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세월호 의문의 침몰 ①풀리지 않는 미스터리10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 "부끄럽고 화나고 슬프다"

[일요시사=사회팀] 박민우 기자 = 뒤집힌 세월호. 나라도 발칵 뒤집혔다. 역대 최대급 인명 피해가 예상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참사가 일어난 지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 원인과 침몰 과정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각종 설만 난무하는 실정. 이번 사고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되짚어봤다.

 

 

 

더 구할 수 있었는데…도대체 왜?
사고원인 침몰과정 두고 각종 설만 난무

승객과 선원 등 총 470여명이 탑승한 세월호가 인천을 떠난 것은 15일 오후 9시께. 당초 이날 오후 6시30분 출발 예정이던 세월호는 안개로 인해 2시간30분 지난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밤새 순조롭게 운항해 전남 진도군 해상에 도착한 세월호는 오전 8시55분께 긴급한 구조요청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뱃머리 바닥만 간신히 수면 위로 드러낸 채 선체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겼다.

[의문1] 안개 속 운항 '왜?'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안개가 심한 데도 왜 운항을 강행했냐는 것이다. 이날 안개 속 인천항을 떠난 배는 세월호가 유일해 더욱 의문이 커진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 들어섰을 때도 안개는 걷히지 않은 상태였다.

해경은 "세월호가 사고해역에 도달했을 당시 시정거리가 1마일(1852m)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짙은 안개를 무시한 무리한 운항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감히 중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경은 세월호가 무리한 출항을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3주 전에도 안개 속에서 여객선 충돌 사고를 낸 적이 있는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발뺌했다. 항해 안전운행 지침에 파고 2.5m, 풍속 10m 이상 등이면 여객선 운항이 전면 금지된다. 하지만 선장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경우 제한적으로 운항이 가능하다.


[의문2] 항로 변경 '왜?'

세월호는 안개로 출발이 지연된 만큼 도착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름길'을 택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가 예정보다 늦게 출항하면서 입항 시간을 맞추려고 평소 다니던 항로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지점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이라며 "이는 진도 남쪽으로 돌아가는 해도상의 인천-제주 권고항로를 벗어난 항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항로는 선박들이 운항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항로"라고 덧붙였다. 

권고항로란 특별한 법적근거는 없지만 선박의 교통질서 확립과 선박 통항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권고하는 항로로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한다. 권고항로를 벗어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선박들은 권고항로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사 측도 항로 이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 정상적인 안전항로를 크게 이탈한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문3] 사고원인 '왜?'

가장 의견이 분분한 대목은 바로 사고 원인이다. 전문가들도 각기 다른 추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엔 짙은 안개 속에 무리하게 출항했다가 암초와 충돌해 좌초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또 외부 충격과 내부 폭발 등도 좌초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세월호 선장 등 승무원을 조사한 해경은 사고 원인을 '변침'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선장은 사고 원인을 변침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변침은 여객선이나 항공기 운항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항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뱃머리를 갑자기 돌리는 순간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침몰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세월호가 사고 지점에서 급하게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면서 1, 2층에 실린 화물과 승용차 등이 충돌했을 터. 세월호엔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157t이 실린 상태였다.

당시 승객들이 증언한 '쾅'하는 소리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나리오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선체를 끄집어내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의문4] 시간차이 '왜?'

사고 시간과 신고 시간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와 진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1시간 이상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목포해경 상황실에 접수된 최초 사고 신고 시각은 오전 8시58분. 그런데 현지 어민들에 따르면 신고 시각 1시간여 전부터 세월호가 바다에 정지해 있었다고 한다.

한 어민은 "바다에서 그 배를 처음 본 것은 7시∼7시30분쯤이었다"며 "마을에 도착하니 9시가 좀 넘었는데 그때 구조작업에 동참해달라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어민의 말대로라면 세월호는 사고 현장에서 1시간여 동안 머물다 8시30분 이후부터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최초 신고는 사고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이 한 게 아니다. 단원고 한 학생의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가족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조난신고는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조난신고가 사고 발생보다 1시간 이상 늦어졌다면 그만큼 구조작업도 지체됐다는 얘기가 된다. 승무원들이 직접 조난신고를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의문5]- 모자란 2시간 '왜?'

1분1초를 다투며 진행된 필사의 구조작업은 2시간 동안 이뤄졌다. 그동안 탑승자 475명 가운데 179명이 구조됐으나 나머지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조난 신고가 접수된 건 8시58분. 여객선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11시30분쯤이다. 이에 따라 2시간이나 있었는데 왜 모두 구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일고 있다.
 

