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2014년 신작 열전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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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스크린·브라운관 ‘후끈후끈’

[일요시사=사회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가 밝았다. 방송계와 영화계에서도 신작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따뜻한 가족 드라마부터 중년 여성의 격정적인 사랑,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올해 상반기 많은 이들을 울고 웃길 신작들을 소개한다.




2011년 배우 조여정, 최여진, 최송현이 동갑내기 친구로 출연한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는 30대 미혼 여성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달 1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이 그 인기를 이어간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는 홈쇼핑 회사에서 일하는 32살의 홈쇼핑 패션MD 신주연이 주인공이다. 경력 9년의 홈쇼핑 뉴브랜드 팀장인 신주연은 약육강식의 현실에 자신의 부드러운 천성을 숨기고 억척스러우면서도 계산적인 사람이 된 인물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26살의 주원을 만나면서 현실적이고 솔직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김소연과 KBS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극중 인물 여울의 호위무사 ‘곤’역을 맡은 배우 성준이 극중 신주연과 주안 역으로 주연을 맡았다. 얼마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감성 연기 배우 알렉스가 김소연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로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소연·성준 주연
<로맨스가 필요해>

KBS 드라마 <예쁜 남자> 후속작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 역시 올해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 중 하나다. 배우 김현중, 임수향, 진세연 등 차세대 연기자들을 필두로 김갑수, 김성오, 박철민 등의 명품 조연들이 출연한다. <감격시대>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중일 낭만주먹들이 펼치는 사랑, 의리, 우정의 판타지를 그린 로맨틱 느와르(세상을 사람들의 탐욕이나 잔인성이 가득한 암울한 곳으로 묘사하는 기법) 드라마다.

2010년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에서 꽃미남 백승조 역을 맡은 김현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순정의리파 ‘신정태’ 역을 맡았다.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데쿠치 가야’ 역의 임수향과 훗날 유명한 가수로 성장하는 정태바라기 ‘김옥련’ 역의 진세연도 출연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많은 시청자들을 ‘응사앓이’하게 만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지난달 28일 종영했다. <응답하라 1994>의 빈자리는 tvN 드라마 <응급남녀>가 채운다. <응급남녀>는 6년 전 이혼했던 원수같은 부부 오진희와 오창민이 병원 응급실에서 늦깍이 인턴으로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과 이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털털하고 화끈한 모습을 보여준 배우 송지효와 SBS 드라마 <상속자들>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 배우 최진혁이 각각 오진희 역과 오창민 역에 캐스팅됐다. 이들은 사사건건 부딪힐 극중 모습과 달리 실제 촬영장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이필모, 최여진 등 개성이 강한 조연배우들과 지난해 섹시이미지로 남성들의 마음을 빼앗은 방송인 클라라가 극중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인턴 한아름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응급남녀>는 이달 24일 전파를 탈 예정이다.

2월에는 10부작으로 제작된 OCN 드라마 <귀신보는 형사 처용>(이하 <처용>)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처용>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 강력계 형사인 윤처용이 과거 사고 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처용 역에는 KBS 드라마 <직장의 신>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 오지호가 맡았다.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강력계 형사 윤처용은 2008년 불의의 사고로 파트너를 잃고 경찰생활을 그만 두지만, 7년 만에 복귀한다. 경찰서로 돌아온 처용은 7년 전 자신이 사고현장에서 구해준 여고생 하선우와 기억을 잃은 여고생 귀신 한나영을 만나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배우 오지은과 여자 가수 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이 각각 하선우와 한나영 역을 맡았다. 특히 한나영 역의 전효성은 첫 드라마 출연에 “한나영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어서 끌릴 수 밖에 없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 예정이었던 <처용>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10회 모두 방송 이전에 사전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올해 2월로 방영시기가 미뤄졌다.   

