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꼬불친' 허재호 은닉재산 추적

내연녀 털면 100억 나온다

[일요시사=경제1팀] 요즘 한창 말 많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일요시사>는 이미 2007년 그의 두 얼굴을 도려낸 적이 있다. 당시 대주그룹의 기형적인 성장사와 족벌경영 폐해, 허 전 회장이 쥐락펴락한 법조계 인맥과 풀리지 않는 뉴질랜드 미스터리 등을 집중 취재해 연속 시리즈로 고발했다. 특히 압류 대비용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가 하면 여성편력 등 위험한 사생활도 과감히 파헤쳤다. 지금까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허재호 파일'을 공개한다.

온 나라가 허재호 얘기로 떠들썩하다. 하루 5억원의 '황제노역'주인공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를 감싸거나 방치한 검찰과 법원, 국세청 등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성난 여론에 떠밀려 허 전 회장은 결국 심판대에 다시 오르게 됐다.

다시 심판대에…
이번에도 버티나

이제 초점은 돈에 맞춰진다. 몸으로 때우는 대신 추징이 가능한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허 전 회장이 5일 동안 탕감 받은 25억원을 제외하고 남은 벌금은 224억원. 여기에 국세 136억원, 지방세 24억원, 금융권 빚 233억원(신한은행 151억원·신용보증기금 82억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검찰과 국세청은 끝까지 추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사정당국이 파악한 허 전 회장의 재산은 동양저축은행 땅 128평, 오포 땅 2만평, 미술품과 도자기 141점 등 뿐이다. 물론 이를 다 팔아도 턱 없이 모자란다. 그나마도 채권자들과 밀린 지방세를 받으려는 시·군에서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사정당국은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뉴질랜드다. 검찰과 국세청은 허 전 회장이 뉴질랜드에서 활동을 하면서 재산을 현지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해 추적 중이다. 당연히 해외인 만큼 추징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허 전 회장이 국내에 숨겨둔 재산은 없을까. 검찰은 허 전 회장의 재산이 차명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그의 주변인들을 털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허 전 회장이 자신 소유인 동양상호저축은행 빌딩(3층부터 7층까지) 임대료를 매달 1000만원을 받기로 임차인과 계약을 해 놓고 수년째 차명계좌를 통해 임대료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부회장 명함 들고
대내외 행사 참석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한 여성이 있다. 대주그룹 부회장을 지낸 A씨다. <일요시사>가 2007년 검찰 수사 당시 허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을 취재하다 알게 된 A씨는 허 전 회장의 이른바 '세컨드'로, 대주 2인자로 군림했었다. 허 전 회장과 내연 관계인 A씨는 평범하게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수백억원의 엄청난 재력가로 부상했다. 물론 그의 뒤엔 허 전 회장이 있었다.
 

허 전 회장은 4세 연하인 부인 이모씨와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30∼40대인 두 딸은 한때 대주그룹 관계사에서 근무한 것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인적 사항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씨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 숨졌다.

검찰 숨겨둔 '검은돈' 끝까지 추징 의지
몰래 빼돌려 차명 관리 여부에 수사 초점

허 전 회장과 이씨는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 이씨 자리는 A씨가 꿰찼다. 그룹 내에선 그를 부회장이라고 불렀다. <일요시사> 취재 당시 그룹 측도 A씨의 실체를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충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사람이면 A씨를 사모님이란 호칭 대신 부회장이라 부르면서 깍듯이 대한다"며 "회장은 본부인 이씨를 두고 항상 A씨와 함께했다. 이들의 관계를 알고 있지만 모두 모른 체했다"고 털어놨다.

대주그룹 전직 고위임원은 "과거 보험설계사, 외판원 등을 하던 A씨는 대주그룹 본사 주변의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허 전 회장을 만나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A씨는 조용히 내조만 하다가 갑자기 사모님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허 전 회장의 호적상 본처를 대신해 그룹 대내외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그룹 후원으로 열리는 자선바자회에도 자주 참석했다.

문제는 A씨가 하루아침에 갑부가 된 배경이다. A씨의 인생역전은 허 전 회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 전 회장과 은밀한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A씨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2003년. 대주그룹이 인수한 H사 등기이사에 취임하면서다.

본부인 있는데 사모님 행세
수수께끼 여인 의문의 재산

2005년엔 H사 회장직을 맡은 A씨는 이 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했다. H사는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 자리 잡은 대주그룹 본사 사옥을 관리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골프장 등 그룹의 레저개발사업 부문도 담당했다.
 

