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가족 여행 ③전북 군산

1930년대로 떠나는 군산 시간여행

전북 군산에서 익산으로 이어지는 2박3일 여행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바다와 강, 들녘을 따라가며 다채로운 체험이 계속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근대생활관은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이 재현되어 당시 일상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다. 박물관이 자리한 해망로와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도 함께 둘러본다. 시원한 바다 조망을 즐기며 새만금상설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아리울 스토리>를 관람하는 것도 특별하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문학관과 금강철새조망대를 지나 금강 하구를 거슬러 오르면 익산 웅포에 닿는다. 그윽한 포구의 풍광과 아름다운 낙조를 만나는 곳이다. 운치 있는 들꽃 체험, 자연을 배우는 목장 체험,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의 다도 체험이 기다린다.

<탁류> 초봉이의 설움 담은 도시 군산
시간이 멈춘 그곳...군산의 어제와 오늘
<타짜> 스승 평경장이 고니 가르치던 ‘히로쓰 가옥’
군산 웅포서 금강변의 그윽한 풍광·낙조 감상

1930년대 군산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익산의 자연을 누리는 2박3일 여정은 발길 닿는 곳마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이 이어진다. 여행은 군산 내항에 자리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한다. 물류 유통의 중심 기지였던 군산의 역사를 담은 해양물류역사관과 근대생활관을 중심으로 꾸며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1930년대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성장과 수탈의 모순된 역사를 살던 군산의 아픔과 비참한 현실에서 희망의 빛을 찾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초봉이 살던 토막집 재현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1930년대 군산의 영동상가를 재현한 거리가 펼쳐진다. 개성상인이 많아 송방골목으로 불린 거리에 있던 잡화점, 인력거차점, 형제고무신방, 조선주조주식회사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인력거차점 앞에서는 당시 남학생 교복과 여학생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인기다.

쌀을 거래하던 군산미곡취인소는 오늘의 증권거래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미곡 가격으로 일종의 투기를 하던 곳이다. 미두장이라 불리던 이곳은 군산을 배경으로 쓴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여러 인물이 드나들며 투기하고 돈을 잃는 공간이다. 군산미곡취인소 맞은편에는 가난한 조선인이 살던 토막집이 재현되었다. 당시 월명동, 개복동, 창명동 등 산비탈을 따라 토막집이 있었는데, <탁류>에서 여주인공 초봉이가 살던 곳도 콩나물고개 위의 토막집이다.
군산 내항을 재현한 공간에는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해 배를 정박한 모습, 수위에 따라 오르내려서 ‘뜬다리’라 불린 부잔교의 모형을 전시한다. 희망의 공간도 있다. 군산좌는 군산 최초의 극장인 군산극장의 전신으로, 각박한 현실에 즐거움을 주고 민족운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 열리던 문화 공간이다. 군산좌를 재현한 작은 다다미방에서는 흑백영화 <심청전>을 상영한다. 군산 최초의 한국인 중등교육 기관인 영명학교와 군산역을 재현한 공간,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담은 모형도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오른편으로 구 군산세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군산세관의 역사와 그 역할에 대해 알아보는 의미있는 공간이다. 왼편으로는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이 이어진다. 각각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 372호)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제 374호)으로 사용된 근대건축물로, 일본인이 특혜를 누리며 상권을 장악하는 발판이 되었다. 군산근대미술관과 함께 운영되는 장미갤러리에서는 손수건, 향초 등 여행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을 만들어보자. 군산의 근대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둘러보는 군산근대건축관도 의미 있다.
뒤편의 내항 부둣가에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자리한다. 실제 사용된 작은 전투기와 군함으로 꾸며진 공원으로, 부잔교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10월 3~5일에는 군산시간여행축제가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진포해양테마공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1930년대 군산을 만난 뒤에는 군산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새만금방조제로 향한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새만금상설공연장 아리울예술창고에서 펼쳐지는 <아리울스토리>를 관람해보자. 바다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공연으로 다채로운 영상과 음악,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70여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난다.
비응항으로 가면 군산 앞바다를 수놓은 고군산군도를 돌아보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드넓은 바다 위의 섬들을 돌아보고, 선유도에 잠시 내려 한가로운 바다 산책을 즐겨도 좋다.
여행 이틀째. 군산 원도심에 남은 근대건축물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급경사를 이루는 지붕에 단청을 입히지 않은 대웅전(등록문화재 제 64호)이 독특하다. 대웅전과 요사채를 연결하는 긴 복도 역시 볼거리다.
‘히로쓰 가옥’이라 불리는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183호)은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이 촬영된 명소로,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집을 둘러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고우당은 일본식 가옥을 보수해 숙소와 찻집, 식당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잠시 걸음을 쉬며 여유 있게 머물러도 좋다. 군산간호대학교 안에 있는 이영춘가옥(전북유형문화재 제200호), 금강철새조망대와 채만식문학관을 둘러보고 군산 일정을 마무리한다.

