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추석 이후 펑 터진다 ②재계 3대 시한폭탄

숨죽인 경제정글…‘악소리’ 모자라 ‘곡소리’ 들린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시즌이다. 짧은 연휴에도 설레는 마음과 넉넉한 여유는 예년과 같지만 재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숨 돌릴 틈도 없다. 발 뻗고 쉬기엔 현안이 너무 첩첩산중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은 딴 나라 얘기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모자랄 판에 명절은 오히려 큰 산이 아닐 수 없다. 재계는 어떤 사안들로 긴장하고 있을까. 재계에 곧 들이닥칠 굵직굵직한 3대 이슈를 꼽아봤다.

명절 직후 들이닥칠 눈앞 현안들 ‘첩첩산중’
예고만 무성 ‘내외풍’ 하반기 직간접 영향권

재계는 올해 들어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수난이란 수난은 모두 겪었다. 기업들은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들의 옥죄기까지 겹치면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외풍이 끝난 게 아니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예고만 무성했던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전환점이 바로 이번 추석이다. 재계가 추석을 앞두고 좌불안석인 이유다. 여기에 눈앞에 닥친 현안들까지 산적해 안 그래도 급한 마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한통운, 두산…’
다음 타깃은 어디?

재계는 우선 ‘사정 칼바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심상찮은 움직임이다. 추석 이후 터질 검찰발 시한폭탄의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인 대한통운과 국내 최대 종합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두 기업의 전·현직 경영진 줄소환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8000억원으로 택배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통운은 운송, 하역물류, 항만하역 등 물류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등에 운송물량을 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운송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인수해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칫 ‘불똥’이 그룹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대한통운 비자금이 참여정부 고위 인사에게 뇌물로 전달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도 ‘검은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년 전 해군에 고속정 부품을 납품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 검찰은 납품 단가를 부풀리기 위해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수사 중이다. 지난해 매출 3조9000억원을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전 대우종합기계)를 2005년 인수한 두산그룹 역시 노심초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임원들의 개인 비리 정황을 포착,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이어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회사 측이 납품업체와 짜고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선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비리에 대한 대대적 사정작업이 본격화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통운과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겨냥이 ‘검풍 신호탄’으로 관측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난해 2월, MB정부 출범 직후부터 전 정권과 맞물린 재계 손보기에 나섰지만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 지난 1년7개월 동안 권력형 비리란 꼬리표를 달고 도마에 오른 사건은 20여 건. 이 가운데 상당수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등 ‘소문난 잔치’ 또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흐지부지 끝났다.

그나마 간신히 ‘은팔찌’를 채운 기업들도 하나같이 집행유예나 보석, 무죄 등 개운치 않은 판결로 ‘묵은 먼지’를 털어냈다. 특히 지난 5월 ‘박연차 게이트’수사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이에 따른 총장 중도사퇴, 새로 지명된 총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검찰은 지난 4개월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취임한 김준규 총장이 안착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 “특별수사에 일선 지검의 특수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김 총장은 자신의 구상대로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각 지역 검사장들을 잇달아 불러 토착비리와 기업비리 척결을 적극 주문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더 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기업의 작은 티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박연차 게이트’수사 때 강압 논란을 빚은 대검 중수부 대신 일선 지검 특수부가 각개전투식으로 횡령, 비자금 조성, 특혜, 로비 등 고질적인 기업 비리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각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인천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 등에 대한 척결 의지를 밝힌 이후 기업 비리에 대해서도 축적됐던 첩보를 하나하나 확인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못지않게 경찰과 국세청, 공정위 등 소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사정기관들의 압박도 예사롭지 않다. 경찰은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대형 건설사들을 정조준한 형국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모 대학 교수의 폭로로 불거진 금호건설의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수주 로비 의혹을, 부산지방경찰청은 롯데건설의 진해 화전산업단지 입찰 로비 의혹을 캐고 있다. 경찰은 다른 건설사들도 대규모 공사입찰에서 비슷한 수법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2009년 법인세 정기 조사대상 선정방향’을 통해 세무조사 대상기업 2900개를 선정했다.

