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양책’ 서민은 안중에 없었다

9·1대책 대해부

정부가 또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주택 재건축이 가능한 연한의 상한선(40년→30년)이 낮아졌고, 주거환경이 나빠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을 허용하면서 불필요한 자원낭비가 커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주택 재건축 연한 40년→30년 완화
강남 목동 등 일부 지역 국한 전망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단기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대 8만 공급 

우선 국토부는 가을 이사철에 맞춰 이번달과 다음달 중 매입·전세 임대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한다. 9월 이후 입주예정인 공공건설주택 2만5000가구 중 6000가구 가량은 입주시기를 1∼2개월 앞당길 방침이다. 미분양 주택은 전세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출보증 지원도 강화한다. 업체별 건설자금 대환대출 보증한도를 기존 1000억∼4000억원에서 2000억∼5000억원으로 늘린다. 미분양 리츠를 통해서도 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한다.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공공임대 리츠와 함께 민간제안 리츠, 수급조절 리츠를 통해 2017년까지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공공임대주택 리츠를 통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10년 장기임대 주택 착공 물량을 기존 2만6000가구에서 5만가구까지 확대한다. 민간이 제안한 임대주택 사업에도 기금이 심사를 통해 선별 투자한다. 2017년까지 2만가구를 공급하고 올해 최대 2000가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수급조절 리츠는 매각할 공공택지 중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지역 택지를 리츠로 임대사업하는 방식이다. 수급조절위원회가 대상지역, 임대조건, 분양전환시기 등을 결정한다.
주택기금 출자하고, LH가 출자를 하거나 매입확약을 통해 신용보강에 나선다. 임대주택리츠에 일반 국민이 개인 투자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리츠 3호에 500억원 규모 전담 자산유동화증권(Prime ABS) 공모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50% 이상 출자하는 임대주택 리츠가 주택을 취득하는 취득세·재산세를 감면한다. 내년 말 감면 종료하려던 것을 유지한다. 리츠가 임대주택 용으로 집을 매입할 때 60㎡ 이하 주택은 취득세가 면제되고 60∼85㎡는 30% 감면된다. 재산세는 60㎡ 이하가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준공공임대 기금 지원대상 범위를 넓혀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에도 나선다. 기존에는 신규 분양주택을 매입해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최대 5가구까지만 기금대출(연이자 2.7%, 수도권 1억원·지방 7000만원 한도)을 허용했다. 앞으로는 10가구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무주택 서민이 다수 거주 중인 다가구주택도 준공공임대로 등록할 수 있도록 면적제한(85㎡ 이하)을 폐지한다. 다가구주택 대부분이 85㎡를 초과하는 점을 고려했다. 다가구주택을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우선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를 오는 2017년 1월부터 지자체장(시군구청장)이 현행 가점제 비율 40% 이내에서 자율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민영주택 중 85㎡ 초과는 100% 추첨제이나, 85㎡ 이하는 40% 가점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상이한 수급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자율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청약가점제도 손본다. 무주택자에게 가점(최대 32점)을 부여하는 점을 감안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복 차별(1가구당 5∼10점 감점)을 폐지한다. 청약가점제는 민영주택 공급 시 동일 순위 내(1, 2순위)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입주자저축 가입기간(17점) 등을 점수화해 다득점자(85점 만점)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청약제도 개편


또 청약시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형·저가주택 기준을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7000만원 이하에서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1억3000만원(지방은 8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있는 국민주택 청약자격을 완화해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1가구 1주택인 경우 청약을 허용한다. 여기에 1, 2순위로 나누어져 있는 청약자격을 1순위로 통합하고, 국민주택에 적용하는 6개 순차를 2개 순차로 통합해 입주자 선정절차를 단순화된다. 청약예금 예치금 칸막이도 줄어든다.

택지개발 제한

예치금액 이하의 주택은 자유롭게 청약이 가능하고, 예치금 변경 시 청약규모 변경도 즉시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종합저축 등 4종류로 나뉘어 있는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합된다. 지난 2009년 청약종합저축이 출시돼 민간과 공공 주택 중 청약 물량을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청약 예금 등 다른 상품들이 존재해 혼란이 가중됐다. 공급주택 유형을 기존 국민주택, 민간건설중형국민주택, 민영주택 3개에서 민간건설중형국민주택을 폐지해 2개로 통합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량 조절에 나선다. 대규모 택지 개발 관련법을 폐지하고 대규모 공공택지도 3년간 지정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건설사 착공 의무기간은 5년으로 연장하고 민간 택지 공급시기도 조절해 시장 전반에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줄일 방침이다.

