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장 '정치인맥도' 대해부

학연·지연·고시연…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리그'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수장은 대통령 다음 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다. 국가 의전상 서열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이 더 높지만 '수사권'을 가진 이들 권력기관 수장들이 실질적 '파워'는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그리고 알파에서 '인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정권의 힘은 권력기관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은 정권 교체기 인사권자(대통령)에 의한 수뇌부의 물갈이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잘못된 관례가 되풀이된 것이다.

권력기관 수장
‘능력+α’ 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권력기관의 수장이 되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이고 인맥·관운 등의 알파가 더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단행한 주요 권력기관장 물갈이 인사 이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권력기관 수장들은 현재까지 자리를 잘 보존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의 경우에는 현 정권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다 찍혀져 나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지난해 12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김진태 총장이 임명됐다. 채 전 총장의 사례는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이 자리를 보존하거나 혹은 잃게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김 총장 임명의 사례는 인맥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재 4대 권력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들어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는 국정원의 수장 남재준(69) 원장부터 살펴보면 '서울 배재고→육군사관학교(25기)' 출신인 남 원장 인맥의 근간은 육사다. 남 원장은 40여년간 군에 몸담으며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4성 장군인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다.

지난 2005년 퇴임 후 정치와 거리를 뒀던 그는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고, 지금껏 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박근혜 캠프 안보자문그룹에서 4성 장군 출신은 남 원장과 새누리당 정수성(68·갑종 202기) 의원 두 명뿐으로, 남 원장이 좌장 역할을 맡고 정 의원이 뒤를 받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남 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박 대통령에게 꾸준히 안보 관련 조언을 해 오던 남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실세로 부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 원장이 언제까지 국정원장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핵심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나친 원칙주의와 고지식함으로 "2013년을 국정원의 해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잦은 남 원장의 정치 전면 등장에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은 변함없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검·경,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장 인맥
실질적 '파워'에선 국무총리·국회의장보다 앞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 외에도 남 원장은 군 출신으로 짜여진 외교·안보 라인 실세들과도 돈독한 사이다. 남 원장을 포함한 육군 대장 출신 4인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28기) 등은 모두 남 원장의 육사 후배로 주요 보직을 앞뒤로 물려주고, 이어 받으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 강창희 국회의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육사 동기로 생도 때부터도 친했고, 육군대학에서 교관으로도 같이 재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인회 멤버는 강 의장을 비롯해 김기춘 비서실장,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등인데, 남 원장은 강 의장을 고리로 이들과도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검사 시절 인연
검찰총장 지명 기여?

사정기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검찰의 새 수장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진태(61) 검찰총장은 일선 검사 재직시절 맺은 인연이 눈길을 끈다.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 3인(채동욱, 소병철, 김진태)에 이름을 올렸으나 3위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2순위였던 소병철 후보자가 포함된 최근 인사에서는 그를 제치고 검찰총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실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평검사였던 김 총장을 총애했고, 그래서 총장으로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에서 김 총장의 출신(경남 사천)을 이유로 "PK(부산·경남) 편중인사다"라는 비판과 김 실장과의 관계를 들어 "청와대의 검찰 장악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총장은 "법무부 법무심의관 재직시절 평검사와 장관 관계로 만났을 뿐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 총장이 보고서 작성 등 일처리를 깔끔하게 잘해서 당시 김 장관이 총애했다는 얘기는 법조계의 유명한 일화다.

김 총장은 또 정홍원 국무총리와도 가까운 사이다. 정 총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총장은 특수부 검사로 함께 근무했는데, 검찰에선 같은 부에서 근무했다는 것을 대단한 인연으로 여긴다. 

이외에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사법시험 동기(24회)다. 김 총장 임명 당시 홍 지사는 "검찰에 남아 있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김 총장을 극찬 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의 이성한(57) 경찰청장은 정치색이 옅고 새 정부의 경찰수장으로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솔형'보다는 '관리형'에 가까워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경찰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정치외압에 따른 잦은 교체로 비판을 받았던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을 약속했는데, 취임 후 20일 만인 지난해 3월15일 김기용 청장이 임기(2년)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수리한 뒤 곧바로 이 청장을 후임으로 내정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월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며 대대적 인사 물갈이를 예고했는데 '김기용→이성한' 총장 교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화답한 이 총장도 내정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4대 사회악 제거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권의 방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성한 - 문재인'
청와대 함께 근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경찰간부후보 31기로 임관한 이후 줄곧 경찰로 근무한 탓에 그의 정치적 인맥에 대해선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그의 이력을 더듬어 보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4년 1년여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파견 근무를 나갔었는데, 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문재인 의원이다.


조세징수 및 집행의 최고기관인 국세청의 수장인 김덕중(54) 청장은 대전 출신으로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세무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해 천안세무서장, 국세청 전산운영담당관, 청와대 파견근무,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 서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세원관리국장·조사1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징세법무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국세청장에 올랐다.

김 청장의 정치권 인맥도 이성한 경찰총장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출신지역, 학교, 근무 이력을 통해 명품 인맥들과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우선 57회 졸업인 김 청장의 대전고 동문으로는 청와대 유민봉(55회 졸업) 국정기획수석과, 정황근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58회), 한창훈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60회) 등이 있다.

능력은 기본, 인맥·관운 등 +알파 필요
정치적 색깔, 때로는 전문성보다 중요

또 국회의원 중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가급 고위공무원의 주축을 이루는 대표적 행시 기수가 바로 27회다. 27회 합격자 100명 중 40여명이 현재 가급 보직을 맡고 있거나 거쳤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김경식 국토교통해양비서관, 김영석 해양수산비서관, 권혁소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 소기홍 지역발전위 지역발전기획단장, 오형국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원용기 문체부 콘텐츠정책실장, 정기창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융합실장 등이 모두 행시 27회 출신이다.

민주당 유성엽 의원도 행시 27회다. 유 의원은 전북도에서 공직생황을 하다가 정치에 발을 들여 민선 정읍시장을 거쳐 국회에 진출, 18?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행시 27회 출신들은 성과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내실을 챙기는 외유내강형 인물이 많아 대부분 각 기관에서 주춧돌 역할을 맡고 있다"며 "향후 장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은 김 청장의 든든한 인맥풀로 분석된다.  

전문성보다
코드 고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력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느냐"라며 "능력을 도외시한 인맥에 따른 인사는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에 따른 선임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수사'에 불과하다"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이 권력기관에 배치돼 사실상 청와대가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