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아파트 “잘만 고르면 대박”

내집마련 3대 트렌드

대출 규제 등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전세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좋은 조건을 내세운 아파트들이 속속 분양하면서 이참에 내집마련을 고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I 요즘 뜨는 분양시장 3개 상품 I
계약 시 각종 혜택주는 ‘미분양’
가격 10∼20% 저렴한 ‘주택조합’
살고 나중에 결정하는 ‘분양전환’


내집 마련의 3대 트렌드가 뜨고 있다. 계약 시 각종 혜택을 주는 미분양, 주변 시세 대비 10∼20% 분양가가 저렴한 지역주택조합, 살아보고 분양받을지 결정하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다시보자 미분양 아파트 = 미분양 아파트의 인기가 꾸준하다. 각 건설사는 잔금 유예, 중도금 무이자 대출, 분양가 할인, 옵션 무료제공 등 각종 특별조건을 내걸어 분위기 좋을 때 미분양 물량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위기 좋을 때
미분양 털어내기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 질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다만 입지가 좋지 않거나 비교적 높은 분양가 탓에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만 고르면 자금 부담을 덜고 즉시 입주도 가능한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내집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양한 특별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미분양은 다 이유가 있는데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마다 미분양 아파트를 특별한 조건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할인폭만 보고 덥석 달려들어서는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입주한 지 너무 오래된 미분양 아파트는 피하는 게 좋다. 또 미분양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수도권에서 중소형 미분양 아파트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남은 것은 할인폭이 큰 대형 평형이다. 간혹 할인 가격에 혹해서 매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현혹되지 말고 생활권 등을 판단해서 구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착한 분양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 최근 주택 시장에서 같은 지역 주민들끼리 함께 부지를 매입해 집을 짓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늘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아파트 분양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차라리 ‘내 집은 내가 짓는다’는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스스로 만드는 방식)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무주택자가 땅을 사서 집을 짓는다는 점에서 본인이 소유한 주택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와 차이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최대 장점은 집값이 10∼20% 정도 저렴하다는 점이다. 토지 매입 등 시행사 업무를 조합이 직접 맡기 때문에 토지 매입에 따른 대출 이자와 사업 추진 및 분양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시공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도 아파트 부지 구입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높은 금리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데다 조합원이 이미 70∼80% 모집돼 있어 미분양 우려가 적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전국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22개 단지, 총 1만8000여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된 지역주택조합 물량(3122가구)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활기를 띠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지역 규제 완화로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해당 사업지가 있는 시·군에 최소 6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8월부터 조합원 거주 조건이 시·도 광역생활권으로 확대되면서 조합원 모집이 한결 수월해졌다. 또 기존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 모두를 전용 85㎡ 이하 중소형으로 지어야 했지만, 올 6월부터는 전체 아파트의 25%까지 중대형 주택(전용 85㎡ 초과) 공급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조합원 모집에 실패할 경우 사업이 장기화되고 분양가격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살아보고 결정하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 일단 살아보고 나중에 분양 받을지를 결정하면 되는 임대아파트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르는 전셋값이 버겁긴 하지만, 당장 집을 사는 건 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예비입주자를 모집한 경기도 수원의 10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신청자가 폭주해 인터넷 접수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전용 85㎡의 경우 인근 아파트 전세 가격보다 1억원가량 저렴해서다. 여기에 전세가 계속 오르는 데다 집값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해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조건·할인만 보고
덥석 물었다간 낭패

목돈을 모을 때까지 주거비를 아낄 수 있는 전셋집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내집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 건설사 공급물량 중에는 월임대료 없이 순수전세형으로 공급되는 물건도 있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5년 또는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기간 만료 후 임차인이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는 공급 형태로 임대로 살아보고 추후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고 임대기간 동안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도 없어 장기적으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수요자들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 회복세에 따라 신규분양 물량의 분양가 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미분양과 지역주택조합,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후 본인의 자금여력에 맞는 현장을 선택한다면 내집 마련의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완화·저금리에 전세값 고공행진
‘이참에 살까’고심하는 사람들 늘어

▲삼송 동원로얄듀크 = 동원개발은 고양 삼송지구 삼송역 인근에 ‘삼송 동원로얄듀크’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상 17∼21층, 10개동 총 598가구(전용 110.91∼116.51㎡)로 구성됐다.
신규 계약자를 대상으로 입주 후 대출이자 3년간 지원 및 드레스룸, 붙박이장, 중문 무료 설치 등을 지원한다. 용적률 169%를 적용해 쾌적함을 자랑하는 이곳은 10개 동 모두 남동, 남서향으로 배치됐다. 남동향으로 배치된 라인들은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다. 특히 단지 3면을 둘러싼 자연녹지와 창릉천, 오금천, 공릉천이 어우러져 있는 친환경적인 아파트다. 지대가 높아 탁월한 조망을 자랑한다.

