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2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두고 2년 넘는 지루한 시간 동안 쟁탈전을 벌여왔던 장남 이맹희(83)씨와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 간의 소송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맹희씨가 전날(14일), 삼성 에버랜드 청구분에 대한 청구를 갑작스럽게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고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삼성가 상속 분쟁' 소송에서 맹희씨 측은 "이 소송 청구가 삼성 경영권에 위협이 된다는 이 회장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송가액을 대폭 감축했다"며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165억원 상당의 청구분에 대해 전격 취하했다.
맹희씨가 에버랜드 청구분에 대해 소를 취소함에 따라 이 회장에 대한 청구 금액은 총 9400억원이 됐는데, 이 금액은 회장이 상속받거나 무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여주 및 배당금 513억원 등이 포함된 것이다.
맹희씨가 급작스럽게 에버랜드에 대한 청구를 취하한 이유는 뭘까?
이는 다름 아닌 세간의 곱지 않은 여론악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 일가에게는 '메인'으로 평가받는 에버랜드·삼성전자 주식 관련 부분에 대한 소를 취하해 결국 이번 소송이 삼성의 경영권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맹희씨 측 대리인은 "이번 소송으로 삼성가 장남인 맹희씨가 노욕(老慾)을 부린다는 오해를 받게 됐다. 삼성그룹을 뺏으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한 취지"라고 청구 취소 이유를 말했다.
맹희씨는 이날 대리인을 통해 재판부에 전한 A4 용지 5장 분량의 편지(최후진술)에서 "얼마 전 건희로부터 절대 화해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내가 제안한 진정한 화해라는 것은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노욕을 한 번 더 부리겠다. 지금 제가 가야하는 길은 동생과 화해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푸는 것이다. 5분만에 끝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이것이 삼성가 장자로서의 마지막 의무이고 바람이다. 아직도 진정한 화해를 꿈꾸고 있다”고도언급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청구 금액이 작은 에버랜드 부분만 취하하고, 금액이 큰 이 회장에 대한 부분은 오히려 올렸다"며 "(화해에 대한) 쌍방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판결 이후라도 가족차원에서 화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맹희씨 측의 일부 취하를 두고 일각에서는 "되로 주고 말고 받는다?", "결국은 감성에 의한 접근일 뿐", "육참골단(살을 내주고 뼈를 취함)을 택한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맹희씨 등 형제들은 2012년 2월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1조원대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한 뒤 청구금액을 96억원으로 대폭 낮춰 항소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증거자료 등을 보강한 맹희씨 측은 공판과정을 거치며 청구취지를 확장해 지난 기일까지 모두 1조6000억원 상당의 주식인도 및 부당이득금 반환을 주장해 왔다.
삼성가를 둘러싼 이번 소송 건에 대한 최종 선고공판은 내달 6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는데, 재계 전문가들은 양측 간 극적 화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주모 기자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