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천기누설> 전·현직 대통령 을미년 운세

“계속 피하면 큰 코 다친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전현직 대통령이 시끄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전 대통령은 사자방 비리 혐의로, 현 대통령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파문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갑오년이 저물어 가고 을미년 새해를 앞에 두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주풀이의 대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전현직 대통령 앞날을 예측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며 "다사다난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느 소회를 밝혔다.

이어 "돌아보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를 살리고자 국내외적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점이 불확실하고, 민생의 어려움으로 안타깝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회
"다나다난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2014년 갑오년은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며, 후임병 폭행ㆍ사망, 총기 난사, 병영 내 성추행, 방산비리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보통 집권 2년차에 징크스를 겪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논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강행과 선거개입 논란으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바 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은 위임 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다가 지난 22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에 하락세를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12월 셋째주 기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9%.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지지율이 60%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집권 첫 해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년차는 세월호 사건으로 그냥 흘려 보낸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6명에게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7%는 긍정 평가했고 52%는 부정 평가했으며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미흡(21%)'이었다.

[박] 불통 벗고 먼저 다가가야 
"사람 모이지만 인덕 없어"

정의화 국회의장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정 의장은 지난 15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최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과 관련해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하고 난 뒤에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이나 5부 요인(3부 요인·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청와대에 초청해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셔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위치에서 신문지상 보도만 보고 인지한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가 깊다. 검증을 받지 못한 인사만 곁에 두고 엇갈린 이해 관계를 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해 온 탓이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량 미달 인사를 기용했다가 낙마를 거듭하는 등의 인사 참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2년 초 박근혜정부 1기 내각 후보에 올랐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 고위직 관료 후보자가 각종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잇달아 사퇴했다. 올해 내정됐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일방적인 '비정상의 정상화'도 문제가 됐다. 박근혜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과 정당성만 내세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노동자들과의 합의절차는 배제됐다. 자연스레 파업과 투쟁이 이어졌다. 코레일 수서발 KTX 노선 운영 문제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과 투쟁을 벌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불거지자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대규모 파업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합의절차 배제
일방통행 정책

2015년은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 박 대통령의 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을미년 박 대통령은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백운비 원장은 박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간담상조(肝膽相照)'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간담상조는 간과 쓸개를 서로 보여줄 정도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스스로의 마음을 터놓고 국민과 가까이 다가가는 포용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은 사람이 필요하며 가까이 해야 하는 인지재입(仁之在入)의 운으로 주변에 사람은 많이 모이고 잘 따르나 인덕이 적다"며 "개인적으로 아끼는 사람보다는 대중적인 덕망을 가진 사람을 등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5년 운세를 아우르는 단어들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상초유의 국부유출 사건으로 불리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 이거냐, 저거냐 중대결정 기로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갈 것"

검찰은 4대강사업·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과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야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에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던 새누리당도 야당과 합의,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그러나 연말 비선실세 개입 문건 파동이 터지면서 사자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를 쇄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을 유출한 게 친이계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들려온다. 여기에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이 전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발표한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는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곳에서 누수현상이 확인됐고 조사한 75곳의 저수지 가운데 일부에서 침식이 발생한 것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원인과 대책은 빠졌다. 지난해부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이 제기했던 문제점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16개 보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위치 선정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됐는지,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연말 어수선한 정국을 스리슬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백 원장은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은 2015년을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을 결행하는 단판 승부를 벌어야 하는 해로 맞이해야 한다"며 "결단을 확실히 하고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의 마음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전했다.

증인출석 여부?
'모르쇠' 일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은 생일 겸 송년회를 위해 마련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던 중 자원외교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 의향을 묻는 말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추정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라고 답했다. 사실상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것. 또한 이 전 대통령은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할 일, 하는 일인데 나한테 물어보면 되느냐"며 말을 아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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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