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명가’ 영창뮤직에 무슨 일이…

대기업 품에 안겨 좋아했는데 ‘헐∼’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국내 대표 악기업체인 영창뮤직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8년 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때만 해도 희망으로 가득 찼다. 이도 잠시.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오히려 나빠졌다. 게다가 점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피아노하면 영창이었다. 1956년 국내 최초로 피아노를 생산하기 시작한 영창뮤직은 1990년대 말부터 경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재계 41위(공기업 제외)인 대기업. 당연히 영창뮤직 점주들은 쌍수를 들었다.

8년 전만 해도…

이도 잠시. 8년 전 현대산업개발 품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희망으로 가득 찼던 점주들의 얼굴엔 여전히 수심이 가득하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직전인 2005년 영창뮤직의 매출은 411억원. 이후 2008년 530억원으로 오르는가 싶더니 이듬해 다시 4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엔 매출 436억원을 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다. 영창뮤직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2011년 -7억원, 2012년 2000만원, 지난해 -19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의 경우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2011년 15억에서 2012년 86억원으로 손실이 늘더니 지난해 무려 118억원의 ‘구멍’이 생겼다. 직원(상시종업원)도 2005년 310명에서 지난해 60명으로 줄어들었다.


영창뮤직은 계속된 적자로 자금이 부족하자 모기업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2012년 50억원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긴급 수혈한데 이어 지난해 75억원을 빌려 사용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 아이앤콘스 등에서 각각 30억원, 45억원을 차입했다. 돈대기 바쁜 현대산업개발도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악기 판매가 급감하는 등 전 세계적인 악기 업황의 불황으로 국내 전망도 밝지 않다”며 “영창뮤직은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그나마 모회사에 기대야 유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창뮤직 측도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 진출과 국내 유통망 확대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산업 인수 후 나아질 기미 없어
악기와 무관한 재무·건설통이 경영

그렇다면 영창뮤직 제품을 판매하는 일선 대리점 점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영창뮤직 매장과 대리점은 모두 205개. 이 중 전국 대리점은 100여개에 달한다. 회사가 어려우니 대리점 점주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영창뮤직은 지난 1월 홈페이지에 계약이 종료된 대리점들을 공지했다. 청량리점, 부천춘의점, 이천점, 강릉점, 대천점, 밀양점 등 무려 12개나 됐다. 전국 대리점의 10%가량이 ‘영창’간판을 뗀 셈이다. 앞으로 더 많은 대리점의 계약 해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점주들은 “장사가 안 돼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전체적인 악기 업황의 불황을 악재로 인정하면서 또 다른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바로 경영진의 역할이다. 점주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영창뮤직을 인수한 직후 악기와 무관한 ‘점령군’을 파견했다. 2006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대표이사와 이사를 역임한 박병재씨는 현대차 대표이사, 현대 및 기아차 부회장,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이사 등을 맡았던 주영민씨는 현대산업개발 공사관리팀, 부산김해경전철 관리본부장,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건설통’이었다. 사내이사였던 김정현씨는 현대정보기술 재무팀장, 김세민씨는 현대산업개발 부사장 출신이다.

정몽규 회장도 인수 직후부터 2011년 9월까지 이사, 고문을 맡는 등 영창뮤직 경영에 관여했었다. 현재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 서창환씨는 현대산업개발 재정·경리 중역이었고, 사내이사 김재식씨는 현 현대산업개발 CFO(최고재무책임자)다.

업계 “전문성 떨어진다” 지적
본사 불만 점주들 ‘꿈틀꿈틀’

이 와중에 일부 점주들의 움직임마저 심상치 않다. 본사에 불만을 품은 점주들은 비밀리에 협의회 구성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점주는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돼서 죽겠는데 본사의 횡포까지 심해지고 있다”며 “피해를 입었다는 점주들을 모아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갑질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남양유업과 같은 일이 영창뮤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밀어내기를 지적했다. 주문하지 않은 물량을 납품하고 거래명세서를 임의로 작성한다는 것이다. 받지 않은 물량에 대한 연체료도 청구하는데, 계약에 없는 이자율로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본사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이밖에 ▲주문한 물량 미출고 ▲담당자의 가격담합 요구와 영업간섭 행위 ▲직영매장 주변 대리점에 판매위축 행위 등도 문제 삼았다. 한 점주는 “본사의 말을 안 들으면 출고 정지 등의 압박을 가한다”며 “심지어 계약 해지를 운운하기도 하는데 전화로 큰소리치거나 문자로 욕을 보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싸늘한 분위기

영창뮤직 측은 극히 일부 점주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물품대금을 갚지 않고 있는 대리점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마도 해당 대리점 점주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 같은데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잘라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창 측 해명&반박

영창뮤직은 일부 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는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리점 점주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파트너로 지내온 가족과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는 대리점 요청에 따라 이뤄진다”며 “밀어내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거래내역서 겸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를 매월 대리점에 보내 내역을 확인하게 하고 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또 “연체 이자는 물품대금의 결제가 지연되면 청구하는 것으로 적법한 권리행사”라고 반박했다.


가격담합에 대해선 “악기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로 경쟁이 치열하다. 대리점들에 가격을 지시하면 타브랜드와의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실익이 없는데 이를 강요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면서 “영업간섭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머지 내용들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모두 어불성설로 하도 어이가 없어 특별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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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