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북한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무인항공기가 강원도 삼척시 인근 야산에서 또 다시 발견되면서 군의 대공태세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파주와 백령도에 이어 14일 만에 벌써 세 번째다.
문제는 이번 삼척 무인항공기는 최근에 떨어진 게 아닌 작년 10월이었다는 것. 이미 그 이전부터 북한이 무인항공기를 날려 남한의 영공을 휘젓고 다녔던 셈.
더욱 더 큰 문제는 그 동안 우리 군은 물론 정보당국조차도 아무것도 모른 채 눈뜬장님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도 군이 아닌 민간인이 무인기를 발견해 신고함에 따라 우리 군의 대북 방공망이 서해에서 동해까지 무방비로 뚫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향후 군의 허술한 대응 태세에 대한 지적은 물론 책임자들의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와 외형이나 하늘 색 도장 상태는 물론 같은 기종(캐논 EOS 550D)의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됐다.
사실상 북한이 서해에서 동해까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대남 정찰활동을 광범위하게 강화하기 위해 대량의 무인기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방부는 6일 "지난 3일 오후 민간인 이모(53·심마니)씨가 '작년 10월4일께 강원도 정선 산간지역에서 최근 파주에서 발견한 것과 유사한 소형 무인기를 목격했다'고 신고해 확인 결과 강원도 삼척에서 무인항공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무인기 발견 장소는 강원 삼척시 하장면 청옥산(1040m) 중턱 해발 940m 지점이었으며, 군사분계선(MDL)에서 직선거리로 130여㎞가량 떨어진 곳이다.
군은 무인기 신고 접수 이후 4일까지 신고자 이씨와 목격자 2명과 접촉해 신원을 확인하고 무인기 발견 당시 상황을 파악했고 전날(6일) 오전 9시께 군 관계요원 11명, 중앙합동조사요원 5명, 신고자 및 목격자 등과 현장 수색에 들어가 오전 11시40분께 무인기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무인기에는 카메라가 없었는데, 최초 신고자인 이씨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신고자 이씨가 작년 10월4일 처음 발견했을 때 카메라를 개인적 용도로 쓰려고 뜯어냈지만 물에 젖어서 사용이 불가능해 폐기 처분했다고 말했다"며 "카메라에 들어있던 메모리 카드만 내용물을 삭제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메모리카드에 들어있던 사진에 대해서는 "이씨가 메모리 카드를 지우기 전에 사진을 열어보니 동해안 삼척의 광동호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해안가 등이 여러 장 촬영돼 있었다고 기억했다"고 말했다.
현재 군은 무인기를 수거해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낸 상태이며 이씨가 삭제한 뒤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DSLR 카메라용 메모리 카드도 회수해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복원 여부에 따라 몇 장의 사진이 찍혀 있었는지, 비행경로는 어디인지 정확한 내용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번에 발견한 소형 무인기는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공 용의점, 기술수준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중앙합동정보조사팀에서 수거해 확인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간 내에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에서 나온 카메라에 찍힌 사진이 대부분 국가 주요 시설과 군사적 요충지들이였던 만큼, 이번에 발견된 삼척 무인기에서도 군사분계선과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한 우리 군사시설 및 울진의 원자력 발전소 등이 찍혀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주모 기자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