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천기누설> 전·현직 대통령 을미년 운세

“계속 피하면 큰 코 다친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전현직 대통령이 시끄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전 대통령은 사자방 비리 혐의로, 현 대통령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문건 유출 파문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갑오년이 저물어 가고 을미년 새해를 앞에 두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주풀이의 대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전현직 대통령 앞날을 예측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며 "다사다난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고 한 해를 마무리하느 소회를 밝혔다.

이어 "돌아보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를 살리고자 국내외적으로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점이 불확실하고, 민생의 어려움으로 안타깝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회
"다나다난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2014년 갑오년은 다사다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며, 후임병 폭행ㆍ사망, 총기 난사, 병영 내 성추행, 방산비리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보통 집권 2년차에 징크스를 겪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논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강행과 선거개입 논란으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바 있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은 위임 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다가 지난 22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결정에 하락세를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12월 셋째주 기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9%.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지지율이 60%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집권 첫 해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년차는 세월호 사건으로 그냥 흘려 보낸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6명에게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7%는 긍정 평가했고 52%는 부정 평가했으며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미흡(21%)'이었다.

[박] 불통 벗고 먼저 다가가야 
"사람 모이지만 인덕 없어"

정의화 국회의장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정 의장은 지난 15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최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과 관련해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하고 난 뒤에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이나 5부 요인(3부 요인·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청와대에 초청해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셔야 한다"며 "국회의장의 위치에서 신문지상 보도만 보고 인지한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가 깊다. 검증을 받지 못한 인사만 곁에 두고 엇갈린 이해 관계를 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해 온 탓이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량 미달 인사를 기용했다가 낙마를 거듭하는 등의 인사 참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2년 초 박근혜정부 1기 내각 후보에 올랐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 고위직 관료 후보자가 각종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잇달아 사퇴했다. 올해 내정됐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터져 나온 각종 의혹에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일방적인 '비정상의 정상화'도 문제가 됐다. 박근혜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과 정당성만 내세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노동자들과의 합의절차는 배제됐다. 자연스레 파업과 투쟁이 이어졌다. 코레일 수서발 KTX 노선 운영 문제를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과 투쟁을 벌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가 불거지자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대규모 파업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합의절차 배제
일방통행 정책

2015년은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 국회의원 선거와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 박 대통령의 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을미년 박 대통령은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백운비 원장은 박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간담상조(肝膽相照)'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간담상조는 간과 쓸개를 서로 보여줄 정도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스스로의 마음을 터놓고 국민과 가까이 다가가는 포용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은 사람이 필요하며 가까이 해야 하는 인지재입(仁之在入)의 운으로 주변에 사람은 많이 모이고 잘 따르나 인덕이 적다"며 "개인적으로 아끼는 사람보다는 대중적인 덕망을 가진 사람을 등용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5년 운세를 아우르는 단어들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상초유의 국부유출 사건으로 불리는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 이거냐, 저거냐 중대결정 기로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갈 것"

검찰은 4대강사업·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과 국방부,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105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야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에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던 새누리당도 야당과 합의,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그러나 연말 비선실세 개입 문건 파동이 터지면서 사자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떨어졌다. 궁지에 몰렸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를 쇄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을 유출한 게 친이계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들려온다. 여기에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이 전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발표한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는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4대강 16개 보 가운데 6곳에서 누수현상이 확인됐고 조사한 75곳의 저수지 가운데 일부에서 침식이 발생한 것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원인과 대책은 빠졌다. 지난해부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이 제기했던 문제점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16개 보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위치 선정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됐는지,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연말 어수선한 정국을 스리슬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백 원장은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백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은 2015년을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을 결행하는 단판 승부를 벌어야 하는 해로 맞이해야 한다"며 "결단을 확실히 하고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의 마음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전했다.

증인출석 여부?
'모르쇠' 일관

지난 19일 이 전 대통령은 생일 겸 송년회를 위해 마련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던 중 자원외교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출석 의향을 묻는 말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추정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라고 답했다. 사실상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것. 또한 이 전 대통령은 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할 일, 하는 일인데 나한테 물어보면 되느냐"며 말을 아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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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