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신 소주전쟁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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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vs 지역구' 연초부터…물고 물리는 주류 난타전

[일요시사=사회팀] 와인, 수입맥주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민의 술이 '소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연초를 맞아 전국 소주 시장을 둘러싼 주류업체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2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전국구로, 지방 업체들은 수도권으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소주 전쟁을 들여다봤다.





국내 소주시장은 1강 2중 7약 체제로 정리된다. 하이트진로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독주하고 있고 롯데주류와 무학이 13∼15%의 점유율로 치열한 2·3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뒤를 금복주, 보해양조, 대선주조, 더맥키스컴퍼니, 충북소주, 한라산 소주, 보배 등 지역 업체가 따르고 있다.

먼저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증류주는 '참이슬'이다.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 판매량 부문에서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학 수도권 진출에
발목잡힌 롯데주류

참이슬과 참이슬의 전신인 '진로'가 소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지는 꽤 오래됐다.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를 전신으로 하는 진로는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래 44년째 한 차례도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진로는 1998년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25도이던 알코올 도수를 23도로 낮췄다. 2004년에는 21도인 '참이슬 후레쉬'를 선보였고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9.5도까지 내려갔다. 그사이 현재 '빨간거' '오리지날'이라고 불리는 참이슬도 20.1도로 순해졌다.


참이슬은 이름처럼 특유의 깨끗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대나무 숯 여과공법을 통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했다. 지난 2012년 1월에는 100% 천연원료로 깨끗함을 강조하는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며 소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이슬 시리즈에 첫 번째로 도전장을 내민 건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은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소주에 사용하는 승부수를 띄워 2006년 처음 발매되자마자 소주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워 '흔들어라 캠페인'을 시작, '회오리주' '효리주' 열풍으로까지 이어졌다. 품질·브랜드 마케팅 3박자가 어우러진 처음처럼은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부드러운 19도 처음처럼'을 중심으로 '순한 16.8도 처음처럼' '진한 20도 처음처럼'을 판매하고 있다.

치고 올라가던 롯데주류에 제동을 건 것은 수도권 진출에 발동을 건 '무학'이다. 무학은 지난해 말 창원2공장 준공을 통해 월 최대 70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완비하고 수도권 진출을 위한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무학의 주력 소주는 ‘좋은데이'. 지난 2006년 16.9도의 저도소주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후 이듬해인 2007년 1283만8140병이 판매됐고, 지난해 3억3000만병 판매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7년 동안 누적 판매량은 11억696만682병에 달한다. 도수가 낮은 만큼 '가볍게 한잔'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좋다.





무학은 좋은데이로 수도권지역만큼이나 치열한 소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산을 치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원래 부산은 소주를 주문하면 별말 없이 '시원(C1)'을 가져다 줄 정도로 대선주조가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악화로 푸르밀,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점유율이 대폭 떨어졌고 부산 시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틈에 무학이 부산 소주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09년 17%에 불과했던 부산 지역 점유율은 2011년 63%로 대폭 늘었다.

그러는 동안 대선주조는 부산향토기업 BN그룹에 인수됐다. 인수 전 기존 20도에서 19.5도로 순해진 '시원'은 리뉴얼돼 19도로 낮아졌으며 추가로 신제품 '즐거워예'를 출시하고 기업 정상화에 매진 지난해 중순 즐거워예의 제품명을 '예'로 변경하고 올해 초 C1과 예의 중간 도수인 18도짜리 신제품 '시원블루'를 출시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무학의 시장지배력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경남 지역이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학은 2005년 5월 자일리톨을 첨가한 '화이트소주'(19.5도)를 출시하면서 경남지역 점유율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화이트소주는 특유의 높은 산소포화도로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확고한 위치에 올랐지만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2년 5월 부산·경남 지역에 새로운 소주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서민의 술 소주시장 '1강 2중 7약'
참이슬 전성시대…절반 이상 점유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브랜드는 '쏘달'. '쏘주가 달달하다'는 의미의 쏘달은 지역에 특화된 제품과 철저한 지역 마케팅을 바탕으로 출시 이후 하루 평균 5500병씩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의미 외에도 '쏘주의 달인' '쏘주로 달리자' '쏘주로 달래자' 등 소주를 마실 때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표현, '젊은 소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북 지역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충북소주(2011년 롯데주류 인수) 연합군의 대결로 치열하다. 애초 충북지역 자도주는 향토소주인 ‘백학소주’였다. 하지만 1997년 대선주조에 인수됐고 충북도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충북 출신의 장덕수 전 충북소주 사장이 2004년 다시 인수하면서 관심이 되살아나는듯 했지만 다시 2011년 롯데주류로 인수되면서 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약해진 지역색은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이트진로가 영업망과 유통조직을 정비하며 강하게 치고 들어왔고 참이슬이 충북 지역 대표 소주로 떠올랐다. 롯데주류는 충북소주의 '시원한 청풍'(19.5도)과 인수한 충북소주 공장에서 처음처럼을 생산, 동시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시원한 청풍은 세종대왕이 요양을 하며 지냈다고 하는 세계 3대 명수 초정리 광천수로 만들어졌으며 목넘김이 부드럽고 덜 취하는 느낌으로 지역 여성들과 어르신에게 인기가 좋다. 충북 지역에서는 이 술을 주문할 때 "시원청풍 주세요" 혹은 "시원 주세요"라고 말해 부산의 시원소주와 혼동이 빚어지기도 한다.

전북 지역의 향토 소주회사인 보배는 지난해 8월 하이트진로에 흡수합병됐다. '하이트소주' '보배로' 등을 생산하는 보배는 현재 전북 지역 시장점유율 25%를 기록 중이다. 나머지 75% 중 60%는 하이트진로가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북은 하이트진로 시대인 셈이다.

