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전현직 대통령이 시끄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전 대통령은 사자방 비리 혐의로, 현 대통령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파문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갑오년이 저물어 가고 을미년 새해를 앞에 두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주풀이의 대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전현직 대통령 앞날을 예측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며 "다사다난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느 소회를 밝혔다.
이어 "돌아보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를 살리고자 국내외적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점이 불확실하고, 민생의 어려움으로 안타깝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회
"다나다난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2014년 갑오년은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며, 후임병 폭행ㆍ사망, 총기 난사, 병영 내 성추행, 방산비리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보통 집권 2년차에 징크스를 겪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논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강행과 선거개입 논란으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바 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은 위임 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다가 지난 22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에 하락세를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12월 셋째주 기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9%.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지지율이 60%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집권 첫 해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년차는 세월호 사건으로 그냥 흘려 보낸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6명에게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7%는 긍정 평가했고 52%는 부정 평가했으며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미흡(21%)'이었다.
[박] 불통 벗고 먼저 다가가야
"사람 모이지만 인덕 없어"
정의화 국회의장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정 의장은 지난 15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최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과 관련해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하고 난 뒤에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이나 5부 요인(3부 요인·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청와대에 초청해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셔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위치에서 신문지상 보도만 보고 인지한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가 깊다. 검증을 받지 못한 인사만 곁에 두고 엇갈린 이해 관계를 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해 온 탓이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량 미달 인사를 기용했다가 낙마를 거듭하는 등의 인사 참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2년 초 박근혜정부 1기 내각 후보에 올랐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 고위직 관료 후보자가 각종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잇달아 사퇴했다. 올해 내정됐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일방적인 '비정상의 정상화'도 문제가 됐다. 박근혜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과 정당성만 내세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노동자들과의 합의절차는 배제됐다. 자연스레 파업과 투쟁이 이어졌다. 코레일 수서발 KTX 노선 운영 문제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과 투쟁을 벌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불거지자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대규모 파업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합의절차 배제
일방통행 정책
2015년은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 박 대통령의 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을미년 박 대통령은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백운비 원장은 박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간담상조(肝膽相照)'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간담상조는 간과 쓸개를 서로 보여줄 정도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스스로의 마음을 터놓고 국민과 가까이 다가가는 포용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은 사람이 필요하며 가까이 해야 하는 인지재입(仁之在入)의 운으로 주변에 사람은 많이 모이고 잘 따르나 인덕이 적다"며 "개인적으로 아끼는 사람보다는 대중적인 덕망을 가진 사람을 등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5년 운세를 아우르는 단어들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상초유의 국부유출 사건으로 불리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 이거냐, 저거냐 중대결정 기로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갈 것"
검찰은 4대강사업·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과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야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에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던 새누리당도 야당과 합의,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그러나 연말 비선실세 개입 문건 파동이 터지면서 사자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를 쇄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을 유출한 게 친이계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들려온다. 여기에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이 전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발표한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는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곳에서 누수현상이 확인됐고 조사한 75곳의 저수지 가운데 일부에서 침식이 발생한 것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원인과 대책은 빠졌다. 지난해부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이 제기했던 문제점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16개 보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위치 선정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됐는지,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연말 어수선한 정국을 스리슬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백 원장은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은 2015년을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을 결행하는 단판 승부를 벌어야 하는 해로 맞이해야 한다"며 "결단을 확실히 하고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의 마음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전했다.
증인출석 여부?
'모르쇠' 일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은 생일 겸 송년회를 위해 마련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던 중 자원외교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 의향을 묻는 말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추정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라고 답했다. 사실상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것. 또한 이 전 대통령은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할 일, 하는 일인데 나한테 물어보면 되느냐"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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