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새마을 미팅’을 아십니까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3: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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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떼로 다니며 짝찾기 프로젝트

[일요시사=사회팀] 2012년 대한민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솔로대첩’. 지난해 말에는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거리 미팅, ‘마치콘’이 한국의 정서에 맞게 새마을 미팅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청춘남녀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일석이조’행사로 호응을 얻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지난달 21일. 젊음의 거리 신촌에 수백 명의 청춘남녀가 모였다.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이하 새미프) 때문이다. 새미프는 20∼35세의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미팅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에서 착안한 새미프는 침체된 상권을 활용해 대규모 미팅을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삼포세대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는 홍대, 압구정, 안양 등을 거쳐 벌써 7회를 맞이했다.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초록색 천막 앞에는 행사장을 미리 찾은 수십 명의 남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짝을 찾겠다는 각오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활짝 폈다. 인터넷 홍보물을 보고 온 참가자부터 친구의 권유를 받거나 신청한 친구 대신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 이모(25세, 대학생)씨는 “원래 다른 친구가 신청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급한 사정이 생겨서 참가를 못한다고 연락받았다. 그래서 친구 대타로 나왔다”며 참가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란 헤어스타일의 남성 참가자 유모씨(25, 직장인)는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말 안 해도 모든 분들이 (미팅행사에 왜) 나왔는지 알 거다”며 웃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팅 장소로 지정된 ‘맛집 탐방’에 참가의의를 두기도 했다.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인터넷 보고 (새미프에 대해) 알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친구랑 신청했는데 참가비가 조금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미프 관계자의 소개를 받고 참가한 남성 참가자 김모(23세, 예비군)씨는 “참가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식당도 많이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거리 미팅 ‘마치콘’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

이 날 행사 본부 앞에서는 이성을 만나기 전 동성끼리 친해져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인1조로 이동해야하는 새미프 규칙에 따라 간혹 혼자 신청하는 참가자에게는 행사 전날 동성 친구가 정해진다. 홀로 신청한 박모씨(24세, 대학생)는 짝으로 정해진 정모(24세, 24세, 직업군인)씨를 처음 만났다. 박씨는 “(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다”며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2인 1조 규칙에
남성 소개받기도

 
본격적인 미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30분 전, 운영본부에서는 주황색의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임을 확인하는 손목밴드와 함께 제공된 청춘지원물품 쇼핑백에는 연극권, 화장품, 렌트카 이용권, 피부샵 할인권 등이 들어있어 참가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선물이 들어있었다.




새미프의 ‘첫 가게 지정 제도(연령대에 따라 첫 미팅장소가 정해짐)’에 따라 운영본부에서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지정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 날, 13곳의 음식점이 미팅 장소로 지정됐다. 신촌 지하철역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이어진 미팅장소들은 치킨가게, 떡가게,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카페, 보쌈집 등 다양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각인 2시가 되자, 미팅 장소로 정해진 음식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 앞에는 남녀 참가자의 수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고, 초록색 옷을 착용한 새미프 요원들이 가게 안팎에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새미프 요원들 또한 싱글이 많았다는 것.

한 떡가게에서 만난 서포터즈 김사름씨는 “(커플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기 위해 (새미프 요원에) 지원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규민(27세, 대학생)씨 또한 대리만족하기 위해 지원한 새미프 요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건전한 청춘남녀 만남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가게를 살린다는 좋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 졸업하기 전인데, 대기업에서 하는 서포터즈랑 달리 작은 규모로 하니까 (내가) 참여할 기회도 많고 추억이 될 수 있어서 좋다”며 뿌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청춘남녀 외로움 달래고
지역상권 살리는 일석이조

새미프 요원들의 안내를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2:2 미팅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운영본부 앞에서 시끌벅적하게 웃던 모습과 사뭇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 만남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이 있는가하면 긴장한 듯 보이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들은 어색함을 깨고자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화주제는 다양했다.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 이야기부터 취미, 최근 개봉한 영화 등이 주를 이뤘다.

