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대담> 여야 수장 맞장인터뷰 ①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즉생 각오로 보수혁신 반드시 이루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2014년 여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사는 단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7·14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오른 이후 잇단 파격 행보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것은 높아진 김 대표의 위상과 인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2014년 한 해를 어떻게 되돌아보고, 또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2014년은 있을 수 없는 한 해다. 과반이 넘는 국회의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수장이 됐고, 유력한 미래권력으로도 자리 잡았다. 여당에 불리한 세월호 참사 정국에 당대표로 취임했음에도 불구하고 7·30재보선 압승 등 지난 5개월간 이룬 성과도 적지 않다.

물론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침없는 발언과 일부 행동으로 구설에 올라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짧은 기간 온탕과 냉탕을 오간 김 대표의 지난 1년에 대한 소회와 신년 구상을 <일요시사>가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7·14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되신 후 2014년 하반기 새누리당을 이끌며 어떤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십니까?
▲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부터 매일 전국의 재보선 현장을 돌았습니다. 다행히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결과(전국 15개 재보선 지역구 가운데 11개서 승리)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12년 만에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통과시키기도 했고요. 무척 당연한 일인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 보수우파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혁신'을 수차례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최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안이 당 의총을 통과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지엽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 지금은 3단계 중 1단계 혁신의 과정입니다. 1단계가 바로 '정치인의 특권 포기'입니다. 정치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는 각오로 2단계 '정당개혁'과제와 3단계 '정치제도개혁'도 계속해서 잘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 1단계 혁신도 논의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2·3단계 혁신은 추진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제가 그 동안 당에서 나왔던 혁신안들을 모두 살펴보니까 '이대로만 되었다면 유토피아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혁신안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상당 부분 구호에만 그쳤지요. 혁신이란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낸다는 뜻인데, 사즉생의 각오로 변화해서 보수혁신을 이뤄내고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공천개혁 위해 스스로 공천권 내려놓을 것"
"복지논쟁…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 필요"


- 공천개혁도 핵심 추진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당 혁신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공천개혁은 제 신념입니다. 당대표로 있는 동안 딱 한 가지를 이룰 수 있다고 하면 저는 '정당민주화'를 꼽겠습니다. 그 정당 민주주의의 요체가 바로 공천권을 소수 권력자들로부터 빼앗아 국민께 돌려드리는 공천개혁입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권불오년도 긴 세상 아닙니까?
 

그런데 서푼어치 권력을 잠시 잡았다고 이것을 쥐고 흔드는 사이에 당은 사당화되고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민의 대표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공천개혁의 핵심입니다. 그것도 당대표인 제가 먼저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겁니다. 반드시 바꿀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 혁신안 중에서도 공천개혁에 대한 의지가 특히 강하신 것 같습니다.
▲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국민들께 욕을 먹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는데, 결국 권력자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다보니 정치인들이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권력만 바라보는 문제가 제일 심각했습니다. 선출직이 되고자 하면 지역에 가서 주민들께 봉사해야지 왜 선거를 앞두고 권력자에게 가서 충성맹세를 합니까? 정치인 한 분 한 분을 보면 모두 훌륭한 분들인데 이 공천권 때문에 개인의 소신과 철학을 드러내지 못하는 폐단이 크다고 봅니다.

- 복지논란과 관련해 "복지수준을 올리려면 돈이 필요한데 증세가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기류가 뚜렷합니다.
▲ 증세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성장을 통한 선택적 복지 기조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어서 복지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복지의 비가역적 특성상 한번 실행하고 나면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늘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세금을 더 내서라도 '고부담 고복지'를 할 것인지 아니면 '저부담 저복지'를 할 것인지를 국민들께 솔직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후손들에게 빚더미를 물려줘서야 되겠습니까? 반드시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해야 합니다.

- 연말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문제입니다. 중간 수사 발표를 보면 문건 자체는 허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어찌 되었건 최종 수사 결과를 보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 헌재의 판결을 존중합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 정치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피땀으로 이뤄낸 대한민국과 그 구성원들이 지켜온 소중한 가치를 폭력으로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집권을 위해서 통진당과 연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낡은 종북세력과 절연하기를 기대합니다.


"정윤회 문건, 고칠 것 있다면 고쳐야"
"새정치연합도 종북세력과 절연해야"

- 최근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관련해 당사자들인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해내지 못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정치인으로서 표만을 생각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 역사적인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우리나라 근대화의 주역인 공무원분들께서 언젠가는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박봉에 고생하고 있는 공무원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크게 열겠습니다.
 

- 얼마 전 최전방 군부대 위문을 다녀오셨습니다.
▲ 추운 날씨에 최전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하고자 강원도 인제에 있는 육군 12사단 을지전망대에 다녀왔습니다. 칼바람이 부는데 다들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제 아들도 육군 현역으로 군 생활을 마쳤는데,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군에서 각종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들이 많았는데 다 잘 극복해서 장병들 모두 건강하게 복무를 마칠 수 있도록 관심을 많이 갖겠습니다.

- 끝으로 2014년을 마무리하며 아쉬웠던 점과 2015년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신다면?
▲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경제도 크게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저 스스로 국민 앞에 겸허히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희망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해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하는 등 개선된 점도 있지만 여야의 견해가 대립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국회 일정을 올 스톱 시키거나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는 구태는 이제 국민들께서 간과하지 않으실 겁니다.

또 집권 3년차에 들어서는 정권이 순항해서 반드시 성공스토리로 남을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서 모든 열정을 다 바치겠습니다. 2015년 을미년이 희망복원의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carpediem@ilyosisa.co.kr>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프로필>

▲ 청와대 민정·사정 비서관
▲ 제48대 내부무 차관
▲ 민주화추진협의회 회장
▲ 한나라당 사무총장
▲ 한나라당 최고위원
▲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 한나라당 원내대표
▲ 제18대 대선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 5선 국회의원(15·16·17·18·19대)
▲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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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