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②'나도 대권주자' 최문순 강원도지사

"대권도전 여부, 알아서 판단해 주세요"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이제 일제히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방선거가 만들어 낸 스타다. 최 지사는 지난 2011년 4·27보궐선거에 깜짝 등장해 불리했던 판세를 단숨에 뒤집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당시만 해도 정치신인에 불과했던 그의 승리는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최 지사는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원도지사를 역임하면서도 늘 이슈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최 지사의 재선은 야권의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이뤄낸 것이라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강원도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여권세가 강하다. 이렇듯 불리한 지역판세 속에서도 최 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그만큼 그의 인물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정치권에서 최 지사의 몸값이 연일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민선 6기의 임기를 시작한 최 지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하루 10개가 넘는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최 지사를 만나봤다.
다음은 최 지사와의 일문일답.

- 우선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민선6기 강원도정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 민선6기의 도정비전은 '소득 2배 행복 2배 하나 된 강원도'입니다. 동계올림픽 및 특구, 양양공항, 레고랜드,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알펜시아, 수도권 연결 교통망 등 강원도의 신성장 동력을 중점 육성하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할 것입니다.

또 도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관광산업에도 매진해 체류형 관광시설 확충,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 문화예술 콘텐츠산업 육성 등을 해내겠습니다. 이외에도 농어업 6차 산업 육성, 지역자본의 역외 유출 방지 시책 등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 강원도는 새정치연합 현역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야권의 불모지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선거기간 직접 도루묵도 팔고, 감자도 팔며 강원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다녔습니다. 그런 진정성을 봐주신 것 같습니다. 처음 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도민들을 섬기는 저의 자세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재선에 성공하셨지만 강원도의회는 새누리당이 총 44석 중 38석이나 차지했습니다. 도정을 추진함에 있어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는데.
▲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시는데 저는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민선5기 때도 새누리당 도의원 수가 과반이 넘었지만 큰 문제없이 도정을 잘 운영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며 도의회의 여소야대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과반이 안 되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오히려 조화와 상생,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드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색채 강한 강원도서 재선 성공
뛰어난 인물 경쟁력, 높아진 몸값

- 도의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된 타 광역단체들에서는 '연정'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저는 연정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도정을 펼치면서 양당이 크게 부딪힐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게 고등학교 무상급식 정도인데 그거 외에는 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없어서 연정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겉보기엔 연정을 하면 크게 무슨 효과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연정을 하면 실제 할 수 있는 행위는 정무부지사 자리를 상대 당에게 주는 것 정도가 고작입니다. 저는 그보다는 여성부지사를 임명해서 도내 여성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 여성부지사를 임명하시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동안 도내 여성들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펼칠 기회가 없었습니다. 훌륭한 여성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모성의 섬세함과 배려라는 새로운 덕목을 도정에 적용해 강원도 내부의 단합을 도모하고 도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나가겠습니다.

- 재선에 성공하시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최 지사를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사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지원유세에 나온 제 딸들을 보고 도민 여러분들께서 "손녀가 아니냐"고 하시더군요. (도정을 운영하며 그만큼 건강을 많이 해쳤는데) 대권까지 바라보긴 버겁습니다.(웃음) 그 부분은 언론인 분들께서 쓰시고 싶은 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 타 광역단체장들의 경우 이미 몇몇 분은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대권도전 러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광역단체장들의 대선 출마는 지역정부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은 광역단체장들이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다소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들께서 잘 판단해 결정하실 문제라고 봅니다.

- 대표 공약으로 어르신 건강카드 지급, 대학생 등록금·취업지원금 지원 등을 약속하셨습니다. 일각에선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 절대 포퓰리즘이 아닙니다. 저는 도민들께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이 같은 공약들을 만들게 됐습니다. 해당 공약들은 예산도 많이 안 들고 파급효과도 높습니다.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복지는 즉시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생산으로, 생산이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방식입니다.


일례로 어르신 건강카드 공약의 경우 1년에 8만원 정도의 의료비를 어르신들에게 지원하게 되는데, 현재 도내 약국, 한의원 같은 곳들이 불경기로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의료비 지원은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도내 의료계 종사자들과 연관업체, 그 가족들에게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것입니다. 해당 공약들은 도의회와 합의가 되면 바로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해당 공약들을 이행하는 데 470억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셨습니다. 현재 강원도가 집행하고 있는 예산의 대부분이 경직성 경비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처럼 어떤 형식으로든 후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요?
▲ 강원도의 한 해 전체 예산이 약 4조원 가량 됩니다. 해당 예산은 겨우 전체 예산의 1퍼센트 남짓입니다. 도의회만 동의해준다면 결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습니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살펴보면 개최지가 올림픽 이후 오히려 빚에 허덕이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올림픽 이후 시설의 사후활용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저는 우선 올림픽 이후 강원도가 빚에 허덕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과잉투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올림픽이 끝난 이후 시설들을 유지 관리하는 데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설들을 헐어버릴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빚잔치로 끝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북한이 참여할 예정인데, 평창 올림픽의 경우는 아직까지 북한의 참여여부가 불투명합니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북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하는 것 아닌지요?
▲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려면 반드시 북한이 동참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동계종목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할 선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 공동훈련을 제안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자 올림픽 안 돼…시설철거까지 고려"
"연정 실효성 없어" 화합의 정치 약속

-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접경지역이 많은 강원도의 특성상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으십니까?
▲ 강원도 관광산업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선경후정’의 관점에서 보면 관계개선의 실마리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접경지역이 많은 강원도 관광산업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남북 간 경제협력과 통일준비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모쪼록 정부에서 담대하고 통 큰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 지사께선 과거 도내에 골프장이 난립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민선5기를 마치며 발표하신 주요 성과들을 보면 도내에 들어선 골프장들을 마치 민자유치의 모범사례처럼 포장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 해당 시설들은 단순한 골프장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광시설들이 합쳐진 종합형 리조트입니다. 저는 도내에 골프장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임 후 강원도지사 직속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해왔습니다. 앞으로도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먼저 다시 한 번 저를 믿어 주시고, 도정을 맡겨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후보를 선택하신 도민들의 뜻도 존중하면서 늘 대화와 타협으로 강원도를 발전시키는 데 ‘올인’하겠습니다.

향후 몇 년은 강원도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피와 땀을 아끼지 않고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우리 강원 도민들께서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지혜와 열정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담=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최문순 강원도지사 프로필>


▲MBC 기자
▲MBC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
▲MBC 대표이사
▲제18대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강원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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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