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따라 금맥 보인다

신설노선 수혜단지 어디?

‘새로운 길을 따라 투자하면 돈이 보인다’는 부동산 투자 격언이 있다. 뚫리는 길을 따라 ‘돈맥’이 흐르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교통이 좋아지는 지역에는 개발이 활발해져 사람들이 몰려들고, 상권이 형성되어 상가나 건물의 가치가 오른다. 집값과 땅값도 덩달아 올라왔다.

‘전철=돈길’여전한 재테크 투자 공식
철도 깔리는 역세권 들썩들썩 상종가

서울 강남(강남·서초·송파구)을 최고의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끌어올린 것은 명문 학군 외에 잘 발달된 교통망의 역할이 컸다. 잘 발달된 간선도로와 지하철노선(9호선, 신분당선)이 ‘신 강남시대’를 열게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라는 얘기다. 시대는 변했지만 ‘길 따라 투자’라는 부동산 재테크 공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길의 힘’은 여전하다. 전철이 ‘돈길’이 되는 만큼 실수요나 투자자들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막강한 ‘길의 힘’
“교통이 곧 돈이다”

9호선 2단계 = 서울 강서권과 강남권을 가로지르는 ‘황금 노선’인 지하철 9호선의 2단계 구간 개통이 내년 상반기로 다가오면서 신설역 주변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 개통되는 구간은 강남구 논현동 차병원 사거리(926정거장)∼선정릉 사거리(927정거장)∼옛 차관아파트 사거리(928정거장)∼봉은사 사거리(929정거장)∼종합운동장(930정거장)까지로, 5개 역이 새로 들어선다.
아파트 단지들은 들썩이고 있다. 벌써부터 9호선 역세권 단지들이 상종가를 나타내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호선 2, 3단계 개통에 따른 역세권 수혜단지는 8곳 정도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마곡나루역이 부상하고 있다. 마곡나루역은 오는 2016년 개통될 인천공항철도 마곡역과 환승될 예정으로 급행열차가 정차될 예정이다. 이 경우 마곡나루역에서 강남권 신논현역까지 27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특히 마곡나루역은 여의도공원의 2배 크기인 보타닉파크(50만㎡)와 연결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마곡지구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가 입주하자마자 시세가 5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강세다. 마곡나루역이 걸어서 5분 거리인 엠밸리7단지 109㎡(이하 공급면적) 시세는 평균 6억원을 호가한다. 분양가가 4억4700만이었으니 입주프리미엄이 1억5000만원이상 붙은 셈이다.
마곡나루역과 함께 대표적인 역세권은 오륜역(가칭)과 보훈병원역(가칭)이다. 역세권 수혜단지는 둔촌주공 1∼4단지. 3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직통으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접근할 수 있다. 또 올림픽공원역(5호선), 석촌역(8호선), 종합운동장역(2호선) 고속터미널역(3, 7호선)에서 환승해 강남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둔촌주공은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핫플레이스’다. 9월 거래량이 20건이 넘을 정도로 뜨겁다. 기존 개통 구간에선 9·1부동산 대책(재건축 연한 완화) 호재가 겹치면서 신목동역의 목동신시가지 1, 2단지도 수혜단지다. 9·1대책 이후 매도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오른 상태다. 당산브라운스톤 분양권과 상아, 현대 등 재건축 단지도 당산역 역세권 수혜단지로 꼽힌다.
2단계 개통구간에선 아크로힐스 논현(12월 입주예정)이 수혜단지다. 3단계 구간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는 가락시영이 8호선과 환승되는 석촌역이 그렇다. 재건축단지인 잠실우성4차와 잠실현대는 삼전사거리역(가칭)이 개통되면 걸어서 5분 이내 신역세권 단지가 된다.


