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깔렸는데… 실수요자 반응은?

엇갈린 주택시장 전망

“부동산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이나 금융 규제 완화가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보내면서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갖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꿈틀대기 시작한 주택시장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진단을 내놨다. 7월 들어 거래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주택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 그래야 시장이 힘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들어 부쩍 달라진 주택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부 긍정적 평가
정작 시장에선 “회복 쉽지 않다”지적

한 달여 전만 해도 올 하반기 약보합 수준의 흐름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단기적이나마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월 이후 풀이 죽었던 주택시장이 최근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을 일단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로 평가한다. 정부 대책의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쓸 수 있는 카드
다 꺼내놨는데…



규제의 마지막 성역이나 다름없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푼 것이 주효했고, 정부가 위험수위의 가계부채 논란을 무릅쓰고 어떻게 해서든 주택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규제 완화가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경기부양 최우선’이라는 포괄적 기조로 시장을 살리겠다고 메시지를 준 것에 대한 심리적 효과는 작지 않아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얹어진 것도 한몫했다. 새 경제팀의 부동산 활성화 의지가 LTV, DTI 등 금융규제 완화로 나타나고,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거래 활성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이에 따라 일부 수요자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의 거래 복원력은 아직 크지 않고 여름 휴가철까지는 횡보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정책 효과는 재건축 호가 상승, 매수 대기자들 매물문의 증가 정도로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언제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까.
LTV와 DTI 규제완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무주택 세입자다. 비수기에 전세가 나가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는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이 끝나면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자보단 실수요자가 얼마나 매수시장에 유입되느냐가 시장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 교체수요, 나아가 다주택자까지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푼 것으로 가을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겠지만, 만약 규제완화 관련 후속입법이 지연되면 내년 상반기에나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책 효과가 집값 상승 흐름을 대세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흐름이 일시적이냐 아니냐는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재건축 활성화방안, 청약통장 및 공급규칙 개편 등이라도 스케줄대로 이뤄져야 올 가을 거래 증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가을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정책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면 시장이 더 활기를 보일 수 있지만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시장 흐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놨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최근 시장 움직임이 ‘반짝’장세에 그치고 다시 위축으로 돌아서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회복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나왔는데도 경기회복이 더디면 주택 수요는 다시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고, 정부가 멍석을 깔아 놨는데 실수요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회복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90%
“정책방향 찬성”


처음엔 시장 참여자들이 DTI와 LTV 규제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를 당연시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향후 집값 전망이나 구매력 등에 더 무게를 두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기 회복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주택시장 회복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
올 가을 전월세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이겠지만, 이 역시 매매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지역적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산층 상층부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전환이 많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저가 전세지역은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많아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클 수 있고 지역적으로 움직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세시장은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공급물량 증가로 안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강동, 서초 등지는 재건축 이주 수요에 따라 전월세시장 불안이 재현될 소지가 있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들이라면 지역별 수급상황을 미리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DTI·LTV 완화…국민 10명 중 6명 ‘찬’
절반 이상 “부동산 매매 더 활성화해야”


DTI·LTV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전국 공인중개사 10명 중 9명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 회원 중개업소 가운데 89.1%는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0.9%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내놓은 공인중개사들은 ‘투기가 우려된다’ ‘부자만을 위한 정책’ ‘정책이 자주 바뀌어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LTV·DTI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선 등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41.0%, ‘다소 긍정적’35.4%등 긍정적인 평가가 76.4%로 많았다. ‘다소 부정적’7.0%, ‘매우 부정적’2.4% 등 부정적인 평가는 9.4%에 그쳤다. ‘보통’이라고 답한 경우는 14.1%였다.
‘LTV·DTI 규제 완화에 따른 부동산 거래는 현 수준에서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69.6%로 가장 많았고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것’16.7%,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12.0% 순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1.6%였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된 LTV·DTI 개선 방안 외에 ‘현재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부동산 관련 규제 중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재정비 활성화 방안 마련(재개발, 재건축 규제 개선)’이라는 답변이 35.8%로 가장 많았다. ‘주택공급규칙 전면 재검토(청약제도 개선 및 간소화)’는 22.3%,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은 21.8%,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는 20.2% 순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내각의 새 경제팀은 지난 7월24일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중 LTV·DTI 규제 완화는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7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부동산 매매 활성화 정책 방향과 이번 7·24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작년 ‘8·28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발표 직후인 9월 3∼5일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이 결과 현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53%가 ‘더 활성화해야 한다’, 34%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13%는 의견을 유보해 우리 국민 절반은 매매 활성화를 바랐다. 그러나 작년 조사에서 ‘활성화해야 한다’64%, ‘그럴 필요 없다’20%였던 것과 비교하면 활성화 주장이 11%p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약 60%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으나 20대와 40대는 약 50%가 ‘활성화’, 약 40%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답해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30대는 ‘활성화해야 한다’44%, ‘그럴 필요 없다’48%로 의견이 갈렸다.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60%가 찬성, 27%가 반대,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에 대해서는 연령, 지지정당, 생활수준, 집 소유 여부 등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대체로 찬성이 더 많았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535명)의 75%가 찬성했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사람(349명) 중에서도 44%가 찬성했다.
LTV·DTI 완화로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도 모처럼 온기가 감돌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매수심리 자극에 나선 만큼 가격대가 높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짝하다 위축되면
더이상 희망 없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지난달 11일 이후 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힌 데다 재건축 단지들의 매물 출시가 급속히 줄면서 가격이 점차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7월 첫째 주까지 마이너스 변동률(-0.02%)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단기간에 상승 반전된 셈이다.
특히 LTV와 DTI가 동시에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1일 직전인 7월 마지막 주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6억원 이하가 0.02% 상승한 데 반해 6억원 초과가 무려 0.09% 상승하며 고가 재건축이 전체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주공의 경우 저가 매물은 이미 지난달 중순 모두 소진됐고 대출규제 완화 소식과 함께 매도 호가도 큰 폭으로 뛰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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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