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에 빠지다 ❹전남 진도

한 서린 듯 신명 난 듯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진도를 대표하는 노래는 ‘진도아리랑’이다. 진도를 여행하면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국립남도국악원, 진도향토문화회관, 진도문화체험장 등이 대표적이다. 진도아리랑을 비롯해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등 중요무형문화재와 진도북놀이, 진도만가, 남도잡가, 진도소포걸군농악, 조도닻배노래 같은 전남무형문화재 등 우리 전통국악을 공연한다. 국악공연을 감상하면 왜 진도가 ‘민속의 보고’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그림을 그리며 말년을 보낸 운림산방에 가면 5대째 화가 가문을 계승하는 허씨 가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전함 12척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명량해전의 전장 울돌목은 진도대교가 놓인 바다이며, 세방낙조전망대에서는 점점이 솟은 작은 섬 사이로 서서히 내려앉은 태양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환상적인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진도서 태어난 전 국민의 아리랑…애잔한 매력
국악 체험 넘어…소리·그림·이순신 장군 만나러

“놀다 가세 놀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진도를 여행하면 누구나 한번쯤 듣고 흥얼거리는 진도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현재 전승되는 아리랑은 60여 종 3600여 수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이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이다. 진도가 어디 있는지 몰라도, 진도아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하는 가락은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하다.
세마치장단(4분의 6박자 혹은 8분의 9박자 국악 장단)을 기본으로 한 진도아리랑은 떠는 음, 평으로 내는 음, 꺾는 음이 뼈대를 이룬다. 정선아리랑이 애절함이 묻어난다면, 진도아리랑은 육자배기 가락에 구성진 목청이 어우러진 진도 특유의 정조가 있다. 혼자 부르면 유장하고 슬픈 노래지만, 여럿이 부르면 빠르고 흥겨워 신명나게 한다.

영혼의 울림
아리랑과 판소리

“진도사람 치고 노래 한 가락 못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진도사람들은 흥이 있고 노래에 소질이 있다. 예전에는 김매던 아낙네들이 지나는 남정네 앞에 짚으로 엮은 멱서리를 던져 노래를 청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소리 한 가락 멋지게 뽑아내면 시원한 물이나 먹음직스러운 새참을 대접받지만, 머뭇거리거나 소리가 신통치 않으면 비아냥거림을 감수해야 했다.
지금이야 소리를 청하는 아낙을 만날 수 없지만, 소리하는 아낙은 만날 수 있다. 진도에서 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곳은 국립남도국악원, 진도향토문화회관, 진도문화체험장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여행자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다. 진도아리랑을 비롯해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등 중요무형문화재와 진도북놀이, 진도만가, 남도잡가, 진도소포걸군농악, 조도닻배노래 같은 전남무형문화재 등 우리 전통 국악을 공연한다. 국악 공연을 감상하면 왜 진도가 ‘민속의 보고’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국립남도국악원에서는 매주 ‘금요 상설공연’이 펼쳐진다. 대학에서 소리, 무용, 기악을 전공한 전문 단원들이 기악합주, 무용, 가야금병창, 민요, 사물놀이, 판소리 등 수준 높은 공연을 선물한다.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진중하고, 때로는 애잔한 국악의 매력에 젖어드는 시간이다.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체험도 가능하다. ‘주말 문화체험’에 참여하면 1박2일간 민요나 장구, 강강술래를 배울 수 있다. 국립남도국악원 내 숙박시설을 이용한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7시 ‘진도 토요 민속여행’이 펼쳐진다. 국립남도국악원이 정악 위주 공연을 하는 데 비해,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이 펼치는 공연은 진도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다. 진도아리랑을 관객과 함께 부르고, 강강술래에 담긴 ‘남생이 놀이’ ‘청어 엮기’ ‘기와 밟기’ 등 다양한 놀이도 선보인다.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처럼 치는 진도북놀이는 소리와 움직임이 어우러져 흥을 돋운다.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진도만가 등은 망자를 주제로 한 진도지방 특유의 장사문화를 보여준다.
진도문화체험장에서는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4시와 7시에 공연이 열린다. (사)진도민속문화예술단 단원들이 진도아리랑, 북춤, 진도만가, 진도엿타령 등을 선보이는데, 관객과 어우러지는 쌍방향 커뮤니티 공연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관객에게 진도아리랑을 한 구절씩 알려준 다음 소리를 시키기도 하고, 함께 강강술래를 하며 신명 나는 시간을 공유한다. 여행 중에 짬을 내 진도문화를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관람료는 5000원으로, 홍주를 비롯한 진도 특산품을 시식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진도는 소리 못지않게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그림은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으로 상징된다. 소치는 진도에서 태어나, 28세 때 해남 대흥사 일지암에 기거하던 초의선사 밑에서 공재 윤두서의 화첩을 보며 그림을 배웠다. 33세 때 초의선사의 소개로 추사 김정희를 만나 본격적인 서화수업을 받았다. 김정희는 중국 원나라 4대 화가 중 한 사람인 황공망을 대치라 한 것에 비유해 허련을 소치라 했다. 운림산방은 허련의 아들 미산 허형, 손자 남농 허건 등을 거쳐 5대째 화가 가문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즐길거리 가득한
민속의 보고


