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 양주시 ‘낚시터 커넥션’ 추적

시골 마을서 터진 저수지 스캔들 "냄새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양주시 소재 한 낚시터에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 관할 당국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2년 전 불법 사실이 지적되고 주민들이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묵살하고 있어 업체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연관돼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211-1 일대에는 면적 14만8760m², 저수량 87만8000t, 몽리면적 203ha의 기산저수지가 조성되어 있다. 장흥국민관광단지와 최근 조성된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밸리와 인접하고 높은 산에 둘러싸여 경치가 수려해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와 가족 나들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산저수지 내에는 낚시꾼 외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저수지로 통하는 3개의 길 초입에는 '방문차량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서있다. 출입은 낚시터 이용요금을 낸 낚시꾼과 그들의 차량만이 허용된다. 심지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출입조차 통제된다. 무슨 일일까?

"시끄럽다"
통행금지

기산저수지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과 백석읍 경계에 있는 꾀꼬리봉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막아 만든 저수지다. 기산리 일대에서 농업용수로 이용된 후 문산천으로 입수한다. 1971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75년 12월 준공된 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기산저수지는 농어촌공사가 저수지 주변 주민들의 수익 보장을 위해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기산리마을향우회 내수면 어업계에서 5년 임대 조건으로 낚시터업 허가를 받아 운영을 하고 있다. 대표는 김모씨로 오는 6월2일 허가가 만료된다.

기산저수지가 소재한 기산리 211-1 일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말소사항 포함)를 보면 지난 2008년 10월 거래가액 1억3700만원에 김 대표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약 5개월 뒤 김 대표는 기산저수지 인근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과 지상권 설정을 완료했다.


조용하던 저수지에 돌을 던진 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농어촌공사에서 허가받은 수상좌대와 관리사무소 외에 수상가옥, 가설교, 무허가음식점, 저수지 성토 등 각종 불법시설물들을 설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낚시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저수지 통행까지 가로막았다. 주민들에게는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1년에 300만원 지급이 전부다.
 

뿔난 주민들은 단체 행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농어촌공사와 양주시청에 낚시터 영업을 중단시켜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냈다. 지난 2012년 11월에는 지역 언론을 통해 "기산저수지를 돌려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공론화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저수지 수변 경관을 해치는 낚시터를 즉각 폐쇄하고 인근 마장저수지와 같이 수변에 산책로와 수변테크 등을 조성, 지역의 관광명소로 만들어 줄 것을 농어촌공사 등에 요구했다.

당시 김 대표는 "관광형 저수지로 조성하자는 의견에는 찬성하지만 정상 영업 중인 낚시터를 폐쇄하자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낚시터 폐쇄 요구는 주민들 간에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임대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저수지 폐쇄 여부와 관광형 저수지 조성 등의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주·동두천 전 국회의원 친인척 연루설
지역 보좌관 친형이 수십년간 식당 운영

하지만 자행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관련 민원을 수십 번 제기했지만 농어촌공사는 사태를 해결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저수지 면적은 차량 통행을 위해 성토된 폐건축물로 나날이 줄어들었고 수상가옥과 방갈로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에 악취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중순에는 주민 30여명이 서명하고 작성한 고발장이 양주시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고발장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김○○이 기산저수지 및 유수지가 마치 자기 사유지인 것처럼 저수지를 상류, 중류, 하류로 분류해 곳곳을 불법 훼손하여 무허가식당과 부대시설, 수상가옥, 불법매립으로 인한 유수지 축소 등의 의혹이 있다"며 "양주시청이 주민들의 뜻을 헤아려 조속한 처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말썽을 빚고 있는 기산저수지를 <일요시사>가 직접 찾았다.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주민 대표 김씨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배경이 있기에 관할당국이은논란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며 "낚시터 운영자 김 대표도 '하려면 해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낚시터 곳곳은 온갖 불법 시설물로 가득했다. 양주시장이 발급한 낚시터업 허가증에는 낚시터 부대시설로 화장실 4개동과, 관리실 4개동, 폐기물분리시설 및 편의시설 등만 허가하고 있다. 기산저수지 낚시터의 수상시설물 확인서에도 농어촌공사는 수상좌대 10개동(3인용)과 잔교 10개동(10인용 4개동·15인용 3개동·25인용 2개동·35인용 1개동), 관리사무소만 허가했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기산저수지 낚시터는 무허가로 가득했다.

수십 번 민원에도
'나 몰라라' 일관

폭 5m 가량의 도로를 이어 주는 다리는 철관으로 가설됐고 안전장치 하나 없는 상태에서 차량이 통행하고 있었다. 다리 바로 아래는 저수지로 심각한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이 다리는 지난해 원래 있던 인도가 물에 휩쓸려 내려가면서 김 대표가 낚시터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저수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도로도 낚시터 개장 초기에는 없었다. 낚시터 운영이 시작된 뒤 생겼다는 것. 저수지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토지 중 주민들 사유지를 제외한 모든 구역은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도로를 덮고 있는 천막을 들춰보니 깨진 벽돌과 폐시멘트 등 폐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낚시꾼들에 의해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도 널려 있었다. 저수지에는 죽은 물고기가 떠다녔다.

