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대선을 방불케 하는 거물급 후보들의 잇따른 출마로 눈길을 끌었던 7·30재보선이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24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행위도 전면 금지돼 판세는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이번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거물들의 생존 여부에 쏠려있다. 과연 그들은 재보선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역대 재보선은 정계거물들의 복귀무대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적은 지역을 놓고 경쟁을 벌이다보니 정치신인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던 것이다. 지난해 4월24일 치러진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무성, 이완구, 안철수 의원은 불과 1년 만에 여야 지도부를 장악했다.
미래 불투명
이번 7·30재보선은 역대 재보선 중 최다지역에서 치러지는 미니 총선급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두관 전 경남지사, 나경원 전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정현 전 청와대홍보수석 등의 여야 거물들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세명은 과거 대선후보였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이들의 선거성적표와 원내 입성 여부에 쏠리고 있다.
우선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손학규 후보의 경우는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으로부터 수원벨트 전승을 이끌라는 특명을 받았지만 당장 자신의 생존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상대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병이 비록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남 지사의 부친인 고 남평우 의원이 무려 22년간 수성한 여당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는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이다.
지방 언론인 <중부일보>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9~20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후보(43.4%p)는 김 후보(51.2%p)에 10%p 가까이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잡음과 권은희 후보의 재산 의혹 파장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선거 막판에는 경기지사와 4선 의원을 지낸 저력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손 후보가 김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패하게 된다면 당장 대권의 꿈은 멀어지고 당분간 정치적 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 김포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경기 김포시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내리 3선을 한 대표적인 새누리당 강세지역이다. 상대인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도 정치신인이지만 치킨 프렌차이즈인 ‘굽네치킨’의 창업자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지방신문인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주)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홍 후보는 43.4%p의 지지율을 얻어 37.2%p에 그친 새정치연합 김 후보를 오차범위 밖까지 따돌렸다. 이번 조사의 오차 범위는 ±4.4%p다.
새정치 거물급들 재보선 빨간불
거물 정치인들에게 잔인한 7월
특히 홍 후보가 내세운 ‘토박이 대 철새’의 프레임이 선거 초반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홍 후보는 집안 대대로 400년을 김포에서 산 토박이고, 김 후보는 400km를 날아온 철새”라며 경남도지사 출신의 김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포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한강 신도시 개발 등으로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야권에게 무조건 불리한 지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소속 시장까지 탄생했다”며 “김 후보가 낙선한다면 개인의 역량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지난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 후보는 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4.5% 대 34.4%로 10.1%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중 단일화가 성사돼 이번 결정이 향후 선거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야권단일화가 과거만큼 큰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선거 판세를 단숨에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기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도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정은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라 의외의 결과다. 수원정 지역은 유권자 평균 연령이 32.8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다.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이기도 하다.
지방신문인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주)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임 후보는 34.2%의 지지율을 얻어, 27.4%의 새정치연합 박 후보를 6.8%p 앞서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4.4%p다.
지역주의를 허물겠다며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도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도 했다. 역대선거에서 호남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는 20%만 넘겨도 선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순천KBS와 여수MBC가 지난 20, 21일 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신뢰수준 95%) 결과, 이 후보(38.4%p)가 서 후보(33.7%p)를 4.7%p가량 앞질렀다.
얕보다 당했다
만약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 호남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당선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같은 결과는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지역에 예산을 폭탄처럼 투하하겠다”는 이 후보의 ‘예산폭탄’ 공약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판에는 호남 유권자들이 결국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라 결과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이처럼 과거 재보선은 거물급들의 복귀무대가 되어온 반면 이번 7·30재보선은 거물급들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과연 그들은 재보선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이어 경기지사까지 김포 방문
김두관 "선거 중립 위반한 것"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박근혜 대통령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김포 방문을 두고 선거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포 재보선 후보인 김두관 후보 측은 “부도 위기에 처한 팬택 사업장을 남경필 도지사가 방문한다고 하는데 적절치 못한 처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선거운동 개시 직전에 김포를 방문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일상적 민생탐방이라고 했지만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는 대통령의 김포 방문 사진을 버젓이 선거 공보물에 게재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후보 측은 “새누리당과 홍철호 후보는 김두관 후보가 두려워도 대통령과 도지사까지 동원하는 치졸한 유혹을 뿌리치고 정정당당하게 민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