운림산방은 허련이 1856년 스승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이다. 이곳에서 작품 활동하며 여생을 보냈다. 주위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뤄 운림산방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ㄷ자 기와집인 본채와 초가로 된 사랑채, 새로 지은 기념관으로 구성된다. 운림산방 앞에 네모난 연못이 있고, 가운데 섬에는 배롱나무가 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의 승전보를 울린 울돌목은 진도의 대표적인 명소다. 해남군과 진도군을 잇는 진도대교가 놓인 바다가 울돌목이다. 울돌목은 ‘소리 내어 우는 바다 길목’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이를 한자어로 바다가 운다고 해서 ‘울 명’에 ‘대들보 량’을 써서 명량이라고 부른다. 폭은 294m에 불과하지만 물살이 세고 소용돌이가 쳐서 그 소리가 해협을 뒤흔들 정도라고 한다. 원균이 다대포와 칠천곡에서 대패한 뒤 해상권을 잃자,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이순신이 울돌목에서 왜선 133척을 맞았다. 이때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 전함 12척이 있습니다”라는 장계를 올리고, 수군에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라고 한 말이 유명하다. 명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왜선 31척을 무찌르고 해상권을 회복했다. 

진도 여행의 대미는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장식한다. 진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몰이지만, 진도 낙조 하면 세방낙조가 첫손에 꼽힌다. 점점이 솟은 작은 섬 사이로 서서히 내려앉은 태양이 순식간에 바다로 빨려 들어가면서 빚어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진도대교→진도타워→운림산방→세방낙조전망대→국립남도국악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진도대교→진도타워→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용장성→국립남도국악원→세방낙조전망대
· 둘째 날 : 운림산방→남도전통미술관→진도향토문화회관→진도개 테마파크→진도읍성→진도문화체험장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진도군 관광문화   http://tour.jindo.go.kr
· 국립남도국악원  www.namdo.go.kr


문의 전화
·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061)544-0151
· 진도군 관광안내소   061)542-0088
· 국립남도국악원 금요 상설 공연   061)540-4034
· 진도향토문화회관 토요 민속 여행   061)544-8978
· 진도문화체험장   061)544-1196
· 운림산방  061)540-628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진도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5, 09:00,15:30, 17:35) 운행, 약 5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 진도공용터미널 061)544-2121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목포 IC→목포 시내→영산강 하구→대불산단→해남우수영→진도대교→진도읍→국립남도국악원



숙박 정보
· 골든비치모텔 : 군내면 진도대로, 061)542-2255
· 태평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7000
· 프린스모텔 : 진도읍 남동1길, 061)542-2251
· 아리랑모텔 : 진도읍 남문길, 061)542-6812


식당 정보
· 나주곰탕 : 곰탕, 진도읍 남동1길, 061)542-7179, http://cityfood.co.kr/h9/najugomtang3
· 버섯마을 : 백반, 진도읍 동외1길, 061)544-6446
· 다도해관광회센타 : 생선회, 지산면 세방낙조로, 061)543-7227
·  옥천횟집 : 회정식, 진도읍 철마길, 061)543-5664


축제와 행사 정보
· 명량대첩축제 : 2014년 9월 중, 녹진관광지 일원, 061)286-5258(명량대첩기념사업회)


주변 볼거리
회동 신비의 바닷길, 남도진성, 용장성, 진도개 테마파크, 관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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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