성남∼여주 복선전철 = 판교역 상권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판교역 주변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오고, 성남∼여주 복선전철 노선이 뚫리면 상권이 확장될 것으로 보여서다. 경기도 광주지역 신설 역세권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광주는 한때 ‘제2의 분당’으로 각광받았다. 서쪽으로 분당과 붙어 있고 자연환경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판교신도시 개발과 금융 위기가 겹치면서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내년부터 속속 완공
‘신 강남시대’ 개막

그랬던 광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킬레스건이던 교통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 내년 하반기 처음으로 전철이 뚫린다. 이에 따라 길었던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미분양도 속속 소진되고 있다. 성남 판교역과 이매역을 지나 광주, 이천, 여주로 이어지는 이 노선은 판교역 신분당선 환승을 통해 서울 강남역까지 한번에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신설되는 9개역 가운데 4개 전철역(삼동역∼광주역∼쌍동역∼곤지암역)이 경기 광주시에 들어서면서 이 일대가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신분당선 = 신분당선 연장구간 개통 수혜 상권도 눈길을 끈다. 강남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은 지난 2011년 10월 1차로 개통한 강남역∼분당 정자역 구간이 운행 중이고 연장구간이 차례로 개통을 앞두고 있다. 연장 1단계(정자역∼광교신도시) 구간은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다. 2단계(광교신도시∼호매실) 구간은 2019년께 개통된다. 3단계(강남∼용산) 구간은 설계구상 단계를 밟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하면 수도권 남부(용인, 광교신도시, 수원)에서 서울 강남까지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크게 단축된다. 여기에 최근 광교신도시는 숙원사업으로 여기던 경기도청 이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도는 “경기도청 광교신도시 이전사업을 재개하며 올해 안에 설계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도는 올해 1차 추경에 신청사 설계비 11억원을 반영하고 기존에 편성된 20억원을 더해 31억원을 투입, 12월 말까지 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설계작업이 중단됨에 따라 목표 시점보다 6개월 이상 늦은 2018년 상반기에 신청사를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구간(모란차량기지∼봇들사거리∼판교역)이 판교역에서 신분당선과 환승될 예정이다. 판교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도 환승된다.
과거부터 신설역세권 일대는 수요가 두터워 상권, 학군도 빠르게 발전한다. 신분당선 연장구간인 분당 정자동∼광교신도시가 2016년 2월 개통되면 용인 수지, 광교, 판교 등 역세권 아파트값은 한 단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신분당선 노선 지역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 가치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곳은 다음과 같다.
아파트  판교푸르지오그랑블·동천마을현대홈타운1차 = 판교신도시, 남부연장 1차(분당 정자동∼광교신도시) 신설 역 인근 아파트가 좋다. 판교신도시에는 현재 판교역이 개통돼 신분당선이 운행 중이며 판교역 주변 단지들은 특히 수요가 두텁다. 관심 단지로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 백현마을2단지가 있다.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948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판교역 도보 2분 거리다. 입주는 2011년 7월. 121.33㎡의 매매가는 9억1000만∼9억9000만원, 전셋값은 6억∼6억5000만원선으로 전세를 끼면 5억원가량에 매입할 수 있다. 입주 초반 상한가는 10억5000만원선까지 기록했었다. 추후 신분당선 1차 연장구간 개통 및 시장 회복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
백현마을2단지는 772가구 규모로 판교역을 이용할 수 있다. 입주는 2009년 12월. 108㎡ 매매가는 7억2000만∼8억원, 전셋값은 5억1000만∼5억4000만원선으로 전세를 끼면 3억원대에 매입할 수 있다. 2년 전 상한가가 8억5000만원선으로 역시 회복시장 등을 고려할 때 상승여력이 있다.
용인에서는 동천동, 풍덕천동 일대 신설 역세권 단지들이 좋다. 다만 이 지역은 준공된 지 10년 이상 된 단지들이 많기 때문에 준공이 조금이라도 늦은 단지나 브랜드가 있는 단지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2000년대 들어 관심서 멀어진
경기도 광주·용인 다시 주목