    미분양    

삼송지구는 신세계그룹이 삼송역 인근에 9만6555㎡의 부지를 확보해 백화점, 명품관, 영화관 등으로 구성된 신세계 복합쇼핑몰을 짓는다. 그 옆에는 올해 개점을 목표로 농협 하나로마트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흥지구에는 주방, 생활용품 유통업체인 이케아가 5만1297㎡의 부지에 2호점을 건설할 계획이다.
인근 은평뉴타운은 롯데그룹이 최근 3만3024㎡ 규모의 쇼핑몰 건설계획을 확정하고 SH공사로부터 부지를 매입했다. 이와 함께 800병상 규모의 가톨릭대 제9성모병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면서 노선 주변에 인구가 유입되고 주택 및 임대 수요가 증가해 환금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대개 신규 노선은 개발 계획 발표 시, 착공, 개통 직후 가격 상승을 보이기 때문에 시세가 반영되기 전에 선점해 두면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 삼송지구는 신분당선 완공 시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남부지역까지 접근성이 개선되기 때문에 신분당선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삼송지구는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이 있으며 단지 인근에 원흥역도 공사 중이다. 또 2014년 착공 예정인 GTX 노선도 이 일대에 개통을 앞두고 있고 여기에 신분당선이 완공될 경우 트리플 교통 요지로 입지를 더욱 다질 전망이다.


장단점 파악 후
형편 따라 선택

▲일산 요진와이시티 = 요진건설산업은 일산신도시 마지막 노른자위 부지에 지어지는 ‘일산 요진와이시티’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3호선 라인에서 순수 1기 일산신도시 안에 있는 아파트 부지는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어 희소성이 높다.
보통 아파트를 선택할 때 중요한 점으로 학군, 조망, 세대수, 역세권, 편의시설, 교통여건 등을 꼽는다. 요진와이시티는 일산신도시 3호선라인에 16년 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인 데다 한강 조망과 북한산 조망이 동시에 되는 일산신도시의 마지막 분양단지로 희소성과 신도시의 모든 생활 인프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단지라는 평가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6만 6039㎡ 부지에 공동주택, 업무시설, 판매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등 선진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미래형 복합주거단지다. 이번에 선보이는 것은 지하 4층, 최고 지상 59층 주상복합 아파트 6개 동 총 2404가구다. 전용면적은 59∼244㎡로 주상복합아파트임에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비율이 전체의 60% 이상을 갖췄다. 주상복합답게 전용 156∼
244㎡ 28세대는 펜트하우스로 구성했다.
단지 내 상업시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중심으로 기존 지역상권과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관리·운영될 예정이다. 이밖에 뮤지컬연극을 공연하는 공연장과 재즈 등 장르의 음악을 거리에서 연주할 수 있는 오픈공연장, 미술관 등이 계획되고 있다. 입주는 2016년 6월경.

    주택조합    

▲동작 트인시아 = 2개월 만에 조기 완판된 ‘동작 트인시아 1차’에 이어 ‘동작 트인시아 2차’가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9㎡형 430가구, 84㎡형 274가구 등 총 935세대, 17∼38층 8개동으로 구성됐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마케팅 및 금융비가 들지 않아 그 만큼 모집가격도 저렴하다. 주택조합 아파트는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토지를 구입하는 등 시행을 직접 맡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시행사 이윤, 마케팅 비용, 토지 금융비 등이 많이 들지 않아 모집가격이 다른 일반 아파트보다 20∼30% 저렴하다.
인근에 보라매공원과 백화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38층 초고층 전망과 3892㎡ 에 달하는 피트니스, 골프, 키즈카페 등 대형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단지로, 명실상부한 동작구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최우수등급, 에너지효율 1등급 인증을 획득했다. 단지 인근에 보라매공원, 롯데백화점, 중앙대·숭실대·총신대·서울대 등 인프라와 흑석·노량진·신길뉴타운 및 여의도∼보라매역∼서울대를 잇는 신림 경전철 개발 호재도 안고 있다.
타 조합아파트에 비해 사업기간이나 납부 조건도 유리하다. 공급가격이 지난 6월말 청약접수를 마친 장승배기역 상도파크자이 분양가와 비교하면 1억원 가량 저렴하므로,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이다.
▲동해발한 석미모닝파크 = 강원 동해시 북부지역에 15년 만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된다. 초기 자본 부담이 덜한 민간건설 공공임대아파트다. 석미건설㈜은 강원 동해시 발한동 351-20번지 일대에 지상 15층 5개동 총 298가구(전용면적 40.33∼
84.81㎡) 규모의 ‘석미모닝파크’를 분양한다.

    분양전환    

선시공 후분양 물량으로 임대보증금은 3300만∼6900만원대다. 준공시점을 기준으로 5년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새시 기본 제공 등 혜택도 제공된다. 업체에 따르면 이 단지는 내진설계, 합리적인 단지 배치로 안전성, 채광, 통풍을 확대했다. 주방과 드레스룸 등 공간도 효율적으로 배치했다.
동해시 중심도로인 7번국도, 망상IC와 가까워 동해고속도로 진출입이 쉽다. 동해중앙시장, 대형마트, 묵호건강증진센터, 시외버스터미널, 묵호역 등 생활편의시설이 인접해 있다. 창호초, 묵호초, 묵호여중(도보 통학 가능), 동호초, 묵호중, 동해중, 동해상고(인접) 등 교육여건도 우수한 편이다. 입주는 2015년 8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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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