오폐수 무단 방류, 가설교, 불법 매립
문제 일자 지역 언론 '돈다발 입막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폐수 무단 방류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낚시터에 간이 화장실과 방갈로, 수상가옥을 운영하면서 오폐수를 저수지에 무단 방류했다. 관할 당국은 기산저수지 주변에 위치한 식당과 펜션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저수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했다. 식당과 펜션 주인들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오폐수를 흘려보내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펜션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저수지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해 놓고 정작 저수지 내에 위치한 낚시터가 저수지로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것은 눈감아 주고 있다"며 "이럴 거면 무엇을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낚시터를 운영한 것은 올해로 딱 5년째. 5년 전 김 대표의 전임자가 10년 동안 낚시터를 운영할 때도 불법시설물은 존재했고 15년 전 첫 운영자가 낚시터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됨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업체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할 당국의 석연찮은 해명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했다. 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통해 불법에 대한 내용을 파악했고 관련 시설물을 낚시터 소유의 토지를 옮기라고 지시하고 가설교에 대해서는 말뚝을 박는 등의 방법으로 차량 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는 인정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들의 민원과 지역 언론의 문제제기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낚시터 소유의 토지와 인근 식당, 주민들의 토지 간 지적 측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공사에서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지적 측량을 정식으로 의뢰했고 결과가 나오면 전반적으로 손을 댈 예정"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의 특성상 관할 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자주 교체되어 대응이 미숙했다"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양주시청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기산저수지의 원소유주는 농어촌공사로서 낚시터는 개인이 농어촌공사와 임대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것으로 양주시청은 낚시터업 허가를 내준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주장은 달랐다. 김 대표는 "농어촌공사는 1년에 3∼4번 현장조사를 나왔고 그에 따라 모든 불법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가설교와 방갈로가 불법인 것은 인정하지만 수상좌대와 수상가옥에 대해서는 농어촌공사에서 모두 허가를 내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농어촌공사와 맺은 저수지 이용 계약은 5년인데 양주시청에서는 1년 단위로 낚시터업 허가를 내줘 매년 이를 연장하기 위해 지대한 공을 들여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법행위 알면서도 묵인 왜?
양주시-농어촌공사 책임 전가

김 대표에 따르면 기산저수지 낚시터는 국내 10위 안에 들 정도로 낚시꾼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시설투자비 명목으로 약 10억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낚시터가 이제야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낚시터를 없애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나보고 죽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양주시청 측은 "관련법상 개인이 임대한 저수지라도 공익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뒤 "그럴 경우 낚시터 운영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2년 단위로 허가를 내주고 마지막에는 저수지 이용 만료 기간인 올 6월2일까지 약 1년간 허가를 내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낚시터 관리당국인 농어촌공사가 불법을 묵인한 의혹에 대해 전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연관돼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양주시·동두천시 전 국회의원 A씨의 자취는 낚시터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먼저 기산저수지 낚시터의 첫 운영자는 A씨의 작은 처남 B씨였다. 주민들 사이에서 B씨는 양주를 근거지로 해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A씨의 정치자금줄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와 B씨는 양주시 대형교회 조성과 아파트 개발, 인도네시아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으며 특히 B씨는 모 지역신문 명예회장에게 대가성 현금 1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낚시터 내에 위치한 한 식당 주인은 A씨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지역보좌관 겸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C씨의 형이다. 이 식당은 낚시터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낚시터 운영자가 수차례 바뀌었음에도 불구, 같은 자리에서 같은 주인이 수십년 동안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수지 돌려 달라"
목적 맞게 운영해야

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 관할당국의 기산저수지 낚시터 불법 행위 묵인과 유착 의혹을 제기한 지역 언론사에 동종 업계 직원이 돈다발을 들고 찾아와 기사 삭제와 추가 보도 자제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기사 내용에 등장하는 업체나 관할청이 아닌 언론사에서 기사 삭제 요청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배경에 고위 인사가 관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의 요구 사항은 하나다. 저수지를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기산저수지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약 3km 지점에는 면적 19만8000m²의 중형급 저수지 '마장저수지'가 있다. 마장저수지 또한 당초 낚시터로 사용됐지만 2006년부터는 공원 조성 사업으로 낚시가 금지됐고 현재는 근린공원으로 조성됐다. 2009년 3월부터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났다. 

주민 대표 김씨는 "기산리마을향우회 내수면 어업계는 개인이 낚시터를 운영하기 위한 유령 법인일 뿐이다"며 "불법 낚시터를 폐쇄하고 마장저수지와 마찬가지로 산책로와 수변공원을 조성해 저수지를 주민들의 수익보장이라는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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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