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새마을 미팅’을 아십니까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3: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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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떼로 다니며 짝찾기 프로젝트

[일요시사=사회팀] 2012년 대한민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솔로대첩’. 지난해 말에는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거리 미팅, ‘마치콘’이 한국의 정서에 맞게 새마을 미팅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청춘남녀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일석이조’행사로 호응을 얻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지난달 21일. 젊음의 거리 신촌에 수백 명의 청춘남녀가 모였다.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이하 새미프) 때문이다. 새미프는 20∼35세의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미팅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에서 착안한 새미프는 침체된 상권을 활용해 대규모 미팅을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삼포세대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는 홍대, 압구정, 안양 등을 거쳐 벌써 7회를 맞이했다.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초록색 천막 앞에는 행사장을 미리 찾은 수십 명의 남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짝을 찾겠다는 각오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활짝 폈다. 인터넷 홍보물을 보고 온 참가자부터 친구의 권유를 받거나 신청한 친구 대신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 이모(25세, 대학생)씨는 “원래 다른 친구가 신청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급한 사정이 생겨서 참가를 못한다고 연락받았다. 그래서 친구 대타로 나왔다”며 참가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란 헤어스타일의 남성 참가자 유모씨(25, 직장인)는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말 안 해도 모든 분들이 (미팅행사에 왜) 나왔는지 알 거다”며 웃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팅 장소로 지정된 ‘맛집 탐방’에 참가의의를 두기도 했다.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인터넷 보고 (새미프에 대해) 알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친구랑 신청했는데 참가비가 조금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미프 관계자의 소개를 받고 참가한 남성 참가자 김모(23세, 예비군)씨는 “참가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식당도 많이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거리 미팅 ‘마치콘’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

이 날 행사 본부 앞에서는 이성을 만나기 전 동성끼리 친해져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인1조로 이동해야하는 새미프 규칙에 따라 간혹 혼자 신청하는 참가자에게는 행사 전날 동성 친구가 정해진다. 홀로 신청한 박모씨(24세, 대학생)는 짝으로 정해진 정모(24세, 24세, 직업군인)씨를 처음 만났다. 박씨는 “(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다”며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2인 1조 규칙에
남성 소개받기도

 
본격적인 미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30분 전, 운영본부에서는 주황색의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임을 확인하는 손목밴드와 함께 제공된 청춘지원물품 쇼핑백에는 연극권, 화장품, 렌트카 이용권, 피부샵 할인권 등이 들어있어 참가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선물이 들어있었다.




새미프의 ‘첫 가게 지정 제도(연령대에 따라 첫 미팅장소가 정해짐)’에 따라 운영본부에서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지정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 날, 13곳의 음식점이 미팅 장소로 지정됐다. 신촌 지하철역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이어진 미팅장소들은 치킨가게, 떡가게,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카페, 보쌈집 등 다양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각인 2시가 되자, 미팅 장소로 정해진 음식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 앞에는 남녀 참가자의 수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고, 초록색 옷을 착용한 새미프 요원들이 가게 안팎에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새미프 요원들 또한 싱글이 많았다는 것.


한 떡가게에서 만난 서포터즈 김사름씨는 “(커플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기 위해 (새미프 요원에) 지원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규민(27세, 대학생)씨 또한 대리만족하기 위해 지원한 새미프 요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건전한 청춘남녀 만남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가게를 살린다는 좋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 졸업하기 전인데, 대기업에서 하는 서포터즈랑 달리 작은 규모로 하니까 (내가) 참여할 기회도 많고 추억이 될 수 있어서 좋다”며 뿌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청춘남녀 외로움 달래고
지역상권 살리는 일석이조

새미프 요원들의 안내를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2:2 미팅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운영본부 앞에서 시끌벅적하게 웃던 모습과 사뭇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 만남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이 있는가하면 긴장한 듯 보이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들은 어색함을 깨고자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화주제는 다양했다.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 이야기부터 취미, 최근 개봉한 영화 등이 주를 이뤘다.