세입자 융자 완화

국토교통부는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를 지정하지 않는 내용의 주택 공급방식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은 폐지된다. 도시 외곽지역 신규 대규모 택지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을 폐지하고 공공주택법과 도시개발법을 통해 중소형 택지개발을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이와 함께 LH는 2017년까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 올 1월 기준 LH 보유택지는 124만가구 규모다. 주택법에서 규정하는 사업 계획 승인 이후 착공 의무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기존에는 사업계획승인 이후 3년 내 착공하게 하고 소유권 분쟁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연장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기존 사업승인 물량을 포함해 모두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LH 분양물량 중 일부는 후분양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후분양은 시공 후 분양하는 것이다. 올해 2개 지구 2000가구를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공정률 40%에 이르면 후분양을 실시한다. 내년에는 3개 지구 3000세대를 선정해 공정률 60%에 이르면 후분양을 실시한다. 이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해 LH 후분양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LH 토지은행을 통해 민간 택지 공급시기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에서 2조원(2만가구 내외) 규모 택지를 비축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시기를 조정하게 된다.

재건축 기준 완화

 

서민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집값 내에서만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도입하고 디딤돌 대출 금리도 낮춘다. 최근 전세가격이 올라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도 증액하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보증금을 높여 월세를 줄일 수 있는 한도도 커진다. 9·1부동산대책엔 무주택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도 포함해 발표했다.
주택기금 유한책임 대출 도입과 디딤돌 대출 금리 인하, 디딤돌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무주택 서민이 주택기금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유한책임대출 제도를 시범적으로 적용한다. 집값이 하락해도 해당 담보 주택만으로 상환의무를 제한하는 것이다.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져도 해당 집값까지만 상환하면 된다.
대출자의 다른 자산에는 압류 등 행위를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주택기금 대출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수익공유형 모기지, 손익공유형 모기지 등이 있다. 디딤돌 대출 금리도 인하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져(6월 기준 3.58%) 일부 구간은 이미 디딤돌 대출 금리가 더 높아진 곳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디딤돌 대출금리 2.8∼3.6%를 0.2%P 낮추도록 했다.
청약저축에 2년 이상 가입했을 경우 0.1%P, 4년 이상은 0.2%P 금리를 낮춘다. 디딤돌 대출 LTV·DTI도 조정된다. 현재 디딤돌 대출은 DTI 40% 내에서 LTV 70%까지, DTI 40∼100%는 LTV 60%를 적용했다. 앞으로는 DTI 60% 이하일 경우 LTV는 70%까지 완화된다. 다만 DTI 60∼80%는 LTV 60%를 2년간 적용한다.
LH 임대주택 거주자는 전월세간 전환이 쉽도록 보증금 전환 상한선(50%)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20만원 임대주택은 보증금을 4000만원으로 늘리면 월세를 10만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공공임대 보증금은 LH 부채로 잡힌다. 보증금이 늘면 LH 부채 비율이 증가해 전환 상한선을 50%로 제한했다. 상한선을 정해두지 않으면 공공임대주택 월세 수익이 줄어 주택기금에 납부해야 할 원리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불필요한 자원낭비 커질 것”지적

 

재건축 연한이 최장 30년으로 완화된다. 현재 최장 40년으로 정해진 서울시 재건축 연한은 30년으로 10년 단축된다. 재건축 연한 완화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서울에서 재건축 대상이 될 1987년부터 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24만8000가구에 이른다. 강남3구의 재건축 대상아파트도 3만700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 이외 지역도 21만1000가구가 새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포함된다.
당초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 완하에 소극적이었다. 연한이 넘었어도 사업성이 없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많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고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속속 진행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 연한 도래 후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에 불편이 크면 주거환경 평가비중을 강화(15%→40%)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재정비했다.
연한 도래와 관계없이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구조 안전성 사유만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차장, 배관 외에도 층간소음, 에너지효율, 노약자 생활개선 등도 반영된다. 안전진단 기준완화는 재건축 연한을 충족해도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이 가능한데, 실제로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았던 중층단지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연한은 충족하지만 구조가 튼튼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들이 다수 존재했다.
재건축 주택건설 규모 제한도 완화된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시 85㎡ 이하 주택을 가구수 기준 60% 이상과 전체 연면적 대비 50% 이상 건설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규제는 각 조합이 초소형 주택을 대거 분양해 분양 가구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이번에 정부는 가구수 기준은 유지하되 면적 제한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기부채납 요구 제동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재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공공관리제는 지자체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합에 전문가를 보내 사업을 관리하고 사업 추진비를 대출하는 제도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조합장 선거까지 관리한다. 시공사들이 조합장과 결탁해 조합원 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조례를 통해 의무화했다.
정부는 주택사업시 지자체의 과도한 부담 요구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우선 기부채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부채납 관련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정비 등 주택사업 추진시 지자체가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기준은 없어 사업추진에 장애가 돼 왔다. 해당 지침에는 지자체장이 기부채납을 요구할 수 있는 적정한도(총사업비의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 등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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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