋다. 날짜가 맞으면 끝 자리가 2·7일에 열리는 담양 오일장 구경도 빼놓지 말자. 국수거리 끝자락부터 장이 펼쳐지며 채소와 과일, 생선, 젓갈 등 식재료를 비롯해 갖가지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부근에 대담미술관도 있어 전시 관람 후 카페에서 잠시 쉬어 가면 좋다.

2·7일 오일장
빼놓으면 ‘섭섭’

담양에서 보내는 겨울밤은 고즈넉한 한옥이 제격이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타이틀을 단 창평면 삼지내마을에는 돌담을 따라 고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천석꾼, 만석꾼이 살았다는 기와집이 긴 세월에도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골목골목 휘감아 흐르는 도랑이 소곤소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한옥 민박에서 묵는 하룻밤이 겨울날 따스한 추억으로 남는다.
창평슬로시티는 느릿느릿 걸을수록 정겹게 다가온다. 방문자센터나 면사무소에 차를 세우고 마을 구석구석 탐방에 나서보자. 면사무소 앞에 자리한 달팽이가게는 차 한 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창평 쌀엿은 느릿한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창평 쌀엿은 맛이 깨끗하고 부드러우며, 치아에 잘 달라붙지 않아 인기다. 쌀엿을 만들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쌀을 불려 고두밥을 짓고 엿기름을 넣어 삭힌 물을 가마솥에 붓고 밤새 저어가며 끓인다. 삭힌 물이 졸아 말랑말랑해지면 두 사람이 맞잡고 길게 늘여가며 새하얀 엿을 만든다.
강순임슬로푸드에서는 쌀엿 체험을 상시 운영한다. 마을 명인 강순임 선생이 쌀엿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음식 기행 : 죽녹원→담양 국수거리→담양 관방제림→대담미술관→죽순푸드빌리지
· 창평슬로시티 탐방 : 삼지내마을 둘러보기→쌀엿 체험→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죽녹원→담양 국수거리→대담미술관→담양 관방제림→한국대나무박물관→한옥 민박
· 둘째 날 : 창평슬로시티→쌀엿 체험→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담양 문화관광 http://tour.damyang.go.kr
· 죽녹원 http://juknokwon.go.kr
· 죽향문화체험마을 http://bamboo.namdominbak.go.kr
·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www.damyangbamboo2015.kr
· 한국대나무박물관 www.damyang.go.kr/museum
· 창평슬로시티 www.slowcp.com
· 대담미술관 www.daedam.kr

문의 전화
· 담양군청 관광레저과 061-380-3151
· 죽녹원 061-380-2680
· 죽향문화체험마을 010-7633-2690
·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061-380-2536
· 한국대나무박물관 061-380-2902~5
· 창평슬로시티 061-383-3807
· 강순임슬로푸드 061-382-8371
· 대담미술관 061-381-0081

대중교통 정보
용산역-광주역 :
KTX 하루 9~10회(06:20~20:50) 운행, 약 3시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서울-담양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7:10) 운행, 3시간40분 소요.
인천-담양 : 인천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회(08:20) 운행, 4시간20분 소요.
광주-담양 :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0여회(05:50~22:45) 운행, 45분 소요.
* 문의 :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인천종합터미널 032-430-7114, www.ictr.or.kr
           ·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www.usquare.co.kr
           · 담양여객버스터미널 061-381-3233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 TG→반월교차로에서 군산·익산 방면 우측→조촌교차로에서 군산 방면 우회전→대흥교차로에서 순창·정읍 방면 우측→호남로→구이교차로에서 순창 방면 우측→원당교차로에서 우측→순창고교교차로에서 담양 방면 우회전→신남정사거리에서 추월산 방면 우회전→죽녹원로→담양 국수거리

숙박 정보
· 메타펜션 : 담양읍 깊은실길, 061-381-2002, www.metapension.com (굿스테이)
· 한옥에서 : 창평면 돌담길, 061-382-3832, http://hanokeseo.namdominbak.go.kr (명품고택)
· 죽향문화체험마을 : 담양읍 죽향문화로, 010-7633-2690, http://bamboo.namdominbak.go.kr (한옥스테이)
· 하심당 : 창평면 화양길, 061-382-8260, http://blog.naver.com/player0009

식당 정보
· 진우네집국수 : 물국수·비빔국수·약계란, 담양읍 객사3길, 061-381-5344
· 미소댓잎국수 : 댓잎물국수·댓잎약계란, 담양읍 객사3길, 061-381-9789, www.미소댓잎국수.com
· 덕인관 : 떡갈비·죽순추어탕, 담양읍 죽향대로, 061-381-7881
· 박물관앞집 : 대통밥·떡갈비, 담양읍 죽향문화로, 061-381-1990

주변 볼거리
테지움테마파크, 가마골생태공원, 추월산, 담양호, 대나무골테마공원, 면앙정, 송강정, 담양 명옥헌 원림, 식영정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