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예감> 뮤지컬 샛별 정재은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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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연기, 춤까지 ‘팔방미인’

[일요시사=사회팀]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정재은. 지난해 <몬테크리스토>에서 강인한 여성 ‘메르세데스’ 역으로 첫 주연을 맡은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가녀린 체구로 수백 명의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의 무대는 노래에 대한 갈망, 열정 그리고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바이올린을 하던 소녀가 뮤지컬에 반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보게 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화려한 무대가 그를 이끌었다. 춤과 노래를 좋아했던 소녀는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가 바로 신인 뮤지컬 배우 정재은이다.

바이올린 놓다

“아버지랑 뉴욕에 간 적이 있는데 ‘여기서 제일 유명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가자’고 하셨어요. 평소에 춤과 노래를 좋아했는데, 뮤지컬을 보고 난 후부터는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예고에 입학했지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봤어요. 학교대신 발레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17살에 대학교에 합격했죠.”

정재은은 남들과 달랐다. 흔히 뮤지컬학과나 성악과를 전공한 타 배우들과 달리 그는 연기를 전공했다. 그럼에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주연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몬테크리스토> 이어 <해품달> 주연
신인 맞아? 무대매너에 관객들 매료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는 성악가세요. 그런데 어머니가 목소리를 쓸수록 닳는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못하게 하셨어요. 그래도 노래를 하고 싶어서 어머니가 학생들을 레슨하실 때마다 피아노 밑에 들어가서 듣곤 했어요.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을 수십 번, 수백 번 듣고 나니까 대학교가서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음악가이신 부모님은 정재은을 ‘딸’이 아닌 ‘뮤지컬 배우 정재은’으로 바라봤다. 관객들 눈에는 완벽해 보이는 그의 무대를 “아직 부족하다”며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부모님께 많이 배워요. 제가 어떻게 연기하고 싶어하는지 아시니까, 연습하기 전에 먼저 노래와 연기를 보여 드리고 조언을 얻어요. 음악에 관해서는 전문가잖아요. 부모님이 음악을 전공하신 게 감사하죠.”

지난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첫 주연을 맡은 신인 정재은은 선배 뮤지컬 배우인 엄기준, 윤공주, 류정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는 16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해품달>에서는 극중 ‘연우’ 역으로 두 번째 주연을 맡았다. <해품달>의 출연 이유를 묻자, “못하니까 하고 싶었다”는 대답과 달리 그의 말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해품달> 연우 역할은 제가 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하루만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열심히 하는 거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어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
성악가 어머니가 스승

인터뷰 당일에도 연습 일정으로 바빴던 그는 “아직 신인이라 그런지 내 역할만 바라보게 된다. 잘하고 싶다는 거보다는 연우가 되고 싶은 것 같다”며 “평소에도 차분한 성격의 ‘연우’처럼 옷이나 행동도 조신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상대방이 연기를 하면서 나에게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고, 내 기분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친구들과의 수다시간에도 정재은의 관심사는 온통 뮤지컬이다. 심지어 자면서도 뮤지컬과 관련된 꿈만 꿀 정도라는 그는 “나에게 뮤지컬은 전부다. 사실 전부라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되지만, 나한테는 4대 뮤지컬도 대극장, 소극장같은 극장 규모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내가 출연하고 있는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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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