TV·영화 볼거리 풍성…벌써부터 기대만발
가족·감동 스토리에 눈뜨고 못볼 막장도

배우 겸 남자 가수 그룹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모델 출신 연기자 양진성 등 젊은 배우들의 출연과 독특한 소재로 관심이 모아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 역시 2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재벌 2세의 사랑
<백년의 신부>


<백년의 신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가인 태양그룹의 장자에게 시집오는 첫 번째 신부는 죽는다는 저주와 이를 둘러싼 계략과 음모 속에서 찾은 진실된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 드라마다. 극중 까칠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서툰 재벌 2세 최강주와 엉뚱 발랄녀 나두림 역에 각각 이홍기와 양진성이 캐스팅됐다. 지난해 12월 경남 남해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백년의 신부>는 남자 주인공인 이홍기가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귀가하던 중 빙판길에서 넘어져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으면서 드라마 촬영이 잠시 중단됐다. 이에 제작진은 “드라마 방영이 2월이기 때문에 촬영 스케줄과 첫 방송 일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드라마 제작을 맡은 아우라미디어 고대화 대표 프로듀서는 “(백년의 신부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드라마인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벌써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선구매 의뢰가 잇따르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캐스팅 라인도 매우 만족하며 각계의 관심에 좋은 드라마로 열심히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2년 4월 종영한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서 치과의사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주부 ‘윤서래’ 역으로 열연했던 배우 김희애가 2년 만에 JTBC 드라마 <밀회>(가제)로 돌아왔다. 3월 방영 예정인 격정 멜로 드라마 <밀회(가제)>는 2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배우 김희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우아함과 세련미를 갖춘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인 40대 중년 여성 ‘오혜원’이 20대 피아노 천재 이선재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그린다. 청초한 이미지의 김희애가 이번엔 젊은 남성과의 격정적인 멜로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희애는 억척스러운 엄마로 출연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로 스크린계도 공략할 예정이다. <우아한 거짓말>은 소설가 김려령의 소설 ‘우아한 거짓말’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14살 소녀 천지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희애를 비롯해 영화 <설국열차>에서 ‘요나’ 역을 맡아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고아성과 명품아역배우 김향기, 김유정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우아한 거짓말>은 2014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거친 남자의 사랑
<남자가 사랑할때>

<남자가 사랑할때>을 비롯한 올해 상반기 영화계에는 대한민국의 연기파 배우들이 선전한다. 배우 황정민과 한혜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친구의 사채업체에서 일하면서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대책 없고 거친 양아치 한태일이 큰 빚을 지고 자신의 아버지를 병간호하는 호정을 만나면서 난생 처음으로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다. 극중 한태일 역을 맡은 황정민은 사랑을 서툴게 표현하면서도 진한 눈물을 흘리는 상남자를 연기한다. <남자가 사랑할때>은 관람객 460만 여명을 모은 영화 <신세계>의 제작진과 황정민이 다시 만나면서 또 하나의 흥행작을 예고하고 있다. 당차고 씩씩한 ‘호정’역에는 대한민국 힐링녀 한혜진이 맡아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다. 얼마 전 예고편 영상에서 황정민의 오열연기로 기대감을 한층 높인 <남자가 사랑할때>은 1월 22일 개봉한다.

휴먼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는 올해 1월 개봉작 중 가장 기대되는 코믹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수상한 그녀>는 74세의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이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청춘 사진관’에 다녀온 후 스무살 꽃처녀의 나이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말순 역에는 실제 극중 인물과 나이가 같은 배우 나문희와 영화 <써니>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으로 연기력을 입증받은 배우 심은경이 맡았다. 영화 <써니>에서 어리숙한 전학생 나미 역으로 감칠맛나는 욕 연기를 선보인 심은경은 극중 스무살로 돌아간 오말순으로 분해 배우 박인환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70대 할머니다운 걸음걸이와 구수한 말투를 소화했다.