짝 없는 아쉬움
음식으로 달래

행사가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첫 미팅장소를 떠나 다음 미팅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추운 겨울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청춘지원물품 쇼핑백 덕분에 복잡한 신촌거리에서도 쉽게 참가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초록옷의 새미프 요원과 손목밴드를 확인받고 가게를 입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길을 걷던 한 중년의 남성은 새미프 요원에게 행사에 대해 묻더니, 옆에 있는 아들에게 참가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새미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행사에 참여한 가게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이 날 행사에 참가한 ‘떡보의 하루’ 사장 조모씨는 “업체에서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며 “우리 지역 홍보도 될 거 같고, 행사가 재밌을 거 같아서 수익은 생각 안하고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촌닭한마리 유닭스토리’사장 이모씨도 “(새미프 참여가)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행사)시간이 2시부터 5시로 여유 있는 시간이라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인 그는 “나도 (남성 참가자로 참가)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가장 인기있는 미팅 장소는 스탠딩 바 형식의 카페였다. 카페 앞에서 놓여진 소망트리에는 “솔로탈출” “성인의 날에 남자친구에게 선물받기” “내년에는 새미프에 참석하기 싫어요” 등 참가자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종이들이 걸려 있는가 하면, 참가 취지와 달리 “다이어트” “어학연수 합격” “A+” “올해는 꼭 로또 1등” “부자되게 해주세요” 등 개인적인 소망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분당-홍대-압구정-신촌 코스
남녀만남·맛집탐방 한번에

행사가 무르익어갈 때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참가자들도 더러 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언짢은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있는 이성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앞에 앉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이전 식당에서 만난 남자분이 예의가 없어서 기분이 나빴다. 실수인지는 모르겠는데, ‘찾았었다’고 말하려는 걸 ‘쳐먹었다’라고 말하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성 참가자가 자리로 돌아오자 이내 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여성 참가자 구모(22세, 대학생)씨는 “(참가자들) 나이가 안 맞는 것 같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서른 살이던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 가게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5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식간에 가게는 정리됐다. 보통 참가자들은 3∼4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행사가 끝난 후, 첫 가게에서부터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는 권현민(23세, 대학생)씨가 “운이 좋아서 된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자, 상대 여성은 “(남자가) 재밌다. 마음이 잘 맞는다”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짝을 찾지 못한 권모(24세, 대학생)씨는 “꼭 짝을 찾으러 온 건 아니다. (짝을 찾지 못한 것에) 불만은 없다”며 태연하게 말하더니 이내 “그냥 (여성 분과) 이야기하다가 번호도 못 받고, 헤어질 때는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헤어졌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 참가자 대학생 이모씨도 결국 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음식을 먹으면서 한창 이야기하는데 남(성 참가)자가 ‘이만 일어날까요?’ 라고 말하더라”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 날 몇 커플이 성사됐는지는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행사가 끝난 이후, 새미프는 홈페이지 내에 있는 후기게시판을 통해 참가자들의 커플 성사여부와 소감을 듣는다. 신촌 습격 새미프에 대한 후기는 지난 26일까지 올라온 4개가 전부다.

그 중 20대 직장인이라 밝힌 한 참가자는 “한양도성 후기를 보면 걷기 이벤트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던데, 신촌은 그런 아기자기한 이벤트에 좀 무색했던 것 같다. 가게에 들어가서 미팅을 해도 안내받는다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이벤트를 빌어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을 마지막으로 2013년 새미프는 끝이 났다. 8차 새미프는 오는 2월15일 토요일 강남에서 5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마을 미팅’원조는?

‘새마을 미팅’의 원조는 일본의 거리 미팅인 ‘마치콘’이다. 거리를 의미하는 ‘마치’와 미팅을 의미하는 ‘고콘’의 합성어인 마치콘은 2004년 일본의 도쿄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 우쓰노미야시에서 시작됐다. 도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쓰노미야시의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치콘’이 등장했다. 

여성 4000엔(약 4만원), 남성 6000엔(약 6만원) 정도로 참가비를 내고 지정된 음식점을 돌며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새미프’와 유사하다.

현재 150만명 이상이 참가한 마치콘 덕에 지역 상권들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치콘 행사의 총괄담당자인 타케이는 마치콘의 인기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교제나 결혼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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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