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시한폭탄 S게이트 막전막후

‘잔인한 10월’ 숨만 크게 쉬어도 터진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폭풍전야다. 정재계에 전보다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쪽은 한 중견 건설회사. 검풍이 이 회사를 덮쳤는데, 그 방향이 대기업과 정치권으로 틀어지면서 대형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 안팎에선 ‘S 게이트’라 불린다. 곧 정국을 뒤집을 만한 ‘큰 건’이 터질 조짐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차례로 손본 검찰은 이후 한동안 ‘관피아(관료+마피아)’에 올인했다. 검찰 중심인 서울중앙지검, 그중에서도 핵심 조직인 특수부는 ‘철피아(철도+마피아)’ ‘교피아(교육+마피아)’ ‘통피아(통신+마피아)’등에 매달렸다.

폭풍전야 예고
정국 뇌관 부상?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상 일단락된 관피아 수사는 정치권을 겨냥했지만 반타작도 하지 못했다. 비리 의혹이 있는 현역의원 가운데 절반가량만 구속, ‘반쪽짜리’수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자존심이 상한 특수부는 지난 추석 전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예리하게 갈린 칼날을 빼들었다. 그 첫 타깃이 바로 S건설이다. 처음 검찰 안팎에선 다소 의아한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수사 가닥이 잡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검찰은 S건설을 먼저 들여다보고, 여기서 몸통을 추려내는 역추적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S건설의 비자금 조성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비자금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엔 S건설 오너와 임원진이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S건설은 실체가 모호한 회사를 내세워 부동산개발 사업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S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S건설은 결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로 했다. 자사가 보유한 경기도 부지의 개발 명목으로 금융권에서 3000억원을 차입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모두 사기로 보고 있다.
 
S건설은 아파트 신축 사업을 내밀었는데, PF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시행사가 필요했다. S건설은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인 A사를 급조해 부지를 1500억원에 거래한 계약서를 만들었다. S건설은 A사로부터 PF 대출금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검 S건설 수백억 비자금 추적
정치권 수사 확대…로비 수사
 
2008년 6월 설립된 A사는 이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금은 실체가 없어졌다. 매년 매출액이 ‘0원’이었다. 검찰이 A사를 S건설이 PF 대출과 비자금 조성을 위해 만든 유령회사로 판단하는 이유다. A사가 시행사 역할을 맡아 S건설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A사는 저축은행 등에서 PF 대출을 받아 계약금으로 150억원을 S건설에 지급했다. 이 돈은 손실로 처리돼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A사는 어음으로 발급했는데, S건설 오너가 사채업자에 넘겨 140억원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S건설의 대출 사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타깃을 정재계 쪽으로 틀어 사건을 키울 복안이다. 그 대상엔 대기업 총수와 거물급 정치권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법조계에선 ‘게이트’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S건설이 A사를 내세워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받을 때 모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신용 보증을 섰다. 대기업만 믿고 돈을 내줬다는 게 금융사들의 이구동성. 검찰은 두 기업 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A사가 대출 자격이 없는 유령회사인 것을 모를 리 없어서다.

유령회사 내세워
대출 사기 혐의
 
보증서에 ‘도장’을 찍어준 배경에 양사의 오너 간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건설 회장과 대기업 회장은 동향 출신으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S건설 회장이 대기업 회장을 끌어들여 사기 공모 후 수수료 조로 비자금 일부를 떼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신용 보증도 모자라 200억원대 자금까지 빌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S건설과 A사가 맺은 토지매매 계약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대기업이 낀 이유가 수사 핵심이 될 수 있다. 현재 양측의 사기 공모 여부를 캐고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의 S건설 수사는 정치권으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S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뿌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받기 위한 로비용으로다. 사라진 140억원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굵직한 인사들의 이름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P씨, S씨, K씨 등 여야 거물급 의원들과 고위 관료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S건설의 주 활동무대인 경기 지역 정관계는 혹시나 불똥이 튈까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사라진 140억원 어디로?
여야 거물급 의원 거론
 
업계 한 인사는 “S건설은 정관계 인사, 법조인 등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골프접대, 술접대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사업 추진 차원의 전방위 로비에도 적잖은 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엔 S건설이 검찰 내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역시 비자금 의혹이었다. 오너가 친인척을 자금 라인에 앉히고, 아파트 분양대금을 수령하면서 일부를 장부상 미수금 처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미수금 규모는 매년 1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 의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이번 특수부 수사와 맞물려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 사건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S건설은 과거에도 로비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처음 검찰과 악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대선자금 수사 때다.
 
S건설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잘나갔던 거물 정치인 J씨와 K씨 등에게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S건설 회장은 이 돈이 공사대금으로 지출된 것처럼 회사 회계 서류를 작성할 것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년 뒤인 2007년에도 검풍이 들이닥쳤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S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골프장 건설 인허가 추진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S건설 대표가 구속됐다. 대표는 법인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S건설은 협력사들을 동원해 유력 정치인 K씨에게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에도 검은돈
오너는 감옥행
 
S건설 측은 비자금 수사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검찰 수사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법무팀에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임원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반론 등을 듣기 위해 S건설 법무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게이트’ 사건
 
권력형 비리를 일컫는 ‘게이트’사건엔 항상 문제 인물의 이름이 달렸다. DJ 정권 내내 나라를 뒤흔들었던 ‘정현준 게이트(2000년)’ ‘진승현 게이트(2000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윤태식 게이트(2001년)’ ‘최규선 게이트(2002년)’ 등 이른바 5대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엔 청와대와 정치권은 물론 국정원, 검찰 등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다.
 
2005년 ‘김재록 게이트’가 터졌다. 금융계 마당발로 통한 김씨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같은해 ‘윤상림 게이트’가 터지기도 했다. 고졸 출신의 브로커인 윤씨가 검찰과 군은 물론 정치권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사기, 공갈, 알선수재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2007년엔 ‘정윤재·김흥주 게이트’가 열렸다. ‘정윤재 게이트’는 전 청와대 비서관인 정씨가 국세청, 건설업자 등과 얽혀 벌인 세무비리 무마 사건. ‘김흥주 게이트’는 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던 김씨가 정치권 등 각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2009년의 경우 ‘박연차 게이트’로 떠들썩했다. 박씨가 참여정부 시절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건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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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