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세월호 성금 0원’ 대기업은?

나라에 큰일 생겼는데…덩칫값 못한 재벌그룹 어디?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한 재계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각 기업들은 사정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성금을 보면 재계 서열이 보인다는 것. 물론 덩칫값을 못하거나 헛기침만 하는 '미꾸라지'도 적지 않다.

나눔은 재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도약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나라에 큰 일이 생기면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빛이 난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도 아픔을 나누기 위한 재계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눈치만 슬슬

재계의 성금 모금은 5월23일부터 시작됐다. 그로부터 한달 뒤 모금액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안전 대한민국 만들기 및 세월호 피해 지원 사업의 성금접수액은 약 1050억원에 이르렀다. 75개 그룹사와 기업 명의의 성금이 약 942억원, 일반인 및 사회단체 명의의 성금이 약 108억원이었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의 모금 현황은 어떨까.

<일요시사>가 지난 2일 기준 50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공기업 제외)의 세월호 성금을 집계(6월25일 현재)한 결과 총 898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성금을 낸 곳은 모두 30개 기업으로, 나머지 20개 기업은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재계 서열 1위다운 '통큰 기부'로 화제를 모았다. 성금 모금 첫날인 지난달 23일 가장 먼저 세월호 희생자 가족 지원 등에 쓰일 성금 1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기금회에 전달했다. 삼성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안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날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는 100억원을 기탁했다. 현대차는 "국가 안전 인프라 구축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이번 성금을 준비했다"며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재계 서열 3∼5위인 SK와 LG, 롯데는 각각 80억원, 70억원, 43억원을 냈다. 6위 포스코는 36억4000만원, 7위 현대중공업은 40억원, 8위 GS도 40억원을 내놓았다. 9위 농협은 지역 단위 별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기부하고 있다. 10위 한진과 11위 한화, 13위 두산은 똑같이 성금 30억원을 기탁했다. 14위 신세계, 15위 CJ는 20억원씩 쾌척했다.

이밖에 ▲16위 LS(15억원) ▲19위 동부(10억원) ▲20위 대림(10억원) ▲25위 현대백화점(15억원) ▲29위 영풍(10억원) ▲31위 코오롱(11억원) ▲37위 KT&G(15억원) ▲48위 아모레퍼시픽(10억원) 등은 각각 10억∼15억원을 모금회에 전달했다.

홈플러스, 현대산업개발, 이랜드…
50대 대기업 중 20곳 감감무소식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실적과 재계 순위 등을 감안해 눈치껏 기부금이나 성금을 책정한다"며 "계열사들의 연중 기부와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 활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계 서열이 높을수록 사회참여가 많다"고 설명했다.

모금회 측은 이번에 조성되는 성금의 사용처에 대해  "유족대표, 경제계 인사, 안전 전문가 등으로 (가칭)'범국민성금배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재계 서열대로 성금을 전달한 가운데 몸집보다 많은 '통큰 기부'로 시선을 끄는 기업도 있다. 바로 부영과 KCC다. 두 기업은 재계 순위가 각각 21위, 34위인데도 20억원, 26억8000만원의 성금을 맡겼다.

그런가 하면 재계 서열에 맞지 않게 '덩칫값'을 못한 대기업도 있다. 12위 KT는 15억5000만원을 기탁했다. 이 돈은 KT와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 등 23개 계열사 기부금 12억6000만원과 KT그룹사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모금된 2억9000만원으로 마련됐다.

상대적으로 서열이 낮은 기업들이 15억∼20억원을 냈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KT는 "그룹 임직원 및 IT서포터즈 700여명은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향소 등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24시간 통신 서비스 지원 및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등 피해지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2위 현대와 26위 효성, 35위 한라는 각각 5억원을 모았다. 28위 동국제강은 1억원을, 47위 하이트진로는 6억원을 내놨다. 이들 기업도 사정은 있다. 하나같이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조직 내부의 전면 '수술'을 강행하고 있다. 현대와 효성, 한라,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역시 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재계 순위 50위 기업 외에 성금 행렬에 동참한 곳도 적지 않다. 네이버(20억원), BMW(10억원), 아주(10억원), 동서식품(6억원), 풍산(5억원), 삼양사(3억원), 일산실업(1억원), LIG손해보험(1억원) 등이 온정을 보냈다.

반면 아직까지 성금 소식이 들리지 않는 곳도 있다. 50대 기업 중 무려 20개 기업이 내지 않았다. 17위 대우조선해양은 세월호 성금을 안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세월호 사고 직후 가장 빨리 3600t급 해상크레인을 진도 사고 해상에 보낸 바 있다.

18위 금호아시아나도 성금 명단에서 빠져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1일 경영진 11명과 함께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바 있다.

OCI(23위), 에쓰오일(24위), 대우건설(27위), 미래에셋(30위), 한국지엠(32위), 한진중공업(33위), 홈플러스(36위), 한국타이어(38위)는 성금을 내지 않고 있다. 태광(39위), 대성(40위), 현대산업개발(41위), 교보생명보험(42위), 코닝정밀소재(43위), 세아(44위), 이랜드(45위), 태영(46위), 삼천리(49위), 한솔(50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형편 어려워서?

이들 기업의 입장은 엇갈린다. "조만간 낼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계획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1년 기부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지출이 어렵다"고 잘라 말한 곳도 있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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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