관심단지로 동천동 동천마을현대홈타운1차, 수진마을신명스카이뷰 등이 있다. 동천마을현대홈타운1차는 466가구로 2002년 4월 입주했다. 용인 수지 일대에는 현대홈타운 브랜드가 많아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동천역(가칭)과 불과 300m 거리에 있는 역세권 단지다.
122.31㎡의 매매가는 3억7000만∼4억4000만원, 전셋값은 2억8000만∼2억90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1억5000만원선이면 매입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최고가 5억7000만∼5억8000만원선을 기록했던 단지로 역 개통 후 4억원대 후반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천동 수진마을신명스카이뷰는 2004년 입주해 이 일대에서 비교적 새 아파트에 속한다. 262가구 규모로 동천역(가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92.56㎡의 매매가는 3억4500만∼3억7500만원선, 전셋값은 2억6500만∼2억7500만원으로 전세를 끼면 1억원대 매입이 가능하다. 112.4㎡의 매매가는 4억500만∼4억7500만원, 전셋값은 2억8500만∼3억1500만원으로 전세를 끼면 1억5000만∼1억6000만원선에 매입할 수 있다.
광교신도시에서 주목할 만한 단지는 광교 자연&힐스테이트, 광교1차e편한세상 등이다. 모두 올 12월이면 입주 2년차가 된다. 경기도청이 가깝고 경기도시공사, 광교테크노밸리 등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광교 자연&힐스테이트는 1764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광교신도시역(가칭)과 접한 역세권 단지다. 110㎡의 매매가는 5억4000만∼6억원, 전셋값은 3억4000만∼3억5000만원선으로 전세를 끼고 2억5000만∼3억원 정도면 매입할 수 있다.
광교1차e편한세상은 1970가구 규모로 광교신도시역(가칭) 역세권이다. 130㎡의 매매가는 6억5000만∼6억8000만원, 전셋값은 3억9000만∼4억원선으로 전세를 끼고 2억8000만∼3억원 정도면 매입할 수 있다.
수원 우만동 월드메르디앙은 2063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월드컵경기장역(가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102.48㎡의 매매가는 3억3000만∼3억5000만원, 전셋값은 2억5500만∼2억7000만원선으로 1억원이면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다.
분양권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광교호반베르디움 = 용인 풍덕천동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는 845가구 규모로 2015년 11월 입주예정이다. 동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수지체육공원과 접해 있고 수지고등학교 등 학군도 좋다. 112.42㎡ 분양가는 4억3390만원이며 프리미엄이 3000만∼4000만원가량 형성됐다. 130.46㎡는 분양가 5억2600만원에 프리미엄은 3000만∼5000만원가량이다. 용인 수지 일대는 신규 아파트가 귀해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입주 후 3∼4개월 내로 동천역(가칭)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판교신도시에는 백현동에 위치한 판교알파리움1단지, 2단지 분양권이 있다. 2015년 11월 입주예정으로 판교역과 인접해 있으며 판교테크노밸리를 걸어서 갈 수 있다. 1단지 180.34㎡는 분양가 10억9340만원에 프리미엄은 2억∼2억5000만원, 124.48㎡는 분양가 7억610만원에 프리미엄은 1억∼1억5000만원가량 형성됐다. 2단지 180.14㎡는 분양가 10억9340만원에 프리미엄은 2억∼2억5000만원가량이 형성됐다.
광교신도시에는 이의동 C1블록에 호반베르디움(주상복합)이 있다. 2015년 3월 입주예정으로 138.66㎡는 분양가 5억4530만원에 프리미엄이 3500만∼9000만원, 150.64㎡는 분양가 5억9250만원에 프리미엄 3000만∼7000만원이 형성됐다.
신규분양  래미안서초·서초푸르지오써밋 = 올 하반기 신분당선 라인에서 분양되는 곳은 강남역 역세권인 서초구 재건축 단지 2곳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32번지 서초우성3차를 재건축해 전용면적 59∼144㎡, 총 421가구를 짓는 래미안서초(우성3차)를 분양한다. 이 중 49가구가 일반분양이다. 신분당선과 서울지하철 2호선 환승역인 강남역 역세권에 자리해 강남역 대형상권이 가깝고 서이초, 서운중, 서초고 등의 학군도 좋다.

매매·전셋가↑
프리미엄도 형성


대우건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10번지 서초삼호아파트를 재건축해 전용면적 59∼120㎡, 총 907가구의 서초푸르지오써밋을 분양한다. 이 중 143가구가 일반분양이다. 강남역, 신논현역 역세권이며 강남역 상권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서초초, 서일중, 서초고 등의 학군도 좋다.
동문건설은 경기 수원시 인계동 153번지에 전용면적 59㎡, 총 392가구를 짓는 동문굿모닝힐을 분양한다. 월드컵경기장(가칭)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인계3호공원과 수원 청소년문화공원 등이 가까워 산책, 운동 등을 하기 쉽다. 아주대학병원, 카톨릭성빈센트병원 등이 가깝다.
한화건설은 경기 용인시 상현동 산50번지에 전용면적 84㎡, 총 552가구를 짓는 용인상현한화꿈에그린을 분양한다. 신분당선 성복역(가칭)을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대형마트가 가까워 이용하기 쉽다. 또한 산을 접하고 있어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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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