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바리스타 선생님 윤채완

칼춤 추던 ‘꽃순이’ 커피에 빠지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윤채완(42·여)씨는 ‘럭비공’이다. 160cm 남짓한 키에 가녀린 체구를 잠시도 가만히 두는 법이 없다. 해보고 싶은 일은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다. 방귀는 참아도 궁금한 것은 절대 못 참는다. 무슨 일이든 호기심이 생기면 바닥까지 파고드는 집요함과 자신에 대한 엄격함 때문에 마른 몸에 살이 붙을 틈이 없다.


윤채완씨는 재주가 많다. 고등학교 들어서야 입문한 판소리와 가야금으로 세계를 돌아다녔고 꽃꽂이도 잘한다. 남자들도 따기 힘들다는 자동차정비 관련 자격증도 있다.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왕이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응급처치법 강사 자격증도 땄다.
 
예쁘장한 외모 덕분에 한 때는 광고모델로 활동하기도 했고, 작은 언니와 함께 피부와 비만을 관리하는 샵을 운영하면서 돈도 좀 만졌다. 아직도 허리 사이즈가 21인치일 정도로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 비만이 고민인 사람들의 ‘워너비’ 모델로 어필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오지랖 때문에 시작
 
지금은 국내 바리스타 지도교사 자격과 유럽 바리스타 자격을 획득한 후 국내에서 치러지는 바리스타 자격시험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거의 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데 윤씨는 아직도 솔로다. ‘남 일이 다 내 일 같다’는 오지랖 때문에 이 일 저 일 손대다보니 어느 새 사십을 넘겼다고 한다. 바리스타가 된 계기만 해도 그렇다. 탤런트 시험을 치르러 방송국에 가는 친구를 따라 갔다가 정작 친구는 떨어지고 자기만 덜컥 붙었다는 유명 연예인의 케이스와 비슷하다. 
 
“3년 전인가. 제 친구가 종합병원 안에 테이크 아웃 카페 자리를 인수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커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하소연을 하는 겁니다. 제가 그랬죠. 나라도 배워서 도와주겠다고. 그게 제가 바리스타가 된 계기입니다. 좀 오지랖이죠.”
 
친구의 고민 때문에 입문한 바리스타지만 스승 운이 좋았다. <카페 바리스타>와 <카페바리스타 필기문제집>의 저자인 이용남(39)씨로부터 지도를 받은 것이다. 스승은 윤씨보다 세 살쯤 어리지만 실력만큼은 커피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다. 그런 실력파 선생 밑에 수행한 덕분에 바리스타 입문 두 달 만에 2급 자격을 따고, 한 달 뒤 1급 바리스타에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냈다. 2012년 겨울에는 유럽바리스타 자격까지 땄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서 시작한 늦공부지만 그야말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성과를 낸 것이다. 
 
판소리하다 우연한 기회로 접해
친구 카페 돕다 바리스타 길로
 
“제가 좀 팔랑 귀 인가 봐요. 선생님이 잘 한다, 소질 있다고 해주니까 그냥 정말 소질 있는 줄 알고 배웠다니까요.(웃음)”
 
그렇다고 이씨 제자나 다른 도전자들 모두가 윤씨처럼 일사천리로 수준급 바리스타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필기시험에 통과해도 실기시험에서 낙방하는 이가 많다. 마시는 입장에서는 다 그렇고 그런 커피지만 정작 만들어 내는 입장에서 볼 때 커피와 관련된 무수한 지식은 물론 ‘블랜딩’이나 ‘로스팅’ 같은 과정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고급으로 갈수록 난이도가 높다. 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들고, 그 원두를 갈고 빻아서 한 잔의 커피로 담아내기 까지 추출시간이며 온도, 압력은 물론 원두 입자 크기 하나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단지 기술 숙련도 문제가 아니다. 원두 몇 종을 섞어서 맛을 내는 블랜딩과 그 맛을 끌어내는 로스팅 능력이 중요하다. 원두를 혼합할 때 미리 단맛이나 신맛, 씁쓸한 맛 등 마시는 사람의 취향을 염두에 두고 ‘어떤 맛을 내겠다’고 공언한 뒤, 그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상상했던 커피와 일치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의 여부는 평소 얼마나 커피를 붙들고 살았는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이하게도 윤씨의 경우는 커피에 대한 지식 쌓기와 블랜딩, 로스팅의 미묘한 감각을 쌓는 과정보다 만들어 낸 커피를 맛보는 부분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바리스타에 입문하기 전에는 일 년에 커피 다섯 잔도 안마시던 그였지만 자신이 만든 커피의 완성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던히 커피를 마셔야 했던 것.  
 