먼저 승무원들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승무원들은 사고 직후 "밖으로 나가지 말고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 객실에 있어라"란 내용의 안내방송을 하다가 약 30분 뒤에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방송을 했다. 선체가 기울자 뒤늦게 대피령을 내린 것이다. 지체된 대피로 실종자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고, 이미 물이 들어와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우왕좌왕한 모습도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처음 배가 그대로 버틸 것으로 오판했다. 구조에 나선 해경과 해군도 눈에 보이는 승객만 구하는 데 급급했다. 그러나 2시간 후 침몰했고, 내부에 갇힌 승객들은 모두 실종됐다.

[의문6] 안내방송 '왜?'

그렇다면 "객실에 있으라"는 안내 방송은 왜 한 것일까. 세월호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란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어 배가 기울어도 "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란 방송으로 승객들의 이동을 막았다.


자체 수습을 시도한 정황으로 판단되는 이 대응은 결과적으로 승무원들의 판단 미스였다. 승객들이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수습만 하려다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물이 들어오면 퍼내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장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선장은 승객들을 급히 대피시켜야 할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보통 선장은 배에 문제가 생기면 승객들을 구명보트 등이 있는 데크(갑판)로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면 승객들이 한꺼번에 선상으로 올라오면 배가 더욱 기울어 침몰이 가속된다는 의견도 있다.

[의문7] 안 펴진 구명벌 '왜?'

선박 화재나 침몰 등 해난 사고가 일어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때 '구명벌(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이란 비상 탈출기구를 활용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구명벌은 선박이 물 속으로 가라앉을 때 수압이 가해지면서 자동으로 펴진다. 수동으로 끈만 풀러서 작동할 수도 있다.

세월호에도 구명벌 46대가 구비돼 있었다. 1대당 25명씩 탑승할 수 있어 모두 1150명이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중 펴진 구명벌은 단 1대뿐이었다. 배가 가라앉으면 자동으로 펼쳐져야 했지만, 나머지 45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체 승객을 다 태우고 남을 만큼의 구명벌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구조된 승객들은 구명조끼에만 의지한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 구명조끼도 270여개가 선미에 보관돼 있었지만 승객들은 이를 입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문8] 전원구조 발표 '왜?'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세월호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엔 사고 초기 잠시 희소식이 전해졌다. '전원구조'란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등 한때 술렁이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사고 당일 오전 11시9분께 언론에 문자 메시지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고 통보했다. 단원고도 학부모에게 '모두 구조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학교로 몰려온 학부모들에게도 "모두 구조됐으니 안심하라"고 알렸다. 일부 언론도 '수학여행 학생 전원 구조'라고 보도했다.
 

이도 잠시. 곧바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원고는 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식 발표와 다른 것이 뒤늦게 확인되자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잘못된 소식의 진원지는 학교였다. 단원고에 파견된 경찰관이 학교 관계자에게 정확하지 않은 첩보를 전달한 게 발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엉터리 발표도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해경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초기 서로 다른 현황을 발표해 혼란을 키웠다.

[의문9] 실종자 문자 '왜?'

세월호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학생이 보낸 구조요청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SNS에 "지금 배 안인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나 아직 안 죽었으니까 안에 사람 있다고 좀 말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온 것. 이외에도 온라인상에 실종자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와 카카오톡들이 여러 건 공개됐다.

한 실종 학생의 어머니는 "지인이 배 안에 있는 학생으로부터 '살아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전해왔다"고 말해 학부모들이 환호를 질렀다. 실종자와 직접 통화를 했다는 가족도 있었다. 이를 근거로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 가족들은 "배 안에 생존한 실종자가 있는데 왜 구조하지 않냐"며 해경에 항의했다.

해경은 실제 실종자들이 보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신자 추적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사실 확인이 안 된 정보들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자를 사칭해 허위 문자메시지를 유포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엄정 처벌할 방침이다.

[의문10] 탈출한 선장 '왜?'

"객실에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올 당시 이준석 선장은 탈출을 준비했다. 이 선장은 승무원들과 함께 일반 승객들이 다 대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배를 버렸다. 이는 명백한 선원법 위반이란 지적이다.

선원법 10조(재선의무)를 보면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 다만 기상 이상 등 특히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장이 자신의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직원 중에서 지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또 선박 위험 시 조치를 다룬 11조에도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선장은 인명구조는커녕 가장 먼저 배를 탈출했다. 실제 세월호 1차 구조자 명단엔 이 선장의 이름이 떡하니 올라있다. 더구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선장은 탈출 후 진도 한국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동안 병상에서 바닷물에 젖은 현금을 말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선장뿐만 아니라 승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구조 생존자엔 사망한 승무원 박지영씨 1명을 제외한 29명이 포함돼 있다. 승무원 30명 중 29명이 생존한 것이다. 결국 선원과 승무원들이 승객 구조를 외면한 채 자신만 생존하기 급급해 피해를 키운 셈이다. 승무원들이 발 빠른 구조작업만 벌였더라도 더 많은 승객들을 구조했을 것이란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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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