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양책’ 서민은 안중에 없었다

9·1대책 대해부

정부가 또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주택 재건축이 가능한 연한의 상한선(40년→30년)이 낮아졌고, 주거환경이 나빠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을 허용하면서 불필요한 자원낭비가 커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주택 재건축 연한 40년→30년 완화
강남 목동 등 일부 지역 국한 전망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단기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대 8만 공급 

우선 국토부는 가을 이사철에 맞춰 이번달과 다음달 중 매입·전세 임대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한다. 9월 이후 입주예정인 공공건설주택 2만5000가구 중 6000가구 가량은 입주시기를 1∼2개월 앞당길 방침이다. 미분양 주택은 전세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출보증 지원도 강화한다. 업체별 건설자금 대환대출 보증한도를 기존 1000억∼4000억원에서 2000억∼5000억원으로 늘린다. 미분양 리츠를 통해서도 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한다.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공공임대 리츠와 함께 민간제안 리츠, 수급조절 리츠를 통해 2017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리츠를 통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10년 장기임대 주택 착공 물량을 기존 2만6000가구에서 5만가구까지 확대한다. 민간이 제안한 임대주택 사업에도 기금이 심사를 통해 선별 투자한다. 2017년까지 2만가구를 공급하고 올해 최대 2000가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급조절 리츠는 매각할 공공택지 중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지역 택지를 리츠로 임대사업하는 방식이다. 수급조절위원회가 대상지역, 임대조건, 분양전환시기 등을 결정한다.
주택기금 출자하고, LH가 출자를 하거나 매입확약을 통해 신용보강에 나선다. 임대주택리츠에 일반 국민이 개인 투자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리츠 3호에 500억원 규모 전담 자산유동화증권(Prime ABS) 공모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50% 이상 출자하는 임대주택 리츠가 주택을 취득하는 취득세·재산세를 감면한다. 내년 말 감면 종료하려던 것을 유지한다. 리츠가 임대주택 용으로 집을 매입할 때 60㎡ 이하 주택은 취득세가 면제되고 60∼85㎡는 30% 감면된다. 재산세는 60㎡ 이하가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준공공임대 기금 지원대상 범위를 넓혀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에도 나선다. 기존에는 신규 분양주택을 매입해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최대 5가구까지만 기금대출(연이자 2.7%, 수도권 1억원·지방 7000만원 한도)을 허용했다. 앞으로는 10가구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무주택 서민이 다수 거주 중인 다가구주택도 준공공임대로 등록할 수 있도록 면적제한(85㎡ 이하)을 폐지한다. 다가구주택 대부분이 85㎡를 초과하는 점을 고려했다. 다가구주택을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우선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를 오는 2017년 1월부터 지자체장(시군구청장)이 현행 가점제 비율 40% 이내에서 자율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민영주택 중 85㎡ 초과는 100% 추첨제이나, 85㎡ 이하는 40% 가점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상이한 수급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자율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청약가점제도 손본다. 무주택자에게 가점(최대 32점)을 부여하는 점을 감안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복 차별(1가구당 5∼10점 감점)을 폐지한다. 청약가점제는 민영주택 공급 시 동일 순위 내(1, 2순위)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입주자저축 가입기간(17점) 등을 점수화해 다득점자(85점 만점)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청약제도 개편


또 청약시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형·저가주택 기준을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7000만원 이하에서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1억3000만원(지방은 8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있는 국민주택 청약자격을 완화해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1가구 1주택인 경우 청약을 허용한다. 여기에 1, 2순위로 나누어져 있는 청약자격을 1순위로 통합하고, 국민주택에 적용하는 6개 순차를 2개 순차로 통합해 입주자 선정절차를 단순화된다. 청약예금 예치금 칸막이도 줄어든다.

택지개발 제한

예치금액 이하의 주택은 자유롭게 청약이 가능하고, 예치금 변경 시 청약규모 변경도 즉시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종합저축 등 4종류로 나뉘어 있는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합된다. 지난 2009년 청약종합저축이 출시돼 민간과 공공 주택 중 청약 물량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청약 예금 등 다른 상품들이 존재해 혼란이 가중됐다. 공급주택 유형을 기존 국민주택, 민간건설중형국민주택, 민영주택 3개에서 민간건설중형국민주택을 폐지해 2개로 통합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량 조절에 나선다. 대규모 택지 개발 관련법을 폐지하고 대규모 공공택지도 3년간 지정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건설사 착공 의무기간은 5년으로 연장하고 민간 택지 공급시기도 조절해 시장 전반에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줄일 방침이다.

