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①강원 홍천

노랗고 붉은 옷 갈아입은 수타사계곡과 산소길

 홍천은 생각보다 가깝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수타사까지는 102km, 1시간 20분 거리다. 그런 반면 홍천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타사에서 무궁화마을까지 53km인데 1시간이 걸린다. 거리는 절반인데 시간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것이다. 산지가 많아 고개가 많고, 고개를 넘으려니 굽이굽이 길이 험하다. 게다가 홍천은 제주도와 면적이 비슷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넓은 땅 부자라서 동선을 잘 짜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천년 세월 고스란히 안은 수타사의 고귀한 자태
피톤치드 그득한 산소길 청량하고 달콤한 공기

공작산 생태숲을 통과해 수타사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O₂)길은 이름 덕분인지 유난히 공기가 청량하고 그 향이 달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수타사를 중심으로 공작산 생태숲과 수타사계곡은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나무는 하나 둘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벌개미취, 감국이 길 위에 향기를 더한다.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숲의 나무와 풀, 들꽃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유익하다.
가축 여물통을 닮아 이름 붙은 귕소,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 발 디딜 때마다 흔들려 간을 서늘하게 만드는 귕소출렁다리,
여럿이 앉아도 자리가 남는 계곡의 넓은 암반 등이 걷는 길에 재미를 더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이 일제강점기 전국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는 서면의 무궁화마을, 홍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인 밤벌유원지, 고소한 한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늘푸름한우 등으로 홍천의 멋과 맛에 한껏 빠져든다.

수타사 계곡의
깊어가는 가을

홍천의 가을은 어디든지 좋다. 드넓은 홍천 땅의 84%가 산지다 보니 가을이면 붉디붉은 단풍으로 천지가 물든다. 그중에서 수타사계곡의 단풍은 단연 최고다. 붉은 단풍이 물과 어우러진 풍광이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잘 보존된 공작산 생태숲과 천년고찰 수타사까지 더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왕릉이 조성되면서 왕실의 숲으로 지정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던 광릉숲과 비슷하게 공작산은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실이라 조선시대부터 보호를 받았다.

수타사 주차장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숲 해설 신청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나온다. 공작산 생태숲과 산소길의 나무와 꽃, 풀 등을 해설해 준다. 숲 해설사가 아니었다면 그저 이름 모를 풀과 꽃에 불과했을 텐데 각각 이름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우리와 동거해 왔다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것은 풀인 줄 알았더니 약초인 것도 있다.
출발은 부도밭 앞 솔숲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자세히 보면 밑동에 상처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긁어낸 상처를 안고 구불구불 자란 노송들이다. 계곡물을 건너 수변길에 들어서니 물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운치 있다. 잎을 따서 맛보니 쓰디쓴 소태나무, 옛날 도로변에 거리 측량을 위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십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도 보인다.
수타사 입구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했다고 하니 어느덧 역사가 1300년을 훌쩍 넘어섰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월인석보(보물 745호)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거느리고 있다. 가람이 평지에 자리한 것도 특이하다. 수타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오면 절 앞에 펼쳐진 연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지 가운데를 뚫고 이어진 길이 공작산 생태숲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가을 숲은 소리가 아름답다. 숲을 쓰다듬는 바람 소리, 기분 좋은 새 소리, 툭툭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서로 장단을 맞춘다.
수타사를 한축에 두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의 공작산 생태숲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계류, 생태관찰로, 숲속교실 등의 이름으로 나뉘었지만 걷다보면 굳이 그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숲이다. 미리 신청하면 숲 해설이나 숲 유치원 등 숲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산소(O₂)길은 수타사 일대와 약수봉, 수타사계곡 등지에 뻗은 등산로 중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해 조성한 것이다. 우거진 숲을 거닐며 몸에 좋은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켤 수 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는 침엽수에서, 또 계곡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숲길이라면 어디든 당연히 공기가 좋겠지만, 수타사 산소길은 공기가 맑다 못해 달콤하게 느껴진다.
생태숲을 지나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계곡 쪽으로 낭떠러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소길은 계속해서 계곡 상류로 이어지지만 출렁다리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수타사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는 귕소라는 곳이다. 소나 말이 여물을 먹는 통을 이곳 말로 '귕'이라 하는데 바위가 움푹 파인 모양이 귕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계곡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나오는데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다. 수타사계곡은 이렇듯 곳곳에 크고 작은 소가 있고 잠시 앉아 쉬기 좋은 넓은 바위가 많다. 계곡 상류 쪽으로 계속 가면 신봉마을과 노천리가 나온다. 산소길은 노천리까지 이어지는데, 무리하지 말고 체력에 따라 걸으면 된다. 주차장에서 생태숲-출렁다리-귕소-용담-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는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하늘을 찌르는 잣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든다는 마가목,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은사시나무 등 숲이 전해주는 나무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그루 한 그루에 눈길을 주게 된다. 나물이나 순을 뜯어가는 얌체족들도 가끔 있는데 모르고 건드렸다가는 독초를 뜯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약의 원료가 되었을 만큼 독성이 강한 천남성은 열매가 붉게 익어 인삼 열매와 흡사해 조심해야 한다.

