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최근 음식점이나 카페 등지에서 어린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확산 움직임이 불고 있다. '내 아이만 우선'이라는 일부 부모들의 이기주의적인 행태가 이어지자 가게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의견은 '차별이다'와 '이해가 간다'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부 김모씨는 얼마 전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3살 난 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밀고 카페를 들어서다가 카페 주인에 의해 제지당했다. 카페 주인은 출입구에 세워 놓은 '유모차는 사절'이라는 팻말을 가리키며 "아이를 싫어하는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쳐 어쩔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이 키우는 엄마는 커피도 마시지 말라는 거냐"며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김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피해 사례
강남구에서 샤브샤브 음식점을 갓 오픈한 주인 안모씨는 최근 자신의 식당에서 발생한 화상 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이제 막 4살이 된 남자아이가 식당 내부를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다른 손님 상을 건들이면서 끓고 있던 냄비가 손님의 다리로 떨어진 것. 손님은 2도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안씨는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 됐다. 화상을 입은 손님은 아이의 부모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했고, 아이의 부모는 음식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안씨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 안씨는 요즘 매출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5살 이하 아이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다.
영유아 입장을 거절하는 '노키즈존(NoKidsZone)'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급 음식점과 백화점 VIP 라운지, 영화관, 찜질방, 카페 등 아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업주들이 잇따라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것은 '내 아이만 우선'이라는 일부 부모들의 행태가 가장 큰 이유다.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음식점에서 밥 먹고 있는데 남자 아이가 음료수 병에 소변을 봐 토하는 줄 알았다' '카페 테이블에서 아이 똥기저귀를 갈더라'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뛰어다니길래 한마디 했더니 쌍심지를 키고 째려보더라' 등 불만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법원의 판결도 노키즈존 확대와 연관이 있다. 뜨거운 물을 나르던 종업원과 부딪히거나 숯불에 덴 아이들에게 각각 4700만원과 1000만원을 가게 주인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
하지만 의견은 나뉜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어린이 거부하는 음식점·카페 늘어
"너무한다" vs "이해" 찬반의견 팽팽
먼저 반대 의견을 살펴봤다. 아이디 tmvk****은 '○○맘들의 수다방'이라는 카페에서 '노키즈존 저는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노키즈라는 말 자체가 어떤 특정 다수의 부류를 규정지어 차별을 두겠다는 말인데 우리 사회가 이런 차별에 대해 점점 더 무감각해지는게 아닌가 싶다"며 "물론 아이들이 뛰어놀면 위험할 수 있는 장소에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노키즈존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들의 말엔 동의하지만 그 해결책이 '노키즈'라는 차별적인 단어가 아니라 '어린이보호구역'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전했다.
아이디 sziz****은 '○○○○맘'이라는 카페에서 "요즘 노키즈존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아직 ○○(모 지역)에서 노키즈존은 본 적이 없지만 노키즈존 찬성한다는 댓글 볼 때마다 마음이 벌렁벌렁하다. 차 한 잔, 식사 한 끼 하러 갈 수 없을까봐 슬프다. 애기 낳고나니 여기 눈치보랴 저기 눈치보랴 내 삶이 내 삶이 아닌데 참…"이라는 의견을 게재했다.
아이디 yogi****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애가 통제되면 그건 더 이상 애가 아니죠'라는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아이가 장난을 쳐서 민폐를 끼쳐도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통제하면 화내는 부모들이 많다. 같은 부모가 보기에도 민망하다. 하지만 아이를 통제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거 키워보면 안다. 아이 때 말 잘듣고 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식당에서 손님을 골라 받는 거 유럽에선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왜 일까? 식당은 공공장소이며 공공장소는 만인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를 금지시키지만 나아가선 휠체어 탄 장애인도 출입금지 시킬 수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 출입금지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고 경고했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의견은 하나의 주제로 통합됐다. 무개념 '맘피아'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아이디 soni****은 "백화점 화장품코너에서 알바했는데 애기 엄마가 화장품 보는 사이 애기가 진열된 새상품을 열어서 크림을 손에 다 바르고 있었다. 정중하게 배상을 해달라고 했더니 화장품이 열기 쉽게 돼 있는 건 너네 잘못이라며 되레 나한테 클레임 걸더라"라고 말했다.
아이디 13***는 "셀프바에 비치해둔 빨대 주머니에 챙겨가기, 스틱설탕 챙겨가기, 컵 깨고 '어머 깨졌네요' 하고 나가기, 컵 받침 훔쳐가기, 똥기저귀 홀에 버리고 가기, 똥기저귀 홀에서 갈기,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하면 우리 아가 기저귀를 어디서 가냐며 적반하장 '수유실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우기기,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지만, 그 일부가 참 사람 힘들게 해요. 개인적으로는 안 그러신 분들 8에 그런 인간들 2 정도 되는 것 같네요"라는 의견을 남겼다.
어차피 업주 마음
찬반 대립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키즈존은 점주 마음이라는 것. 아이디 오늘도***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개념 없는 부모가 많아지면 조용한 노키즈존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날 거고 그러면 많은 식당들이 노키즈존이 되겠죠. 업주들은 돈을 벌려고 식당을 운영하는 거니까요. 결국 우리가 노키즈존 찬성반대 해봤자 무개념 부모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소용없을 듯…. 정부는 제재할 권리가 없죠. 식당은 사적 시설이니. 불매운동 해도 소용이 없죠. 불매운동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기 있는 사람들이고 아이들 데리고 나가고 싶은 사람들일 텐데 어차피 노키즈존 업주에겐 고객범주가 아니니…. 결론은 우리가 탁상공론 해봤자 업주가 하면 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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