짝 없는 아쉬움
음식으로 달래

행사가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첫 미팅장소를 떠나 다음 미팅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추운 겨울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청춘지원물품 쇼핑백 덕분에 복잡한 신촌거리에서도 쉽게 참가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초록옷의 새미프 요원과 손목밴드를 확인받고 가게를 입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길을 걷던 한 중년의 남성은 새미프 요원에게 행사에 대해 묻더니, 옆에 있는 아들에게 참가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새미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행사에 참여한 가게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이 날 행사에 참가한 ‘떡보의 하루’ 사장 조모씨는 “업체에서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며 “우리 지역 홍보도 될 거 같고, 행사가 재밌을 거 같아서 수익은 생각 안하고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촌닭한마리 유닭스토리’사장 이모씨도 “(새미프 참여가)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행사)시간이 2시부터 5시로 여유 있는 시간이라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인 그는 “나도 (남성 참가자로 참가)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가장 인기있는 미팅 장소는 스탠딩 바 형식의 카페였다. 카페 앞에서 놓여진 소망트리에는 “솔로탈출” “성인의 날에 남자친구에게 선물받기” “내년에는 새미프에 참석하기 싫어요” 등 참가자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종이들이 걸려 있는가 하면, 참가 취지와 달리 “다이어트” “어학연수 합격” “A+” “올해는 꼭 로또 1등” “부자되게 해주세요” 등 개인적인 소망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분당-홍대-압구정-신촌 코스
남녀만남·맛집탐방 한번에

행사가 무르익어갈 때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참가자들도 더러 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언짢은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있는 이성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앞에 앉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이전 식당에서 만난 남자분이 예의가 없어서 기분이 나빴다. 실수인지는 모르겠는데, ‘찾았었다’고 말하려는 걸 ‘쳐먹었다’라고 말하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성 참가자가 자리로 돌아오자 이내 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여성 참가자 구모(22세, 대학생)씨는 “(참가자들) 나이가 안 맞는 것 같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서른 살이던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 가게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5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식간에 가게는 정리됐다. 보통 참가자들은 3∼4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행사가 끝난 후, 첫 가게에서부터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는 권현민(23세, 대학생)씨가 “운이 좋아서 된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자, 상대 여성은 “(남자가) 재밌다. 마음이 잘 맞는다”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짝을 찾지 못한 권모(24세, 대학생)씨는 “꼭 짝을 찾으러 온 건 아니다. (짝을 찾지 못한 것에) 불만은 없다”며 태연하게 말하더니 이내 “그냥 (여성 분과) 이야기하다가 번호도 못 받고, 헤어질 때는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헤어졌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 참가자 대학생 이모씨도 결국 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음식을 먹으면서 한창 이야기하는데 남(성 참가)자가 ‘이만 일어날까요?’ 라고 말하더라”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 날 몇 커플이 성사됐는지는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행사가 끝난 이후, 새미프는 홈페이지 내에 있는 후기게시판을 통해 참가자들의 커플 성사여부와 소감을 듣는다. 신촌 습격 새미프에 대한 후기는 지난 26일까지 올라온 4개가 전부다.

그 중 20대 직장인이라 밝힌 한 참가자는 “한양도성 후기를 보면 걷기 이벤트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던데, 신촌은 그런 아기자기한 이벤트에 좀 무색했던 것 같다. 가게에 들어가서 미팅을 해도 안내받는다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이벤트를 빌어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을 마지막으로 2013년 새미프는 끝이 났다. 8차 새미프는 오는 2월15일 토요일 강남에서 5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마을 미팅’원조는?

‘새마을 미팅’의 원조는 일본의 거리 미팅인 ‘마치콘’이다. 거리를 의미하는 ‘마치’와 미팅을 의미하는 ‘고콘’의 합성어인 마치콘은 2004년 일본의 도쿄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 우쓰노미야시에서 시작됐다. 도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쓰노미야시의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치콘’이 등장했다. 

여성 4000엔(약 4만원), 남성 6000엔(약 6만원) 정도로 참가비를 내고 지정된 음식점을 돌며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새미프’와 유사하다.

현재 150만명 이상이 참가한 마치콘 덕에 지역 상권들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치콘 행사의 총괄담당자인 타케이는 마치콘의 인기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교제나 결혼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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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