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정재은. 지난해 <몬테크리스토>에서 강인한 여성 ‘메르세데스’ 역으로 첫 주연을 맡은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가녀린 체구로 수백 명의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의 무대는 노래에 대한 갈망, 열정 그리고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바이올린을 하던 소녀가 뮤지컬에 반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보게 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화려한 무대가 그를 이끌었다.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소녀는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가 바로 신인 뮤지컬 배우 정재은이다.
바이올린 놓다
“아버지랑 뉴욕에 간 적이 있는데 ‘여기서 제일 유명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가자’고 하셨어요. 평소에 춤과 노래를 좋아했는데, 뮤지컬을 보고 난 후부터는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예고에 입학했지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봤어요. 학교대신 발레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17살에 대학교에 합격했죠.”
정재은은 남들과 달랐다. 흔히 뮤지컬학과나 성악과를 전공한 타 배우들과 달리 그는 연기를 전공했다. 그럼에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주연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몬테크리스토> 이어 <해품달> 주연
신인 맞아? 무대매너에 관객들 매료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는 성악가세요. 그런데 어머니가 목소리를 쓸수록 닳는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못하게 하셨어요. 그래도 노래를 하고 싶어서 어머니가 학생들을 레슨하실 때마다 피아노 밑에 들어가서 듣곤 했어요.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을 수십 번, 수백 번 듣고 나니까 대학교가서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음악가이신 부모님은 정재은을 ‘딸’이 아닌 ‘뮤지컬 배우 정재은’으로 바라봤다. 관객들 눈에는 완벽해 보이는 그의 무대를 “아직 부족하다”며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부모님께 많이 배워요. 제가 어떻게 연기하고 싶어하는지 아시니까, 연습하기 전에 먼저 노래와 연기를 보여 드리고 조언을 얻어요. 음악에 관해서는 전문가잖아요. 부모님이 음악을 전공하신 게 감사하죠.”
지난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첫 주연을 맡은 신인 정재은은 선배 뮤지컬 배우인 엄기준, 윤공주, 류정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는 16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해품달>에서는 극중 ‘연우’ 역으로 두 번째 주연을 맡았다. <해품달>의 출연 이유를 묻자, “못하니까 하고 싶었다”는 대답과 달리 그의 말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해품달> 연우 역할은 제가 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하루만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열심히 하는 거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어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
성악가 어머니가 스승
인터뷰 당일에도 연습 일정으로 바빴던 그는 “아직 신인이라 그런지 내 역할만 바라보게 된다. 잘하고 싶다는 거보다는 연우가 되고 싶은 것 같다”며 “평소에도 차분한 성격의 ‘연우’처럼 옷이나 행동도 조신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상대방이 연기를 하면서 나에게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고, 내 기분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친구들과의 수다시간에도 정재은의 관심사는 온통 뮤지컬이다. 심지어 자면서도 뮤지컬과 관련된 꿈만 꿀 정도라는 그는 “나에게 뮤지컬은 전부다. 사실 전부라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되지만, 나한테는 4대 뮤지컬도 대극장, 소극장같은 극장 규모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내가 출연하고 있는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