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위해 목숨 건 김용래 주택관리공단 노조위원장

“국회·정부 무시하는 LH 눈도 꿈쩍 안 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이창근 기자 = 거대 공기업 LH공사의 자회사 죽이기 내막에 대한 <일요시사>의 연속보도 이후 수면 아래 묻혀 있던 주택관리공단의 고난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자회사를 재물 삼아 공기업 개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LH공사의 노림수 역시 사실상 공개된 셈이다. 자본과 조직규모로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속에서 터져 나온 주택공단 김용래 위원장의 일갈에는 2000여 주택공단 직원들의 울분과 소명의식이 담겨 있었다.

"원주에 안회택이란 친구가 있어요. 마흔 한 살인데 작년 겨울에 죽었죠. 새벽까지 보일러고치다가 가스에 질식해서. 대구에서 근무하던 정병흔씨는 입주민이 던진 아령에 맞아서 반신불구가 됐고요. 공기업 중에서 가장 터프한 곳이 바로 주택관리공단입니다."

김용래(53) 위원장의 첫 마디는 현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일주일에 사나흘 당직은 기본이고, 추석이나 설 명절을 쉬어 본 사람도 거의 없는 곳. 시설물 대부분이 90년대 초반부터 건축된 터라 난방부터 청소까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만 되는 일이 지천인 곳이 공공주택 부문이다.

"공단이 효율적"

특히 주택공단이 주로 관리를 맡고 있는 영구임대주택의 임대인은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한 부모 가정, 해외노동자, 탈북자 등과 같이 국가의 보살핌이 절실한 사회취약계층이 대부분. 사회에 대한 울분과 분노, 스스로에 대한 좌절을 안고 살면서도 그래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매년 십여 명은 생활고와 자기비관에 빠져 투신자살을 한다는 것.

"1년 365일 입주민 곁을 떠나지 않고 근무하는 게 우리 주택공단 사람들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의 마지막 안전망이 우리 공단인 셈이죠. 그래서 절대 민영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요."

김 위원장은 LH공사가 시도하고 있는 주택공단 업무의 민영화란 곧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인식하고 있다.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가는 입주민들을 상대로 관리비와 임대료를 독촉하고, 미납이 쌓여 연체하면 곧바로 내보내는 원칙주의와 탁상행정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주거복지와 사회안전망 기능은 결코 수익을 기준으로 다룰 영역이 아니라는 것.
 


"공단 직원들은 입주민과 대면접촉이 많아요. 혼자 사는 노인 양반들 말벗도 해주고, 전등까지 갈아줍니다. 아이들 공부도 도와주고. 임대료 밀리는 세대 나오면 사회 각처를 뛰어다니며 온정의 손길을 연결해줍니다. 그러다 보니 각 세대의 숟가락 개수 까지 다 알아요. 우리가 이들에게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죠. 그것 때문에 이 자리를 못 떠나고 있는 것이죠."

입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있다는 소명의식. 그것이 주공에 함께 입사했던 LH공사 동료들의 월급이 껑충 뛸 때, 찔끔 오르는 주택공단의 일을 20년 넘게 해 올 수 있었던 동력이라는 것이다.

"주택공단 10년 근무한 직원 연봉이 2700만원입니다. 웬만한 중소기업 연봉보다 낮은 수준이죠. 그런데 LH는 우리가 민간위탁업체보다 약간이라도 많은 게 사실 아니냐고 시비입니다. 민간은 주택관리만 하고, 우리는 주택관리와 임대운영 업무를 다하는데 말입니다. 우습죠. 그러면서 자기들 반성은 안 해요. 평균 연봉 7200만원 받는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가 142조원 넘는 부채라니 말 다했죠."

김 위원장은 20년 전 분사 자체가 비극은 아니지만 이후 LH의 처사가 비극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IMF 직후 공기업 혁신 차원에서 실시한 분사가 지금의 귀족 공기업과 천민 공기업으로 나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공단의 처우수준은 전체 공기업 304개 중 밑에서 세 번째 수준. 반면 주공과 토공의 통합으로 출범한 LH공사는 상위 10% 안에 드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분사 당시의 명분은 주공이 건설부분에 주력하고 공단은 임대운영과 관리, 주거복지에 주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자는 주공이 했지만 결정은 정부가 해준 거예요. 정부가 LH공사를 통해 재투자한 것이 주택공단입니다. 그것을 LH공사가 '주택공단은 상법상 주식회사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는 겁니다. 듣는 주택공단 입장에서는 어이없고 미칠 노릇이죠."

주택공단 업무 민영화 시 사회안전망 붕괴
"LH는 임대운영 업무 이관 약속 실천해야"

김 위원장이 어이없음을 반복하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2002년 노사정위원회와 2009년 LH공사 통합위원회에서 합의한 '공공주택 임대운영기능의 주택공단 이관'에 대한 불이행 부분이다.


"LH는 정부보다 상위기관입니다. 국민보다 강하고요. 그러지 않고서야 정부의 권고나 국회의 주문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국감에서도 임대운영업무를 공단으로 이관하라고 여러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까딱도 안 합니다."
 

LH가 임대운영 업무를 이관하지 않으면서 내세운 명분에 대한 이의제기도 있었다. 현재 LH공사는 임대운영 업무를 LH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펴는 중이다.

"LH 주장은 한마디로 억지죠. 부지매입과 건설은 LH가, 임대운영 및 관리는 주택공단에서 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그게 서로의 전문성을 살리는 길이죠. 정 그렇게 일원화가 중요하다면 분사시킨 주택공단을 다시 재통합하던지요. 그게 아니면 정부와 국회의 권고대로 업무를 공단쪽으로 이관해야 맞습니다."

김 위원장은 LH의 업무이관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LH의 협소한 인식'을 들었다.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요구를 주택공단의 업무회수와 민영화 추진 등으로 모면하려는 것은 작은 발상이라는 것이다.

"LH는 진정으로 자신들이 노력해야 할 일을 자각해야 합니다. 주공시절 저지른 반칙을 지금이라도 시정해야죠. 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통일이후 북한주민들에 대한 주거 수요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해 둬야죠. 조직의 안위가 아니라 국민의 안위를 위해 노력한다면 주택공단도 힘을 보탤 겁니다."

표면 위로 부상한 LH공사와의 전쟁에 임하는 각오도 비장했다. 자본과 조직규모의 열세, 주택공단의 지분 전부를 LH공사가 쥐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투쟁"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걸핏하면 수수료 깎고, 낙하산 인사 보내고, 공공기관인 주택공단 임직원을 하청업체 대하듯 하는 처사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겁니다. 이젠 아예 대놓고 공단 업무를 회수하고 민영화시키겠다는데 더 물러날 곳도 없어요. 우리 공단직원들을 다 죽이고 나서야 민영화가 가능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자본금 30조 대 70억, 조직원 1만명 대 2000명. 절대열세의 전쟁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 영화 <명량> 최민식의 결연한 모습이 오버랩 되고 있다.

"우리에겐 아직도 대의명분과 소명의식, 물러서지 않는 투쟁심이 남아 있습니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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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