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금호 ‘설익은 도련님’

‘피 튀는’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금호의 '설익은 도련님'편이다.

금호가 2세들은 모두 아들을 1명씩 두고 있다. 3세 가운데 후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세창씨가 유력하다. '금호 옥쇄'를 물려받을 차세대 주자로 세창씨를 의심하는 시선은 드물다. 10년 넘게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절차는 마무리 단계다. 가정까지 꾸려 차세대 오너로서 안정감을 더했다.

무임 승차…고속 승진

올해 39세인 세창씨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서 잠시 근무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을 시작한 그는 1년 만인 2006년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점프한 데 이어 2008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1년 금호타이어(전무)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부사장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금호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세창씨가 대권을 승계할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물 흐르듯 순조롭던 금호 승계작업은 일단 멈춘 상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확신할 수 없게 됐다.1984년부터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 '형제경영'(고 박인천 창업주→장남 고 박성용 전 회장→차남 고 박정구 전 회장→3남 박삼구 회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2009년.


전통대로라면 ‘다음 순번’인 박찬구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는 게 순서였지만, 그룹 안팎에서 박삼구 회장이 동생을 제치고 아들에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더니 결국 '골육상쟁'이 터지고 말았다.

박찬구 회장이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로 몬 대우건설 인수 실패 등 박삼구 회장의 부실경영에 반기를 든 게 표면적인 배경. 실질적으론 조카에게 밀릴 것을 걱정한 삼촌이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이로 인해 그룹은 산산조각 나는 비극을 맞게 됐고, 세창씨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는 꼴이 됐다.

재계 일각에선 금호 사태는 계열분리 수순으로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일가 간 신경전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오히려 3세들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창씨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형제의 난' 여진 지속…여전한 신경전
3세들 주도권 경쟁 치열한 전개 전망

현재 경영수업 중인 금호가 3세는 세창씨를 비롯해 철완(고 박정구 전 회장 외아들)씨와 준경(박찬구 회장 외아들)씨 등이다. 올해 36세인 철완씨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치고 외국계인 보스턴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6년 아시아나항공 과장으로 입사해 2009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상무보 승진과 함께 금호석유화학으로 소속을 옮겼다.

역시 같은 시기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준경씨는 철완씨와 동갑내기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나와 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부장으로 승진했다. '형제의 난' 당시 박삼구 회장 쪽이었던 철완씨는 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오너 일가가 채권단과 갈등을 빚자 박찬구 회장 쪽으로 갈아탔다. 철완·준경씨가 한 배(금호석유화학)에 타고 있는 이유다.
 

세창씨는 직급에서 두 사촌을 앞선다. 나이도 많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지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창씨가 밀린다. 철완(10%)씨와 준경(7.17%)씨는 금호석유화학 1·2대 주주다. 세창씨는 지분이 없다. 대신 금호산업(6.96%)과 금호타이어(3.22%) 지분을 쥐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예정대로 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금호 간판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30.08%)과 금호석유화학(12.61%) 지분이 물려 있다.


이들 3명의 차이는 주식가치로 판단할 수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금호 오너 일가 6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는 8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68%(5557억원) 정도가 3세들의 몫이었다. 철완씨는 2636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해 3세뿐만 아니라 전체 일가(박찬구 1818억원·박삼구 803억원)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준경씨는 195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세창씨는 779억원에 그쳤다.

사실 '순번'으로 따지면 다음은 금호가 장손 재영씨 차례다. 고 박성용 전 회장의 외아들 재영씨는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세창씨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한때 '3세 시대'의 복병으로 꼽힌 재영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영화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난' 이후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금호개발상사 등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매각해 경영권에서 멀어진 상태다. 2세 중 막내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의 외아들 건호씨는 올해 19세로 아직 공부 중이다.

'외아들 전쟁' 서막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박찬구 갈등이 앞으로 각자 아들을 내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두 회장은 직접적인 대결 대신 아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공을 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창씨의 앞날이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박삼구 회장이 4년 만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최근 경영에 복귀해서다. 박 회장의 재기로 그룹 정상화는 물론 승계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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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