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분양가… 핫플레이스 어디?

요즘 뜨는 상가 베스트

상가에 부동산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부 분양 현장에선 과열 현상까지 벌어지는 상황. 상가 시장의 ‘핫플레이스’는 어딜까. 최근 분양하고 있는 상가들의 분양가를 알아봤다.

비싸야 팔려?…고분양가 상가들 속출
일부 현장에선 과열 현상까지 벌어져

얼마 전 강남대로에 위치한 구 뉴욕제과 빌딩이 한 자산가에게 매각됐다. 매매가는 총 1050억원. 3.3㎡당 가격은 약 5억17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부지에 상가 건물을 지어 분양한다면 3.3㎡당 분양가는 얼마일까. 아마도 1층 기준으로 최소 4억〜5억원은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한다.
최근 상가시장의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인 세종시 상가가 3.3㎡당 1억2000만원을 보이면서 상가 분양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세종시 상권이라고 하지만 과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 왕십리 뉴타운 2구역 단지 내 상가 ‘텐즈힐몰’은 일부 1층 분양가를 3.3㎡당 800만원대에 분양 중이다. 1층 기준 전체 평균 분양가가 3.3㎡당 1920만원선이다. 세종시 단지 내 상가가 왕십리 텐즈힐 몰에 비하면 무려 6.25배 비싼 셈이다.

행복도시 상가분양
낙찰률 최고 451%

행복도시 단지 내 상가분양 낙찰률은 최고 451%까지 치솟는 등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상가 분양가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행복도시 정주여건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 1-1생활권과 1-3생활권 공공분양아파트 단지 내 상가 15개에 대한 공개경쟁 입찰 결과 평균 낙찰률 271%로 전량 낙찰됐다.
1-1생활권 M10블록의 경우 전용면적 31㎡ 6개 상가가 약 1억9000만원 안팎의 예정 가격이 제시됐으나 낙찰가는 모두 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예정가 4억2900만원이 제시된 전용면적 64㎡ 1개 상가의 낙찰가는 11억원을 넘어섰다. 1-3생활권 M1블록 전용면적 31㎡ 8개 상가의 예정가격은 2억2000만원 안팎이었지만, 낙찰가는 5억원 이상 최고 11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105호의 경우 예정가격 2억4843만원이 제시됐으나, 11억2052만원에 낙찰돼 최고낙찰률 451%를 기록했다. 상가 입점 시기는 1-1생활권 M10블록이 내년 1월, 1-3생활권 M1블록이 내년 8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에 공급된 단지 내 상가 중 최고낙찰가를 기록한 상가를 보면 전용면적 3.3㎡당 가격이 1억2000만원에 육박했다. 이 정도면 전국 최고수준으로 실물경기는 싸늘한데 상가입찰에 과도한 경쟁이 벌어져 거품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11년 6월 분양된 첫마을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분양 결과와 이번 결과를 비교하면 얼마나 과잉경쟁이 심화됐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첫마을 A-1·2블록 단지 내 상가 23개 분양에서 예정가 총액은 81억5512만원이었지만, 낙찰가 총액은 2배에 가까운 162억6232만원이었다.
A-12블록 한 점포의 경우 예정가격 3억6805만원의 251%인 9억2400만원에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한 후 재입찰에 들어가는 해프닝 끝에 4억505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나기도 했다. 어쨌든 평균 낙찰률은 200%를 넘기지 않은 199.4% 수준이었다. 이 정도 수치를 두고도 부동산 업계는 과잉 경쟁이 부른 진풍경으로 향후 물가상승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보이고 있다. 

서초동 강남대목타워와 지웰타워 등은 1층 국내 최고가로 분양에 나섰지만, 최초 분양가 대비 각각 20, 24% 할인을 해 겨우 분양을 마칠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3.3㎡당 분양가가 최고 2억5000만원로 분양을 시작했는데, 당시 강남대목타워의 1층 분양가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선보인 상가 분양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서초동 1303번지 일대에 12층 규모다.
부산 서면 한울트라움 아파트 32평형의 분양가가 2억5000만원임을 감안하면 비교가 쉽게 될 것이다. 분양면적 305㎡형 상가를 매입하려면 총 230억725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분양면적 180㎡형 상가 기준으로 2층 분양가는 65억6520만원(3.3㎡당 1억2157만원)이며, 3층은 49억2390만원(9118만원), 4층은 32억8260만원(6078만원) 등이다. 이처럼 상가분양 가격이 3.3㎡당 최고 2억5000만원로 책정한 것은 강남대로변에 신규 분양하는 상가가 드문 데다, 개통된 9호선 때문에 상권이 새롭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3㎡당 2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고가 분양가격으로 관심을 모은 강남 교보타워 인근의 강남대로변(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상권) 상가 건물들은 대부분 미분양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 상가는 분양 계약자가 대부분 나타나지 않은 모든 상가를 임대로 돌리거나 분양 가격을 할인하는 몸값 낮추기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 나서야 했다.
강남 교보타워 인근인 강남대로변(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상권) ‘서초W타워’(1〜16층) 등 상가 건물은 분양 개시 6개월 동안 대부분의 상가가 계약자를 찾지 못했다. 급기야 서초W타워는 분양 예정이던 상가를 모두 임대로 전환했다. 바로세움3 상가의 경우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2억원
대부분 미분양