지역 소주 업체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충남, 광주 전남, 경북, 제주 등이다. 특히 전남 지역과 경북 지역은 지역 소주 외에 다른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선 광주 전남 지역 패권은 보해양조의 '잎새주'가 쥐고 있다. 지하 253m의 천연암반수에 유기농 메이플시럽을 함유해 목 넘김이 좋고 자극이 없어 마시기에 가장 편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잎새주(19.5도)는 홈그라운드 시장점유율 85%를 기록, 전남 지역 독보적인 존재다. 보해양조는 전남 목포를 연고지로 1950년 고 임광행 전 회장이 설립한 주류전문기업으로 잎새주, 매취순, 복분자주 등의 전통 주류 제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광주 전남 지역 시장 공세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BN에 인수
과거 영광 찾기

경북 지역은 금복주 '참소주'(19도)가 약 85%의 점유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월 평균 80만병 이상이 이 지역에서 팔려나간다. 금복주는 2005년부터 여성 모델을 달력에 실어 배포하면서 기업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광고 모델에는 한예슬, 이보영, 이수경, 손담비, 박한별, 이다해 등이 출연했으며 달력은 매년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최근 신동엽의 '변태' 같은 광고로 화제가 되고 있는 홈 믹싱주 '맥키스'를 생산하는 더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선양의 새 사명이다. 선양은 지난해 9월 사명을 더맥키스컴퍼니로 변경했다. 선양은 1973년 충남 공주 중동 소재 금강소주를 주축으로 충청도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설립된 향토 기업이다.





대표 브랜드인 'O2린'(19.2도)은 전체 소주 시장 점유율이 3.5%로 업계 6위 규모지만 충남 지역에서만큼은 65%대 점유율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천안·아산 지역의 경우 'O2린'만 판매하는 식당이 천안 100여개, 아산 70여개 등 17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 1위 브랜드인 참이슬(천안 85%, 아산 83%)과 격차가 큰 상태다.

제주 지역은 1950년 창업한 '한라산'이 유일하게 소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80%가 넘는 도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1950년 문을 연 옛 '한일소주'의 명맥을 잇는 소주로 1993년 출시된 이래 속칭 '하얀 소주'로 불리는 '한라산소주'는 21도로 독한 소주 애호가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97년 출시 이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한라산물 순한 소주'는 최근 순한 소주 추세에 맞춰 올 초 기존 19도에서 18.5도로 더욱 순해진 저도소주 '한라산 순한'으로 재탄생됐다.

보해양조 잎새주
광주·전남 독점

마지막으로 강원 지역 자도주는 처음처럼의 전신 '경월'이다. 1926년 강릉에 강릉합동주조가 설립되면서 '경월'소주가 생산되기 시작, 당시 시장점유율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약 90%에 육박하는 강원도민이 경월을 마셨다.

그 뒤 1993년 강릉합동주조가 두산에 인수되면서 '그린소주'가 출시됐고 1999년 '뉴그린', 2001년 '산소주', 2006년 처음처럼이 출시됐다.


하지만 롯데주류로 주인이 바뀐 뒤 처음처럼은 '강원도 술'이라는 인식이 도민들 사이에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참이슬에 밀려 만년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산소주'를 리뉴얼해 '산처럼'이라는 제품을 강원도 지역 특화 상품으로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강원도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역 자도주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아직까지도 지역 패권을 쥐고 있는 자도주 업체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도주 구입제도'가 사라진지 약 20년이 흐른 만큼 지역색은 점점 옅어질 전망이다.

지난 1973년 정부는 소주시장의 과당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한 도에 하나의 소주업체만을 허용, 1976년에는 주류도매상들이 전체 소주 구입량의 50% 이상을 그 지역 소주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지방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했고 자도주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학-롯데주류 2위 싸움 치열
대기업 공세에 차별화로 승부

그러나 이 같은 자도주 구입제도는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폐지됐고 현재는 소주의 전국 유통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흡수합병되거나 인수되는 등 업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제품명이 변경됐을지언정 제품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역에 근거를 둔 소주업체들이 대형마트를 통해 전국에 소주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1·2위 업체에 맞서기 위한 소주맛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대선주조는 시원을 만들 때 숙성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다. 소주 숙성탱크에 스피커를 달아 72시간 이상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소주를 숙성시킬 때 클래식을 들려주면 음악을 들은 물 분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데 여기에 알코올 분자가 결합하면 술맛은 훨씬 부드러워지고 쓴 뒷맛은 줄어든다는 게 대선주조 측 설명이다.

더맥키스컴퍼니는 O2린을 생산하면서 산소용존공법을 이용한다. 대전 대둔산 자락 숲에서 자연산 산소를 포집한 뒤 농축해 3번에 걸쳐 소주에 용해시키는 것. 소주에 주입된 산소는 소주의 맛을 부드럽고 산뜻하게 만들고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강원서 태어나
도민들에 외면

금복주는 참소주를 만들면서 첨단고순도정밀여과공법을 사용한다. 주정에 남아 있는 미량의 휘발성 물질을 활성탄의 수많은 미세 구멍을 통해 흡수해 부드러운 소주를 만든다는 것.

한라산소주의 한라산물 순한 소주는 섭씨 0도 이하에서 냉각시키는 첨단공법이 사용된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특별 주문한 오크통에 넣어 장기간 숙성시킨 원액으로 제조한 소주의 잡미와 향을 없애기 위해 섭씨 0도 이하에서 여과한다.

보해양조의 잎새주에는 숙성촉진공법이라는 기술이 적용된다. 고구마나 감자, 수수에서 추출한 일반 주정에다 쌀, 보리 등 곡물주정을 섞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공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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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