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 - 롯데 ‘사모님’

베일에 싸인 회장댁 마님들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1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롯데의 '사모님'이다.

롯데와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지금의 롯데를 일궜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롯데 일가엔 유독 일본인이 많다. 2대가 모두 일본 여성과 결혼했다. 이는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란 롯데의 국적 정체성 혼란을 부추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기업 맞아?

'현해탄 사랑'은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2년 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찌감치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일을 도왔다. 신 총괄회장은 1940년 같은 마을에 살던 첫 번째 부인 고 노순화씨와 결혼했다.

당시 18세로 가장이 된 그는 경남 양산 경남도립종축장에 취직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무료한 직장생활을 하던 신 총괄회장은 큰 결단을 내린다. 일본에 갈 생각을 품었다. 이듬해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일본 시모노세키행 연락선에 몸을 실은 그의 주머니엔 달랑 83엔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태어났다. 이를 몰랐던 신 총괄회장은 '시게미쓰 다케오'란 일본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껌으로 대박을 터뜨릴 즈음인 1951년 신 이사장을 홀로 키우던 노씨가 세상을 떠났다. 노씨는 원래 몸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신 총괄회장은 이듬해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 다케모리 하츠코씨와 재혼했다. 1954년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1955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태어났다. 둘은 각각 '시게미쓰 히로유키' '시게미쓰 아키오'란 일본이름을 갖고 있다. 하츠코씨는 언론 등 외부에 노출된 적이 일절 없다. 신 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누나 생모인 노씨의 제사를 꼬박꼬박 챙긴다고 한다.


1948년 일본롯데에 이어 1967년 국내에 들어와 큰 성공을 거둔 신 총괄회장은 며느리도 일본인을 얻었다. 롯데 일가의 국제 혼사는 2세들까지 이어졌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장남 신 부회장은 1992년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차녀 은주씨와 결혼했다. 당시 38세 노총각이었던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롯데USA 지사장으로 일하던 중 현지에서 은주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올린 두 사람의 결혼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다만 취재를 피하기 위해 결혼식 시간을 실제 예식이 열리는 11시보다 1시간 늦춘 12시로 발표했었다. 고 남덕우 전 총리의 주례로 진행된 결혼식은 일체의 외부인사 초청 없이 양가 친척들과 롯데 임원들만 참석했다. 축의금, 화환도 받지 않았다.

2대 걸쳐 일본인과 결혼 "모두 일본 거주"
외부 접촉 끊고 두문불출…툭하면 괴소문

형보다 먼저 결혼한 차남 신 회장은 일본 최고의 명문가 여식을 아내로 맞았다. 그는 1985년 일본의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건설 부회장을 지낸 오고 요시마사씨의 차녀 오고 마나미씨와 혼인했다. 요시마사 가문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귀족가문으로,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대학을 졸업한 마나미씨는 한때 일본 황실의 며느리 물망에까지 올랐을 만큼 재원 중 재원이란 평이다. 신 총괄회장이 둘째 며느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신 부회장의 결혼식이 공개된 것도 화제를 모았지만 신 회장의 5시간이 넘는 일본전통 혼례식 또한 이슈가 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등 일본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결혼식에 대거 참석해 한·일 양국 재계 관계자들의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다. 신 회장은 한·일 양국의 호적에 오른 채 이중국적자로 국내에서 활동하다 1996년에야 일본 국적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안주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도 있다. 바로 서미경씨다. 미스롯데 출신인 서씨는 신 총괄회장의 '첩'이다. '영원한 샤롯데'이자 '롯데가 별당마님'으로 통하는 서씨는 1977년 미스롯데로 뽑힌 뒤 연예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1980년대 초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얼마 뒤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으로 나타났다. 둘의 나이 차이는 무려 37살. 큰 이목구비의 서구적인 마스크였던 서씨는 1983년 딸 유미씨를 낳았고, 유미씨는 1988년 신 총괄회장의 호적에 올랐다. 이들 모녀는 롯데 가문에서 철저히 소외되다가 2008년부터 서서히 첩이란 족쇄에서 벗어나 롯데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등 본격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숨은 여인들

신 총괄회장의 숨겨둔 여인들이었던 만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내부적으론 ‘사모님’과 ‘따님’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그룹 내부에서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마님’으로 통할 정도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신 총괄회장을 보기 위해 롯데호텔을 방문할 때면 직원들이 꼭 ‘사모님’이라 부른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유미씨는 신영자-신동주-신동빈 틈에서 롯데 경영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롯데의 중심인 롯데쇼핑 지분(0.1%)과 롯데삼강(0.33%)·코리아세븐(1.40%) 등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은둔 중인 서씨와 유미씨가 앞으로 신 총괄회장이 세상을 뜨면 롯데 재산분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시선을 고정하고 있지만, 정작 그룹 측은 "총수의 집안 일"이라며 애써 모른 척하고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베일 싸인 롯데 3세들

롯데 2세 경영은 신동빈(한국)-신동주(일본) 체제로 정리된 지 오래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유미씨 등 딸들도 한몫씩 챙겼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롯데 3세들은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을 뿐더러 사진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신 이사장은 1남3녀(재영-혜선-선윤-정안)를 뒀다. 이중 재영씨는 롯데 계열사들의 일감으로 운영되는 유니엘, 비엔에프통상 등을 경영 중이다. 세 딸은 SNS인터내셔날, 시네마푸드, 시네마통상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1남2녀(유열-규미-승은)를, 신동주 부회장은 외아들(정훈)만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본에 살고 있다. 아직 학업 중이라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롯데 계열사 지분도 없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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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