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⑨만세절벽 자살사건

"극단적 세뇌교육, 아비가 아들을 죽이다"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결국 앞에는 막강한 미군이요, 뒤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라 그야말로 독안에 갇힌 쥐 꼴이 되고 만다. 이곳에서 일본군은 항복하라는 미군의 권유를 무시하고 ‘미군에게 포로가 되느니 차라리 절벽에 떨어져 죽는 것이 낫다’며 수천의 일본군과 민간인들은 차례로 ‘천황 만세, 대일본 제국 만세’를 부르며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끔직한 자살을 택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만세절벽’이 된 것이다.

자살절벽의 실체

비슷한 시기에, 사이판 섬의 또 다른 절벽에서도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들이 항복을 거부하고 가족들까지 데리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일부는 집단으로 떨어져 죽었으며, 일부는 가족 단위로 모인 가운데 수류탄을 터트려 죽었으며, 일부는 연장자 순으로 뒤로 걸어서 떨어져 죽었다. 이곳에서는 떨어지면서 천황 만세나 대일본 제국 만세를 부르며 죽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자살절벽’이라고 부른다.

이 만세절벽과 자살절벽은 오늘날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찾을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찾는 학습현장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어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만세절벽과 자살절벽에 얽힌 사연을 듣고 이해케 함으로써 은연중에 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아키히토 왕 부부가 이곳을 방문하여 그들의 애국적 행동에 경의를 표하기도 하였다.

필자도 그 사연을 자세히 몰랐을 때는 ‘적군에게 항복하여 치욕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절벽에 떨어져 죽자’며, 절벽에서 떨어진 그들의 명예로운 죽음에 경의를 표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명예로운 죽음에 경의를 표하면서, 한편으로 생기는 강한 의구심은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고지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무리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또 사무라이 정신이란 허울 아래 철저히 세뇌시켰다 하더라도, 의식이 있고 사리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노인들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아이들까지 데리고 집단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극단적인 행동은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부모가 앞날이 창창한 어린아이들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인단 말인가? 필자는 그 근원을 일본인들의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일본 군부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순진했던 농촌 출신의 일본 청년들에게, 일장기가 새겨진 칼 한 자루씩을 쥐어 주며 교육시킨 이른바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이 보다 쉽게 먹혀들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소심하고 순진한 이 일본 군인들은 일장기가 새겨진 칼 한 자루를 옆에 차니, 무슨 유명 무사나 된 듯한 착각 속에서 으스대며 지냈을 것이다.

평민이나 천민 출신의 젊은이들에게 일장기가 새겨진 칼을 차게 한다는 것은 신분의 상승을 뜻한다. ‘사농공상’의 신분 제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던 일본 사회에서 칼을 찬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사무라이가 되었다는 기분뿐 아니라 지배계급이 되었다는 착각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리고 기분이 내키면, 그 칼로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특권의식까지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출정에 앞서 전가의 보도를 어루만지듯 일본도를 서로 뽑아 보이며 필승의 부적인양 자랑하였던 것이다.

명예로운 죽음? 일가족 집단자살의 진실
난징 대학살, 사무라이 정신의 민낯


일본인들의 소심한 성격에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는 특권의식과 자부심이 더해져, 일본군을 그토록 잔인하고 악독한 인간들로 만들었던 것 같다.

중국 남경(南京 : 난징)에서는 노인부터 애들까지 무려 3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과 수녀, 비구니 할 것 없이 여자라는 여자는 전부 강간한 후 신체를 베어가면서 죽였다. 무카이 도시아키와 노다 쓰요시라는 두 초급장교는 칼로 누가 먼저 100명을 죽일 수 있는지 겨루면서 무고한 시민을 닥치는 대로 죽였고, 육군 대위 다나카 군기치는 무려 300명의 목을 베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검술 연습을 한다며 갓난아기를 공중에 던져 칼로 베기도 했다.

1946년 중국 남경에서 열린 일본 전범 군사재판 조사에 따르면, 남경에서 일본군에게 학살당했거나 시신이 훼손되어 흔적이 없어진 주검이 19만여구에 이르렀으며, 이곳저곳에서 살해되었다가 남경의 자선단체 도움으로 묻힌 주검도 15만여구에 달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연합군에 밀려 도주하면서 무려 10여만명에 이르는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죽였고, 각 전선마다 수많은 포로들을 목 베기 연습이라는 명목 아래 목을 쳤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잔인하고 악독한 짓들을 저지른 것이다.

소심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듯한 일본 청년들은 전세가 유리할 때는 마치 대단한 무사나 된 듯 악독하고 잔인하게 전쟁에 임했지만,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주위의 동료들이 수십명씩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할 때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진주만 폭격으로 시작된 미국과 일본 간의 태평양전쟁은 미드웨이 해전부터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일본군이 곳곳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지도부는 미군의 일본 본토 공격을 하루라도 늦추고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하여, 진주만 폭격 1년 뒤인 1942년 12월 파푸아뉴기니 섬을 시작으로 본토에 이르는 각 섬에서 결사 항전할 것을 명령하였다.

결사 항전을 명령하는 한편, 전투력 향상을 위하여 여러 가지 정신 교육을 시켰다. 그중에서도 미군을 마치 인육을 먹는 괴물 같은 집단으로 교육시켰다. 덩치가 크고, 피부는 하야며, 눈은 파란 이 괴물 같은 미군에게 잡히면, 포로를 그냥 죽이는 것이 아니고, 남자는 사지를 찢어 죽이고, 여자는 능욕을 한 후 다시 찢어 죽인다고 교육시켰다.

뿐만 아니라 곡식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인과 달리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미군은 포로들의 인육까지 먹는다고 세뇌시켰다. 물론 이러한 교육에는 그럴듯한 자료도 함께 보여 주었을 것이다. 팔 다리가 찢겨져 죽은 듯한 시체, 겁탈당하고 죽은 여자의 나신(裸身) 사진, 그리고 미군들이 붉은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를 칼로 썰어 먹는 장면 등도 보여 주었을 것이다.

인육 먹는 미군?

한마디로 미군을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괴물로 세뇌시킨 것이다. 따라서 잡혀서 처참하게 죽느니 결사 항전하다 죽는 것이 의롭고 깨끗한 죽음이라고 교육시켰다.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당시 일본군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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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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