“어떤 날에는 한 스무 잔도 넘게 마신 것 같아요. 그랬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맥을 못 추겠는 거예요. 병원에 갔더니 카페인 과다중독이라지 뭐예요.(웃음) 우습죠?”
 
평소에는 즐기지 않던 커피를 끼고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한 잔의 새로운 커피를 만드는 과정이 마치 인생의 여정과 같다는 점이다. 같은 품종의 원두라도 무엇을 혼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고, 온도나 압력, 볶는 시간에 따라 수천가지의 다른 맛, 다른 향의 커피가 탄생한다. 인생 또한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나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또 어떠한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사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의 향기를 낸다는 것이다. 
 
“커피 한잔엔 인생이 담겼죠”
 
윤씨가 인생과 커피를 하나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데는 나름 배경이 있다. 전남 구례에서 경찰관이던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2남4녀 중 막내로 자란 윤씨의 별명은 ‘꽃순이’. 초등학생이던 막내 처제에게 100원 짜리 하나 쥐어주며 노래시키던 큰 형부가 즐겨 부른 별명이다.
 
고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서편제 소리를 하던 임영이 선생에게 가야금을 배우다가 우연한 기회에 명창 조상현 선생의 문하에 들면서 제대로 판소리를 배웠다. 스승 복은 어릴 때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대학 입학 후 판소리협회 총무 역할도 하면서 매년 수 십 차례 이상 국내외 행사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다녔다. 가야금 하나들고 세계를 누빈 것이다.
 
그렇게 국내외 행사를 다니다가 관계가 깊어진 곳이 스페인. 스페인에서도 합기도 연맹과의 인연이 깊다. 연맹이 주관한 행사 중간에 가야금과 판소리 공연을 했던 것이 반응이 좋아서 자주 초청을 받았다. 자주 보면 애정도 생긴다든가. 공연 전 합기도 선수들 몸 푸는 것 구경하다가 시작한 합기도가 공인 4단이다. 단을 따면서 스페인 선수들과 합기도 시범단 활동도 했다. 시범단 내 주특기는 쌍단검. 단검 두 개를 휘두르며 찌르고, 베고, 구르며 ‘칼춤’(?)을 추면서 지내 온 시간이 10여 년이다.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던 삶을 정리하고 완전히 귀국한 것이 3년 전. 그리고 그 때 운명처럼 시작한 것이 바리스타다. 커피 원두가 어떤 상상력을 가진 바리스타를 만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듯 윤씨의 살아온 여정 자체가 매번 새롭게 시도되는 인생 블랜딩이고, 로스팅인 셈이다.   
 
윤씨는 향후 자신의 삶이 한 잔의 커피처럼 다른 이에게 따뜻한 온기와 색다른 향기를 전달해주는 날들로 채워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 바리스타로서의 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분야에도 도전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인생 블랜딩’에 새롭게 첨가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이다. 

상상한 맛 구현 
 
“알면 알수록 힘든 게 커피네요. 상상력과 노력에 따라 꽃향기도 나고 사과향도 납니다. 그 남다른 맛과 향을 찾아내기 위해 힘든 과정을 참아내는 게 매력이죠. 인생도 그렇고요.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 힘든 과정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바리스타겠죠.”
 
칼춤 추던 ‘구례 꽃순이’가 삶의 여정을 담아 내놓는 커피 한 잔의 여운이 혀끝에 길게 남았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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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