이 중 매출액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100개사다. 지난달 ‘타깃’을 최종 확정한 국세청은 추석 이후 본격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무조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토착비리 색출 나선다
지검 특수부 각개전투

공정위는 식료품, 다단계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기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정호열 위원장은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필수품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철저히 감시·감독하겠다”고 못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불공정행위나 짬짜미를 통해 가격을 올려 서민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들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고 천명한 데 따른 조치다.

사정기관들의 대협공도 눈에 띈다. 검찰, 경찰, 국세청이 합동으로 기업들의 비리를 캐고 있는 것. 검찰과 국세청은 최근 S사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잡고 수사와 세무조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사는 수주 특혜 의혹도 받고 있는데 검찰은 경찰에 1차 수사를 맡겼다. 검찰은 또 H그룹에 대해서도 경찰, 국세청과 함께 극비리에 광범위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사정기관들의 전방위 포화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혹시 갈 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이나 잡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당장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 상황에서 두 가지 현안과 맞닥뜨린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냐, 숨통을 틔우기 위한 구조조정이냐’는 기로다. 현재 M&A 시장엔 건설, 금융, 유통 등 업종 전반에 걸쳐 재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매물들이 즐비하다.

한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급하게 삼켰다가 도로 내뱉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동부메탈, 대우인터내셔널, 금호생명, 현대건설, 쌍용건설, 하이닉스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오는 하반기 이들 매각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덩달아 대어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물밑 작업이 벌써부터 뜨겁다.

필승 각오를 다진 기업들이 이미 상당 폭의 M&A 상황을 전개하고 있어 조만간 재계의 재편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한화그룹과 이행보증금 3150억원 문제로 법정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지만 법원의 조정과 상관없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우건설도 산업은행이 지난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동부메탈 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모펀드(PEF)를 구성,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최대주주인 캠코가 매각주간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는 등 본격적인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한화그룹과 포스코, SK그룹, STX그룹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밖에 금호생명,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은 가격 협상 등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서서히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지난달 22일 인수 신청접수를 마감한 결과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외환은행은 효성그룹을 대상으로 실사와 예비입찰, 본입찰 등을 거쳐 오는 11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검·경·국·공 등 사정기관 수사 가시화
초대형 인수전·대규모 구조조정 본격화


M&A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매물들이 워낙 비싸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몸집을 늘리는 데 M&A만 한 지름길이 없는 만큼 눈치를 보고 있는 대기업들이 하나둘 붙을 것”이라며 “이르면 추석 이후, 늦어도 연말이나 연초부터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퇴직금 지급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지급액은 2조458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조2456억원)에 비해 9.5% 정도 늘어난 수치로 금융위기 등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상장사들의 퇴직금 지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됐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326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63.7%나 증가했으며 LG전자(57%) 포스코(26%), 하이닉스(20%) 등도 퇴직금 지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기 회복 등을 이유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삭감에 희망퇴직, 유·무급휴직 얘기가 나오더니 급기야 감원, 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 괴담까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각 기업은 여러 자구책을 동원해 갈 때까지 가더라도 최소한 ‘사람’만은 버리지 않겠다는 각오지만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 노사 양측은 지난 8월 전쟁터를 방불케 한 파업 사태를 종결하면서 전체 정리해고자 974명 중 48%에 대해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을 받거나 분사하기로 합의했다.

무기한 총파업이란 극단 대치로 ‘제2의 쌍용차 사태’로 치달은 금호타이어는 사측의 정리해고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감축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8월, 국내 근무 직원 9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3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GM대우도 사무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몸집 불리기냐
숨통 트이기냐


KT는 지난달 말 20년 이상 근속하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지난 6월말에도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나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소한 제2의 IMF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의 정리해고 방안인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갈수록 전방위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겹겹의 우산으로 대규모 감원 폭풍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노동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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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