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대성그룹의 '유령회사들'편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사회적 책임도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런데 직원이 없고 매출도 전혀 없다면…. 보통 이런 법인은 서류만으로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라 불린다.
대성그룹이 수상한 계열사들을 끼고 있다. 버는 거 없이 쓰기만 하는 '애물단지'다. 그런데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실적 없이 유지
지난 1일 기준 재계순위 40위(공기업 제외)인 대성그룹은 총 7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63개 그룹 가운데 SK그룹(80개), GS그룹(80개)에 이어 대성그룹이 계열사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74개)과 현대차그룹(57개)보다 많다. LG그룹(61개)·롯데그룹(74개)·한화그룹(51개)도 대성그룹에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대성그룹 계열사 중 상당수가 매출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무려 9개나 된다. 내부거래로 유지되거나 실적이 형편없는 계열사도 17개나 있다. 다시 말해 대성그룹 몸집에 30%가 넘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매출 제로'인 대성그룹 계열사는 영컨설팅·대성지주·대성홀딩스·나우필·파주영농·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남곡이지구·제이씨알 등으로 조사됐다.
1994년 설립, 2008년 대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영컨설팅은 출판 및 경영자문 업체로, 2012년 매출이 '0원'이다. 유지비용으로 500만원 적자만 났다. 공시를 시작한 2010년부터 실적이 없다. 주주는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장남 정한씨(15%), 부인 차정현씨(10%)로 100% 오너회사다.
대성지주와 대성홀딩스도 매출이 없다. 2000년 설립, 2008년 대성그룹 계열사가 된 대성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SI)업체다.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다른 대기업의 SI 계열사와 달리 바닥을 기고 있다. 김영대 회장(52.5%)이 최대주주. 차정현(16.25%)·정한씨(16.25%)도 지분을 쥐고 있다.
대성그룹엔 대성홀딩스 법인이 2개다. 둘 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딴판이다. 김영훈 회장(39.9%)이 이끄는 대성홀딩스는 연 4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상장사다. 반면 김영대 회장(100%)이 키를 잡고 있는 대성홀딩스는 이른바 '좀비회사'다.
'직원 0명·매출 0원' 이상한 계열사들
계열사 30% '거품'…사실상 개점휴업
2005년 설립, 2007년 대성그룹에 소속된 나우필은 김영훈 회장(100%)의 개인회사다. 전시 및 행사·광고대행을 주로 하지만 2012년 손가락만 빨았다. 2010∼2011년 설립된 파주영농과 디에스아이호텔, 디에스아이리테일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자본금만 까먹고 있는 실정. 작물 재배업체 파주영농은 대성산업(99.93%) 자회사다. 부동산 임대업체 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도 대성산업(100%) 자회사다. 대성산업으로선 3개 계열사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남곡이지구와 제이씨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5년 설립, 2010년 '대성 식구'가 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개발 및 공급업체로 부채가 1244억원에 이르는 등 자본잠식 상태다. 가하이엠씨(45%) 자회사다. 2005년 설립된 선박 운송업체 제이씨알도 인권비만 나가고 있다. 대성밸류인베스트먼트(100%) 자회사다.
이들 9개사 중 직원(종업원)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영컨설팅·나우필·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제이씨알·대성지주는 공시상 직원이 단 1명도 없다. 파주영농은 4명, 남곡이지구와 대성홀딩스는 각각 3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력이 전혀 없는 사실상 '뇌사' 상태인 대성그룹 계열사도 있다.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서울도시개발·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에이원·알앤알·디엔에스피엠씨·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굿랜드·굿가든·문경새재관광·가하컨설팅·제이헨·포디알에스 등이다. 이들 회사는 '식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도시개발은 매출의 90% 이상, 매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다. 가하이엠씨와 한국물류용역, 에스필, 대성쎌틱에너시스는 매출의 98∼100%가 내부거래 물량이다. 에이원, 알앤알, 디엔에스피엠씨,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대성아트센터, 대성나찌유압공업도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 이들 회사도 모두 대성 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물론 오너의 개인회사도 있다.
내부거래 성지
굿랜드·굿가든·문경새재관광·가하컨설팅·제이헨·포디알에스는 '구멍가게'보다 못한 실적을 냈다. 그나마 이마저도 내부거래 덕분에 가능했다. 굿랜드와 굿가든은 2012년 매출이 각각 7900만원, 1200만원에 불과했다.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7300만원, 1000만원이나 된다.
문경새재관광은 2012년 고작 1000만원을 벌었는데, 모두 계열사에서 나온 매출이다. 가하컨설팅 1억3000만원, 제이헨 4800만원, 포디알에스 3600만원도 전부 계열사에 의존한 결과다. 가하컨설팅은 김영대 회장(10%)의 지분이 있다. 제이헨은 정한씨와 그의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포디알에스도 정한씨(51%)가 최대주주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