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초대석> '가짜 조용필' 주용필의 진짜인생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4:07:27
  • 댓글 0개

"흉내 낸다고 죄인은 아니죠"

[일요시사=사회팀] 나훈아 모창가수인 너훈아(본명 김갑순)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미테이션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너훈아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볐던 주용필(본명 이일노)이 증언한 업계의 '빛과 그림자'를 비춰봤다.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자신이 모창가수임을 밝히지 않고 가수 박상민인 것처럼 속여 박상민에게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끼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기소된 임모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임씨와 같은 모창가수가 모두가 죄인은 아니었다. 법원도 모창가수가 모창으로 돈을 버는 건 죄가 아니라고 했다. 관련한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유명 가수를 모방해 외양을 유사하게 꾸미고 모창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미테이션 가수 활동은 유명 가수를 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절묘한 모방 자체로 그것을 보고 듣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것으로 그 활동이 금지돼 있다고 볼 수 없다."

짝퉁이란 낙인

그러나 우리 사회는 스타를 흉내 내는 이미테이션 연예인에게 '짝퉁'이란 낙인을 찍었다. 이들은 죄인은 아니지만 평생을 편견이 만든 감옥에 갇혀 지냈다.


지난 12일 숨을 거둔 고 김갑순은 그의 가수 인생 20여년을 김갑순이 아닌 너훈아로 살았다.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잡초'처럼 살았던 김갑순은 끝내 죽어서야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생전 비루한 현실에도 '가수'란 직업을 천직으로 여겼던 김갑순, 짝퉁이란 손가락질에도 '노래'만은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모창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는 씨앗이 되고 있다.

너훈아와 더불어 1세대 모창가수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주용필(조용필)은 얼마 전 타계한 '형님'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지난 1992년 결성한 '이미테이션가수협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이제야 사람들이 형님(너훈아)을 알아보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모창가수는 크게 두 부류가 있어요. 자신의 앨범을 갖기 위해 이름을 알리는 과정에서 모방을 선택하는 가수가 있다면, 타고난 생김새나 목소리가 비슷해 이미테이션 업계에서 최고를 꿈꾸는 가수가 있습니다. 형님은 우선 업계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 언젠가 자신의 앨범을 갖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언론에 이름 한 줄 나간 것만으로 아이처럼 기뻐했던 형님인데 요즘과 같은 관심을 생전에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창립 당시 50∼60명에 달했던 이미테이션가수협회 회원 수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현숙이(현숙), 방쉬리(방실이), 주연미(주현미) 등 업계에서 나름 인지도가 높았던 가수들도 과거에 비하면 행사 섭외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너훈아' 사망 후 이미테이션 빛과 그림자 관심
사회적 편견 속 2000년 들어 섭외 현격히 줄어

 너훈아도 일거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모창가수의 인생은 원조가수의 인생을 닮아간다'는 말처럼 원조가수인 나훈아가 부침을 겪으면서 모창가수 너훈아를 찾는 사람도 급격히 줄었다.


"한창 때는 하룻밤에 서너 개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어요. 당시에는 박남정, 심신, 김완선 등을 모방한 연예인이 함께 활동했죠. 또 형님과 저는 지방에서 수요가 많았는데요. 진짜 가수들이 갈 수 없거나 가지 않는 곳은 우리가 다 갔습니다. 그런데 저나 형님이나 진짜 가수들의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한동안 일이 없다시피 했어요. 그래도 전 조용필 형님의 새 앨범이 나오면서 숨통이 좀 트였는데요. 그때 형님(너훈아)이 전화를 주셔서 잘하라고 한 건 잊을 수가 없어요."




예나 지금이나 모창가수에게는 매우 낮은 개런티가 지불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원조가수의 10분의 1 가격이 그들의 보수다. 하지만 그나마도 행사를 주최한 측에서 돈을 떼먹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스타급 가수도 힘들다고 난리지만 나이트클럽이 호황일 때도 우리가 돈을 많이 번 건 아니었어요. 주면 주는 대로 받는 식이었고, 심지어는 '너 같은 짝퉁이 무슨 가수냐'면서 약속을 뒤집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무대가 소중했으니까 참았고, 그렇게 무대에 오르면 이번엔 관객들이 '어디서 가짜를 데려왔느냐'고 시비를 걸었죠. 정말 외로웠습니다."

간혹 닮은꼴 스타로 TV에 나가도 주변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의 가족들마저 "제발 방송에 나가지 마라"고 만류했다. 부끄럽고 창피했던 것이다.

"방송을 마치고 나오면 사람들이 제 얼굴을 봐요. 그리고 비웃어요. 정말 불쾌했죠. 노래를 들을 때도 '얼마나 똑같이 하나 보자' 이렇게 팔짱을 끼고, 무시하기 일쑤고요. 이러다보니까 한 번은 형님이 '우리가 사는 동안 아무도 우리의 삶에는 관심을 갖지 않겠지'라고 한 적이 있어요. 마음이 아팠죠. 형님이나 저나 우리 모창가수들은 정말 최고가 되기 위해 스타를 연구하고, 분석하고, 연습 또 연습해서 노래하는 거거든요. 박수 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는데 그때는 참 대중의 마음을 열기 힘들었어요."

모창가수들은 자신이 스타를 대신해 소외된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무대에는 한계가 없다. 교포단체가 나훈아를 찾으면 외국으로 가고, 산골에 사는 할매들이 조용필을 찾으면 그리로 간다. 주용필은 "자꾸 대중과 담을 치려는 연예인들의 권위의식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원조가수와 모창가수가 함께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정말 최근에야 '히든싱어'와 같은 프로그램이 생긴 거고요. 제가 강원도에서 3년 동안 노래교실을 연 적이 있었는데요. 주민들이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가 언제 가수를 만나겠냐'면서 제 손도 잡고, 같이 웃고. 또 마을회관이고 논밭이고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모이면 그곳이 곧 무대가 됐죠. 톱스타가 거대한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한 몸에 받았다면 우리는 똑같은 소재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무대를 가리지 않은 겁니다."

주용필은 "조용필을 닮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했고, 피나는 연습 속에 비로소 음악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모창가수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성노'로 활동 중인 그는 최근 발표한 신곡 '오직 나만'을 소개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멸시, 무시, 편견…

"주용필이란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노도 있는 겁니다. 모창은 결국 자신의 장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거든요. 개그맨 박명수나 방송인 조영구도 시작은 모창이었잖아요. 우리도 어엿한 가수로서 노력하고 있으니까 넓은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지난해 12월24일 너훈아는 암 투병으로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모두가 말렸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나훈아는 이런 데를 못 오니 나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이미 와 버린 그와의 이별이지만 '진짜'를 몰라봤던 사람들은 무시로 너훈아가 그리울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