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④신통방통 백운비 천기누설 아픈 총수들 건강운 보니…

“하늘은 그들을 쉽게 데려가지 않는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요즘 재계는 유독 아픈 총수들이 많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희귀 유전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이재현 CJ 회장, 담낭암에 이어 전립선암이 발견된 조석래 효성 회장 등 재계 정상급 '회장님'들의 병환으로 한국경제마저 축 가라앉아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들의 병세가 호전 중이라는 것. <일요시사>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투병 중인 총수들의 건강운을 점쳐봤다.

 

[이건희] 전과 다르지만 일어날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120여일이 넘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돼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 회장은 혈관 확장술인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같은 달 13일부터 뇌와 간 등 장기의 손상을 막기 위해 진정치료를 받았다. 입원 9일 만인 5월19일에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이 회장의 병원행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 회장이 과거 폐 부분의 림프암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고 매년 겨울이면 기후가 따뜻한 해외에서 지내는 등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왔기 때문이다. 

사망설, 위독설…
루머는 루머일 뿐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이 회장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눈을 마주치고 손발 등을 움직이는 등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망설' '위독설' 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 인터넷 매체가 이 회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이 일었지만 오보로 판명됐고 8월에 들어서면서 '삼성 수뇌부들이 삼성서울병원에 집결했다' '그룹이 이 회장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등 공식적 장례절차에 돌입했다'는 등의 루머가 나돌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건희'가 오를 때는 항상 '사망설'이 뒤따랐다.

그럴 때마다 삼성그룹은 "사실이 아니다. 루머 유포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겠다"라며 사망설을 일축했고 지금은 "루머에 대해 매번 해명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백운비 원장의 의견도 삼성그룹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백 원장은 "수명의 한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이 회장의 회복을 점쳤다. 백 원장은 "다만 병상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전과 같은 멀쩡한 경영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심폐가 약하다. 심폐가 약하면 내열이 발생하고, 열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며 "열이 머리로 향할 경우 뇌출혈,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선천적 병약, 포기는 일러

"수명은 팔자가 정해주는 것."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백 원장의 한 마디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치료와 재판을 병행해 왔다. 이 회장은 희귀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CMT)병'이다. CMT는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 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19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19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CJ 이재현
"살고 싶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지난 8월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거부반응으로 인해 수명은 더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원래 펄펄 뛰어다닐 사주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병으로 신장과 기관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현재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 원장은 이 회장이 쉽게 무너질 운은 아니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선천성·후천성 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등 타고난 운이 병약해 건강에 문제가 많지만 그를 보완하고 늘 챙긴다면 의사의 시한부 판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석래] 고령이지만 남은 운 강해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암 투병 중이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놨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둘째 주 주말, 신병 치료차 미국에 출국해 2주간 전립선암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를 병행하다가 8월 말 귀국했다.

조 회장은 올해 79세로 투병 중인 재계 총수 중 가장 고령이다. 여기에 심장 부정맥 등 지병이 많아 홀로 거동하기 불편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심장부정맥이 악화돼 2주 가량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퇴원 후에도 20여일 만에 증상이 재발하면서 재입원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조 회장이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 그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최고령 조석래
잔고운→호전운

백 원장도 조 회장의 나이를 가장 우려했다. 백 원장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실상 운을 예측하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도 "쉽게 명을 다할 운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타고난 운은 거의 다했지만 남아 있는 잔고운이 강해 고치고 만들어가는 데 주력한다면 호전운으로 뒤바뀔 수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함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승연] 큰 병 없어, 성격만 주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회복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확정받은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이다. 김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다 지난 2월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1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을 앓고 있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은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과 5월에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건강 상태는 호전세다. 이에따라 6월 중순부터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 기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하루 8시간씩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원장은 김 회장에 대해 "현재 겪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는 누구나 견딜만한 것으로 큰 병은 없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워낙 건강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다만 "몸에 화가 많이 들어 있어, 성격이 급한 편이다"며 "성격 때문에 병을 만드는 운"이라고 조언했다.

 

[이호진] 시련은 잠시, 부활운 뚜렷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은 뒤 3년째 간암 투병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암수술을 무사히 잘 끝냈지만 생각보다 간 상태가 심각해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 기소, 모친인 이선애 전 상무는 불구속 기소했다. 2012년 2월 1심 선고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이 전 회장에게는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이 전 상무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태광가 모자
"건강 타고나"

이 전 회장 모자는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 전 상무는 상고를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구속집행정지를 여러차례 연장했으며 이 전 회장은 질병을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이 전 상무는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불허되면서 지난 3월19일 재수감됐다가 지난 7월10일 형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석방됐다. 이 전 상무가 고령인 데다가 고칼륨혈증·관상동맥협착증 등을 앓고 있어 급사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타고난 운이 튼튼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까지 재기한다는 설명이다. 백 원장은 "이 전 회장은 간·소화기관이 약하지만 종명 운은 아니다"며 "현재의 암흑에 좌절하지 말고 주변을 믿고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상무에 대해서는 "눈빛이 맑고 총명한 사람으로 원래 건강한 사람"이라며 "부활의 운기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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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