겨레의 꽃
무궁화 고장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이다. 홍천 군화는 진달래지만 마스코트와 심벌마크의 주인공은 무궁화다.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한서 남궁억 선생이 1918년 낙향한 곳이 홍천군 서면 모곡리, 지금의 무궁화마을이다. 마을에 학교와 교회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겨레의 꽃 무궁화를 온 나라에 퍼뜨리기 위해 애썼다.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9년에 사망했는데 선생이 말년을 지낸 마을에 한서기념관을 세우고, 또 선생의 뜻을 따라 무궁화를 심고 가꾸어 무궁화마을이 되었다. 무궁화마을에서는 계절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사계절 가능한 무궁화 우산 만들기, 지끈공예, 짚풀공예 등이 인기 있다. 봄에 돋은 여린 잎을 아홉 번 덖어 만든 무궁화잎차는 산뜻하면서도 약간의 단맛까지 감돌아 맛과 향이 일품이다. 무궁화 티 파티, 무궁화 화전 만들기, 관람차 타고 마을 여행하기, 배바위 앞에서 카누 타기, 다듬이 소리 공연, 농사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무궁화마을 체험장에서 걸어서 3분 정도면 홍천강변으로 나갈 수 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백사장이 길게 뻗은 밤벌유원지가 이곳이다. 캠핑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홍천강에서 카약, 카누, 래프팅, 낚시 등을 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진 강둑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홍천 별미도 다양하다. 알코올 발효 사료를 먹여 키운 늘푸름한우는 홍천 특산물 중 으뜸이다. 10월에는 한우축제도 열린다. 쫀득한 찰옥수수는 주전부리로 최고요, 양지말 화로구이 역시 홍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생태 탐방 코스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명소 탐방 코스 : 수타사&수타사계곡→산소길→한서기념관→무궁화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용소계곡→가리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노일강변→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2박3일 여행 코스
· 홍천문화관광포털  www.great.go.kr
· 수타사  www.sutasa.org
· 공작산 생태숲  www.ecogongjaksan.kr
· 무궁화마을  www.mgh.co.kr


문의 전화
· 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2
· 수타사 033)436-6611
· 공작산 생태숲&산소길 숲해설 예약(홍천군청 산림과) 033)430-2790~2
· 무궁화마을 010-8790-1224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홍천 : 동서울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15~22:20)
운행, 약 1시간(무정차) 혹은 약 1시간 50분(직행) 소요. 홍천터미널-수타사 : 51번 버스 이용, 약 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홍천터미널 033)432-7893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JC→중앙고속도로→홍천IC→설악로→연봉교차로→공작산로→동면대교→수타사로→수타사

숙박 정보
· 가리산자연휴양림 : 강원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길, 033)435-6034, www.garisan.kr
· 대명비발디파크 : 강원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588-4888, www.daemyungresort.com/vp
· 모곡레저타운 : 강원 홍천군 서면 밤벌길, 033)435-8333, www.hongcheonkang.co.kr
· 모리의숲 : 강원 홍천군 북방면 노일로238번길, 033)435-0202, www.pensionmori.co.kr

식당 정보
· 양지말화로구이 : 화로구이양념삼겹살, 홍천읍 양지말길, 033)435-7533
· 한림정 : 한정식, 강원 홍천군 홍천읍 송학로, 033)434-8300, www.hanlimjung.co.kr
· 늘푸름임꺽정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무궁화로4길, 033)432-9939
·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설악로, 033)434-9207, www.nphanwoo.kr
· 공작산송어횟집 : 송어회, 강원 홍천군 동면 노내골길, 033)433-3968

축제와 행사정보
· 홍천인삼한우 명품축제 : 10월 8~12일, 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강원인삼농협 본점 등, 033)435-4350, www.gnhfestival.kr
· 나라꽃무궁화축제 : 10월 9~11일, 홍천종합운동장·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시내 일원, 033)435-4350, www.naraflower.kr

주변 볼거리
미약골,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 홍천생명건강과학관, 가리산자연휴양림, 삼봉자연휴양림, 팔봉산, 금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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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