일제강점기 아픔 담은 역사의 현장

군산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익산의 웅포에 닿는다. 금강 변의 그윽한 풍광을 즐기고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곰이 물을 마시는 형상을 닮아 ‘곰개나루’라 불리는 옛 나루터의 정취도 느껴보자. 금강 변의 여유를 만끽하는 웅포관광지 캠핑장도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금강 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목마다 다채로운 체험장이 이어진다. 마지막 날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체험을 추억으로 남겨보자.
함라초당은 수수한 들꽃을 만나고, 꽃잎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향기로운 꽃차 한잔 마시고 산야초 효소 만들기, 구절초 비누 만들기, 꽃차 만들기 등 체험을 만들며 성큼 다가선 가을의 정취를 느낀다.
낙농 체험지로 각광받는 장원목장은 치즈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맛있는 과일을 직접 따보는 수확 체험도 할 수 있다. 여름에 수확한 블랙초크베리를 넣어 과일 요구르트를 만들고, 가을을 맞아 한창인 키위도 직접 따서 먹어보자.
익산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함라산림문화체험관은 우리나라 가장 북쪽의 차 재배지와 함께 자리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아담한 차 밭이 있는 체험관에서 차를 전공한 관장님의 시범에 따라 다도를 배울 수 있다. 창밖 숲의 전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이 특별한 추억이 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당일 여행 코스   [군산 근대 역사 기행]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새만금상설공연장 공연 관람 [익산 체험 여행] 함라초당→함라산림문화체험관→장원목장→웅포관광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동국사→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고우당 [둘째 날] 채만식문학관→금강철새조망대→함라산림문화체험관→장원목장→ 웅포관광지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구 군산세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새만금상설공연장 공연 관람 [둘째 날] 동국사→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고우당→이영춘가옥→채만식문학관→금강철새조망대→웅포관광지 [셋째 날] 장원목장→함라초당→함라산림문화체험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군산근대역사박물관 http://museum.gunsan.go.kr
  ·새만금상설공연장 www.jbopenrun.com
  ·비응항유람선(월명유람선) www.wmmarine.com
  ·채만식문학관 http://chae.gunsan.go.kr
  ·함라초당 www.hamrachodang.com
문의 전화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34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새만금상설공연장 063)282-8398
  ·비응항유람선(월명유람선) 063)445-2240
  ·채만식문학관 063)454-7885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063)859-5778
  ·함라초당 063)856-1364
  ·익산산림조합 함라산림문화체험관 063)862-1910
  ·장원목장 063)862-6693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 하루 9회(05:35~20:35)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새마을호 하루 6회(07:35~17:37)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군산역 앞에서 71번 버스 타고 내항사거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2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3:0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팔마광장터미널 정류장에서 1, 2, 8번 버스 타고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군산고속버스터미널 063)445-3824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IC→구암로 따라 5.52km 이동→구암교삼거리에서 새만금방조제 방향 좌회전→구암로 따라 1.34km 이동→경암사거리에서 비응항·새만금방조제·해양경찰서 방면 우회전→해망로 따라 1.9km 이동→군산근대역사박물관
숙박 정보
  ·고우당 : 군산시 구영6길, 063)443-1042, www.gowoodang.com (굿스테이)
  ·그랜드빌딩 : 군산시 장미1길, 063)445-6789 (굿스테이)
  ·프로방스 : 군산시 가도2길, 063)466-3201 (굿스테이)
  ·나드리게스트하우스 : 군산시 월명로, 063)445-1514, www.군산게스트하우스.kr
  ·(주)왕궁온천 : 익산시 왕궁면 온천길, 063)291-5000, www.wgspa.co.kr (굿스테이)
  ·익산유스호스텔 : 익산시 마한로, 063)850-2000, www.irion.or.kr
  ·미륵산자연학교 : 익산시 삼기면 죽청길, 063)858-2580, www.mireuksan.com
식당 정보
  ·아리랑 : 보리돈가스, 군산시 해망로, 063)442-1207
  ·빈해원 : 짬뽕·물짜장, 군산시 동령길, 063)445-2429
  ·유정초밥 : 초밥, 군산시 대학로, 063)445-9844
  ·만나리식당 : 백반, 군산시 구영4길, 063)446-7016
  ·이성당 : 단팥빵·야채빵, 군산시 중앙로, 063)445-2772
  ·함라산황토가든 : 오리주물럭, 익산시 함라면 백제로, 063)856-3399
  ·미륵산순두부 : 순두부백반,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063)836-8919
  ·전주소바 : 소바·콩국수, 익산시 목천로, 063)842-3288
축제와 행사 정보  군산시간여행축제 : 2014년 10월 3~5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일원,http://festival.gunsan.go.kr
주변 볼거리  월명공원, 은파호수공원, 익산 미륵사지, 익산보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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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