잠실 트리지움(구 잠실3단지) 단지 내 상가는 분양 전부터 3.3㎡당 1억3000만원으로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레이크팰리스(구 잠실4단지)보다 우월한 입지여건과 1000여 세대에 이르는 배후단지 수요로 관심을 끌었다. 실제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는 2009년 잠실 재건축 단지 2만4479세대의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데다 각 단지 내 상가에 비해 신천역과 가까워 상권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예상대로 지상 1층 3.3㎡당 분양가는 최고 1억5000만으로 역대 최고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또 지하철 신천역과 바로 연결되는 지하 1층 점포는 최고 4500만원에 달했다. 결국 몇 년 후 트리지움 상가는 공매로 넘어가 최초 분양가 대비 3분의1 토막이 나는 신세가 됐다.
서울 강북지역에서도 3.3㎡당 분양가가 1억원(1층 기준)을 넘어선 상가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뉴진원개발이 은평뉴타운 주변에서 분양 중인 복합상가 ‘와이타운’의 1층 분양가는 3.3㎡당 1억원으로 책정됐다. 지하 2층〜지상 12층에 31개 점포로 구성된 이 상가는 2·3층 점포의 분양가도 3000만〜3500만원이다. 이전까지 강북지역에서 최고가에 분양됐던 상가는 지난해 서대문구 대현동 ‘메르체’테마상가로 3.3㎡당 9426만원이었다.
그렇다면 서울 강남과 명동을 누른 전국에서 가장 비싼 상업용 건물(상가)은 어딜까.
국세청이 최근 ‘전국에서 가장 비싼 상업용 건물’로 발표한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1번 출구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호반메트로큐브’다.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인 이 건물의 내년도 상가 기준시가는 1㎡당 평균 1964만8000원. 이는 3.3㎡당 6495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세종시 상가 3.3㎡당 1억2000만원
최대 거품지 강남역 주변은 초토화

 

3.3㎡당 1층 최고 분양가는 1억3000만원이다. 이 건물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상가로 꼽힌 이유는 수도권 최고 관심지역인 판교신도시에 있는데다, 전용률도 다른 상가에 비해 크게 높은 96.8%에 달하는 점 때문이다. 호반메트로큐브는 ▲지하 1층 기계실과 관리실 ▲지상 1층 상가와 자전거 주차장 ▲2〜7층 자동차 주차장 ▲8〜10층 오피스텔 등으로 이뤄졌다.
상가 내 분양가가 가장 비싼 점포는 코너에 위치한 휴대전화 직영점으로 100㎡(이하 전용면적)에 26억원이다. 최근엔 한 보험회사가 29.41㎡를 약 7억원에 분양받았다. 31개 점포로 구성된 1층의 공실률은 20% 수준. 현재 미계약 점포 가운데 38㎡의 경우 15억원에 분양가가 책정돼 있다.
몇 달 전부터는 미계약 상가에 대해 분양가를 10〜20% 정도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점포는 보증금 1억원에 월 9000만원 수준으로 코너에 위치해 있다. 가장 임대료가 싼 점포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80만원으로 대로변 뒤편에 있다.
주변 상가들도 분양가격이 비싼 편이다. 복합상업시설(알파돔시티) 부지를 사이에 두고 대로변에 있는 상가의 경우 45㎡에 18억〜19억원 수준이다. 상가매매 호가 상승은 2015년 완공을 앞둔 판교 테크노밸리가 한몫한다는 게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 설명이다.
테크노밸리는 66만여㎡ 부지에 3000여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게임업체들과 안철수 연구소, 메디포스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60% 수준인 테크노밸리 입주가 더 이뤄지면 상가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와이타운 대박
트리지움 굴욕

최근 정부의 전월세 과세로 상가시장의 분위기가 다소 과열 양상을 띠면서 분양가도 동반상승하는 분위기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신규 신도시와 택지지구 내의 상가 분양가격이 고공행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입지와 가격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가분양이 한창인 서울 마곡지구 내 A상가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3800만원선에 달하고 같은 건물 내에서도 위치가 뛰어난 곳은 4600만원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에서 공급 중인 상가의 3.3㎡당 분양가 역시 3800만〜4500만원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아파트 분양의 경우 ‘착한 가격’이 트렌드로 정착되는 모습이지만, 상가는 고분양가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가격이 너무 비싼 경우가 많다. 그래서 투자비 대비 수익률을 꼼꼼히 분석한 뒤 분양을 받아야 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기보다는 가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할 상가의 종류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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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