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온기 돌면 정부·국회가 찬물

하반기 달라지는 제도

살아날 듯 온기가 돌던 2014년 상반기 주택시장은 2·26 주택임대차 선진화방안(이하 2·26 대책), 세월호 참사, 6·4 지방선거, 월드컵 등으로 다시 위축됐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반기 세월호 선거 월드컵 등으로 위축
주택시장 활성화 위한 대책 마련 목소리

올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부동산 제도 중 재건축 규제완화가 단연 눈에 띈다. 이르면 6월말 수도권 민영주택의 소형주택건설 의무가 폐지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하반기에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간임대주택 임차권 양도 및 전매 전면 허용 등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뭐니 뭐니 해도 시장의 불씨를 사그라지게 한 장본인인 분리과세 및 2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 등을 담은 ‘2·26 대책의 전월세 과세 수정안’에 대한 국회 법안 처리가 가장 큰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그럼 올 하반기 시행을 앞둔 부동산 제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소형주택 의무 폐지
초과이익환수도 폐지

주택 보유수와 상관없이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4%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되고, 월세 비과세 유예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당정 협의를 거쳐 의원입법으로 추진 중이다. 2주택자에 대한 전세보증금 과세 방안도 수정될 예정이다.
▲민영주택 소형주택건설 의무 폐지 = 이르면 6월말부터 수도권 민영주택의 소형주택건설 의무가 폐지된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민간사업자 보유택지에서 건설하는 300가구 이상 주택은 전체 건설호수의 20%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로 건설하도록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체 건설호수의 75% 이상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건설하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이와 함께 주택조합 등의 규모별 건설비율 제한도 완화해 시장상황에 따라 주택조합 등이 일정부분 자율적으로 공급규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월세 과세 수정안
국회 처리 어떻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안’이 국회 상정 대기 중이다. 하반기 중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시절 집값이 급등하자 재건축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초과이익 환수제가 폐지되면 서울 강남권 등 신규주택 공급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현재는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들은 초과이익 환수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한시적인 완화책이 시행되고 있다.
▲수도권 재건축 1가구 1주택 공급규정 폐지 =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사업의 경우 기존 조합원이 원하면 신규주택을 현재 소유 주택수만큼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이 6월 국회 법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는 소유 주택수와 관계없이 1가구 1주택만 공급하도록 돼 있다.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영 =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방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또 다시 6월 국회 법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은 상한제를 원칙적 으로 폐지하되 집값 급등 우려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돼 현 주택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지적돼 왔으나 야당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적격 당첨자 소명기간 단축 = 오는 10월 29일부터 부적격 주택 당첨자의 소명기간이 단축된다. 현재 입주자모집기간은 모집공고부터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통상 30〜40일이 소요된다. 이 중 부적격 당첨자 소명기간이 10일 이상 소요됐다.
이 때문에 예비입주자들의 주택 구입이 지연됐고, 다른 주택을 구매하는 기회도 잃는 일들이 빈번했다. 또한 사업주체는 분양지연으로 비용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도 야기됐다. 앞으로는 부적격 당첨자가 주택 소유 여부 등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간을 당초 10일 이상에서 7일 이상으로 단축해 당첨자 명단을 신속하게 확정할 수 있도록 한다.
▲부적격 당첨자 제재요건 완화 = 올 하반기부터 부적격 당첨자의 당첨을 취소하되, 부적격 당첨일부터 3개월간 청약을 박탈한다. 현재 청약자격을 위반해 당첨된 자는 고의성 여부에 따라 청약통장 효력이 상실되거나 지역에 따라 1〜2년간 청약자격이 박탈됐다.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 규모 완화 = 하반기 중 30가구 미만 주택건설 시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지난 6월3일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 규모 완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주거환경개선 및 주거환경관리 사업시행을 위한 정비구역은 정비사업을 통해 정비기반시설(도로, 주차장 등)이 설치되는 점을 감안해 해당 정비구역 내 공동주택 건설 시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준을 50가구 이상으로 완화했다. 2〜3인 거주 가능한 주택의 공급이 활성화되도록 일정 도로요건(6m 이상 폭 등)을 갖춘 단지형 도시형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도 사업계획 승인기준이 50가구 이상으로 완화된다.

그나마 재건축 규제완화에 기대
민간임대사업 활성 방안도 주목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 방안 =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임대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돼 7월 중 시행된다. 기존 매입임대사업자가 준공공임대사업자로 전환·등록 시, 이전에 임대한 기간의 반(최대 5년)을 준공공임대주택 임대의무기간(10년)으로 인정해준다.
또한 임대의무기간 중 임대주택 매각이 허용되는 사유를 확대하고, 국민주택기금 또는 공공택지를 지원받지 않은 순수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임차권 양도·전대를 완전 허용(임대사업자의 동의를 전제)한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세제혜택을 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임대료 규제를 받는 민간임대주택이다.
▲중개수수료율 인하 = 국토부는 14년째 그대로인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연구용역을 거쳐 연내에 수수료를 낮출 방침이다. 주요 내용은 전셋값의 급등으로 인해 3억〜6억원 금액의 전셋집을 구할 때 같은 가격의 주택을 살 때보다 수수료를 많이 부담하는 역전현상을 해소한다. 수수료율은 최고 0.8%를 낮출 방침이다. 또한 현재 0.9%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개발부담금 한시적(1년) 감면 = 오는 7월 15일부터 1년간 인허가 등을 받아 시행하는 계획입지사업의 개발부담금이 감면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 시행하는 개발사업은 개발부담금의 50%를 경감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전액 면제된다.
▲리츠 투자규제 완화 = 리츠 투자규제 완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및 시행령 개정사항이 입법예고 중으로 이르면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후 사모형 위탁관리와 기업구조조정 리츠가 등록제로 전환되는 등 부동산 리츠의 규제가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모든 리츠에 대해 배당 방식을 자율화하고, 자기관리 리츠는 의무배당비율이 90%에서 50%로 완화된다. 위탁관리 리츠에 대한 보험사 등 금융기관의 주식취득제한(15%) 적용을 배제한다.
▲공공임대리츠에 대한 입주자모집 조건 완화 = 앞으로 공공임대리츠도 국가·지자체 또는 LH 등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있도록 입주자모집 조건을 완화한다. 공공임대리츠 사업으로 10년 공공임대 주택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2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도 수정될 예정

▲사회복지시설 기부채납 시 용적률 완화 = 오는 7월1일부터 건축물을 지을 때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해 국가 등에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이 완화된다. 용적률을 완화 받을 수 있는 시설에는 국공립어린이집, 노인복지관, 지자체가 해당 지역 수요를 고려해 조례로 정하는 시설 등이다.
이들 시설을 제공하면 기부채납 면적의 2배까지 추가 건축이 가능해져 사업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추가되는 건축면적으로 인해 증가하는 용적률은 해당 지역에서 허용되는 용적률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주거급여 개편 = 기초생활보장제도 내 주거급여를 개편해 10월부터는 종전보다 지급대상과 규모를 확대해 지원한다. 새로운 주거급여는 2013년 이후 대상가구의 거주형태, 주거비 부담 등을 고려해 주거비 지원 수준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한다. 본격적인 시행 전, 7〜9월까지 약 4만 가구에 시범지급 된다. 현재 주거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개편된 제도에 따라 지원이 계속된다. 신규 수급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8월부터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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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