동안 배우 박보영 역시 맛깔나는 욕쟁이 일진으로 영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보영이 출연하는 영화 <피끓는 청춘>는 1982년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농촌 로맨스다. 영화는 충청도를 접수한 일진 영숙, 홍성공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의 삼각관계에 서울에서 전학온 ‘소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피끓는 청춘>은 차세대 배우들의 대거 등장과 연기 변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KBS 드라마 <학교2013>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에서 활약해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은 배우 이종석은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홍성공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 역을 맡았다. 상대 배우로는 영화 <늑대소년> 등에서 청순한 소녀 역을 맡은 배우 박보영이 출연한다. 그동안의 영화와 상반되는 극중 인물 일진 ‘영숙’으로 출연하는 박보영은 “동네 노는 언니 역할인데 연기 변신보다는 숨겨왔던 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맡은 역할이 역할이라서 사투리로 욕을 해야 했는데 욕을 혼자 있을 때만 가끔 하더라도 촬영 때 많은 스태프 분들 앞에서 대놓고 하려니 민망하더라”며 출연소감을 밝혔다.

코믹바람이 부는 영화계의 1월에 반해 2월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의 지하종교 현실과 인권문제를 다룬 영화다. 코믹 전문 배우 김인권은 죽은 아내를 지키지 못해 죄의식을 가진 주철호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지하교회 교인이라는 죄로 끌려간 수용소에서 아내의 사망을 겪은 철호는 2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교인들과의 탈북을 결심하지만 정치범 1범으로 의심받으면서 탈북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영화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돼 현실성을 더했다.

명품 배우들 귀환 돋보여
차세대 배우들 연기 변신

가제 ‘사도’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신이 보낸 사람>은 투자와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크라우드 펀드(‘대중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의미로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으로 제작비를 마련하는가하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영화 개봉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이에 주연배우 김인권도 출연료 없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영화출연을 결정했다. 대중의 지지와 성원으로 제작된 <신이 보낸 사람>은 오는 2월 상영 예정이다.

감동적인 실화
<또 하나의 약속>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2007년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23살의 황유미 씨의 실화를 담았다. 2003년 고등학교 졸업 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취직한 황유미 씨는 입사한 지 2년 만에 급성 백혈병의 진단을 받고 20개월 만에 사망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딸의 죽음 이후, 산재인정 판결을 받기 위해 대기업과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는 아버지 황상구 씨와 이를 돕는 노무사 이종란 씨의 이야기다. 극중 인물 ‘황상구’와 ‘이종란’ 역은 배우 박철민과 김규리가 맡았다. ‘황유미’ 역을 맡은 배우 박희정은 삭발까지 감행해 영화의 진정성을 더했다. 투자자의 섭외가 쉽지 않았던 영화는 제작두레 방식으로 시작됐다. 국내외에서 1만 명이 넘는 모금 후원자들과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수억원의 영화 제작비가 마련됐다.

2월 6일에 개봉을 앞둔 <또 하나의 약속>은 지난해 12월 4000명의 관객을 모은 서울 시사회를 시작으로 대전, 대구 등을 거쳐 3만 전국 릴레이 시사회를 실행 중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2014년 영화계 기대주는?

작년엔 정유미, 올해는 이주승

KT&G가 지난해 영화계를 빛낸 배우와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인 기대주를 선정했다.


2013년 최고의 국내 배우에는 영화 <우리 선희>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가 선정됐다. 반면 올해 가장 기대되는 영화 배우를 선정하는 ‘2014 뉴 아이콘(NEW ICON)’으로는 영화 <셔틀곡>에서 ‘민재’ 역의 배우 이주승을 꼽았다. 

<셔틀콕>은 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부모의 유산을 갖고 잠적한 의붓 누나를 찾아나선 의붓 형제 민호, 은호의 이야기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 <셔틀콕>은 이주승에게 지난달 열린 2013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줬다. 이주승은 영화 <청계천의 개>에서 조연으로 데뷔해 영화 <간증> <U.F.O>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쌓았다.

한편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외국 배우로는 영화 <러스트 앤 본>의 마리옹 꼬띠아르와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의 마이클 더글라스가 꼽혔고, 올해 기대주로는 <인 사이드 르윈>의 오스카 아이삭이 선정됐다. 선정된 배우들의 출연 작품은 서울 홍대 KT&G상상마당 시네마에서 매일 3편 이상 상영한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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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