세입자 융자 완화

국토교통부는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를 지정하지 않는 내용의 주택 공급방식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은 폐지된다. 도시 외곽지역 신규 대규모 택지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을 폐지하고 공공주택법과 도시개발법을 통해 중소형 택지개발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이와 함께 LH는 2017년까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 올 1월 기준 LH 보유택지는 124만가구 규모다. 주택법에서 규정하는 사업 계획 승인 이후 착공 의무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기존에는 사업계획승인 이후 3년 내 착공하게 하고 소유권 분쟁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연장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기존 사업승인 물량을 포함해 모두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LH 분양물량 중 일부는 후분양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후분양은 시공 후 분양하는 것이다. 올해 2개 지구 2000가구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공정률 40%에 이르면 후분양을 실시한다. 내년에는 3개 지구 3000세대를 선정해 공정률 60%에 이르면 후분양을 실시한다. 이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해 LH 후분양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LH 토지은행을 통해 민간 택지 공급시기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에서 2조원(2만가구 내외) 규모 택지를 비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시기를 조정하게 된다.

재건축 기준 완화

 

서민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집값 내에서만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도입하고 디딤돌 대출 금리도 낮춘다. 최근 전세가격이 올라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도 증액하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보증금을 높여 월세를 줄일 수 있는 한도도 커진다. 9·1부동산대책엔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도 포함해 발표했다.
주택기금 유한책임 대출 도입과 디딤돌 대출 금리 인하, 디딤돌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주택 서민이 주택기금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시범적으로 적용한다. 집값이 하락해도 해당 담보 주택만으로 상환의무를 제한하는 것이다.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해당 집값까지만 상환하면 된다.
대출자의 다른 자산에는 압류 등 행위를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주택기금 대출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수익공유형 모기지,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이 있다. 디딤돌 대출 금리도 인하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져(6월 기준 3.58%) 일부 구간은 이미 디딤돌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진 곳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디딤돌 대출금리 2.8∼3.6%를 0.2%P 낮추도록 했다.
청약저축에 2년 이상 가입했을 경우 0.1%P, 4년 이상은 0.2%P 금리를 낮춘다. 디딤돌 대출 LTV·DTI도 조정된다. 현재 디딤돌 대출은 DTI 40% 내에서 LTV 70%까지, DTI 40∼100%는 LTV 60%를 적용했다. 앞으로는 DTI 60% 이하일 경우 LTV는 70%까지 완화된다. 다만 DTI 60∼80%는 LTV 60%를 2년간 적용한다.
LH 임대주택 거주자는 전월세간 전환이 쉽도록 보증금 전환 상한선(50%)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20만원 임대주택은 보증금을 4000만원으로 늘리면 월세를 10만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공공임대 보증금은 LH 부채로 잡힌다. 보증금이 늘면 LH 부채 비율이 증가해 전환 상한선을 50%로 제한했다. 상한선을 정해두지 않으면 공공임대주택 월세 수익이 줄어 주택기금에 납부해야 할 원리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불필요한 자원낭비 커질 것”지적

 

재건축 연한이 최장 30년으로 완화된다. 현재 최장 40년으로 정해진 서울시 재건축 연한은 30년으로 10년 단축된다. 재건축 연한 완화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서울에서 재건축 대상이 될 1987년부터 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24만8000가구에 이른다. 강남3구의 재건축 대상아파트도 3만700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 이외 지역도 21만1000가구가 새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포함된다.
당초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 완하에 소극적이었다. 연한이 넘었어도 사업성이 없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많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고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속속 진행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 연한 도래 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에 불편이 크면 주거환경 평가비중을 강화(15%→40%)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재정비했다.
연한 도래와 관계없이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구조 안전성 사유만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차장, 배관 외에도 층간소음, 에너지효율, 노약자 생활개선 등도 반영된다. 안전진단 기준완화는 재건축 연한을 충족해도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이 가능한데, 실제로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았던 중층단지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연한은 충족하지만 구조가 튼튼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들이 다수 존재했다.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 제한도 완화된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시 85㎡ 이하 주택을 가구수 기준 60% 이상과 전체 연면적 대비 50% 이상 건설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규제는 각 조합이 초소형 주택을 대거 분양해 분양 가구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이번에 정부는 가구수 기준은 유지하되 면적 제한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기부채납 요구 제동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재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공공관리제는 지자체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에 전문가를 보내 사업을 관리하고 사업 추진비를 대출하는 제도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조합장 선거까지 관리한다. 시공사들이 조합장과 결탁해 조합원 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조례를 통해 의무화했다.
정부는 주택사업시 지자체의 과도한 부담 요구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우선 기부채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부채납 관련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정비 등 주택사업 추진시 지자체가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기준은 없어 사업추진에 장애가 돼 왔다. 해당 지침에는 지자체장이 기부채납을 요구할 수 있는 적정한도(총사업비의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 등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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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