A씨의 재산은 또 있다. 광주시 서구에 있는 D골프연습장이다. 2004년부터 이 골프연습장 대표이사를 맡은 A씨는 골프연습장 부지와 시설의 실제 소유주로 확인됐다. 2001년 개장한 D골프연습장은 총 6000여평 부지에 비거리 150미터, 60타석 규모의 광주·전남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골프연습장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500여평의 클럽하우스도 갖추고 있다.

A씨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서 명품가구 전문점 M사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오픈한 이 가구점은 유럽에서 수입한 '초호화 럭셔리'가구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5층의 M사 건물 소유주는 따로 있다. 공교롭게도 M사의 임대계약자는 A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H사의 대표이사다. 이 대표이사는 A씨 언니의 남편, 즉 형부다. 이 건물 1∼3층을 임대한 M사의 보증금은 수억원. 매달 월세로 수천만원씩 내고 있다. M사 관계자는 "회장님은 주로 지방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가구점에 어쩌다 한번 들른다"고 했다.

그룹 측은 "M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지만, 여러 가구점이 모여 있는 M사 주변엔 대주그룹이 가구사업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 가구점 직원은 "M사가 대주그룹 안주인이 운영하는 것 아니냐"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에서 지낼 경우 한남동 H빌라에서 머물렀다. H빌라는 강북의 대표적 고급 주거단지인 '유엔빌리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1%'가 모여 사는 부촌 중 부촌으로 유명하다. 70여평에 달하는 이 빌라는 대주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진 대한건설(옛 두림건설)이 시공했다. 허 전 회장도 서울에 머물 땐 H빌라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H빌라 시세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한푼 없던 그녀가 옛 대주 관계사·골프연습장·빌딩
고급빌라·명품가구점·호화주택·외제승용차 소유

A씨는 현재 광주 남구 월산동에 100여평의 호화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평소 외제 승용차로 드나든다는 게 인근 주민의 전언이다. A씨는 그룹 본사가 있었던 광주에 빌딩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한 측근은 "A씨는 안 그래도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요즘 말이 너무 많아 언론에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 "A씨의 재산은 허 전 회장과 무관하다"고 일축하면서도 "A씨가 개인사업체를 차릴 때 허 전 회장이 개인적으로 도와줬을 수는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허 전 회장은 이씨와 두 딸 외에 A씨와 사이에서 숨겨둔 아들 B군도 두고 있다. B군은 현재 뉴질랜드에서 지내고 있다. B군은 대주그룹의 뉴질랜드 대주하우징이 분양한 오클랜드 빅토피아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했다. 이는 허 전 회장이 벌이고 있는 뉴질랜드 현지 사업과 무관치 않다.

대주그룹 전직 임원은 "B군은 뉴질랜드로 유학간 지 꽤 오래됐다"며 "현지에 가족이 없기 때문에 파견돼 있는 대주그룹 해외사업팀 직원들이 음으로 양으로 뒷바라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대주그룹이 뉴질랜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부터다. 뉴질랜드 주택시장에 진출한 것은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였다. 허 전 회장이 직접 선봉에 섰다. 허 전 회장은 B군의 유학 문제로 먼저 뉴질랜드를 방문했고, 이후 대주그룹이 현지 투자를 시작했다.

늦둥이 외아들이라 B군을 남다른 애정으로 '금이야 옥이야' 키운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를 제집 드나들 듯 왔다 갔다 했다. 1년 중 3∼6개월가량을 뉴질랜드에서 보냈다.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 주택건설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현지에서 생활해왔다.

"허재호 비자금
열쇠 쥐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챙기는 틈틈이 골프를 치거나 바다낚시를 즐겼다. 허 전 회장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필드에 나갔다.

허 전 회장은 뉴질랜드 내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현지인들의 평가도 매년 '교민 10대 뉴스'에 뽑힐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뉴질랜드에선 삼성보다 대주를 더 알아준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대주그룹도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

허 전 회장과 A씨의 친인척도 '검은돈' 키맨으로 의심할 만하다. 허 전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동생과 사촌동생은 대주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A씨의 동생과 언니, 형부 등도 대주그룹 임원 명함을 들고 다녔다.

검찰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전두환 털기' 때처럼 강력한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A씨가 관리하고 있는 허 전 회장의 차명 재산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다만 A씨가 '허재호 비자금'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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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