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⑥로또명당 리스트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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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을 ‘뻥’ 튀겨주는 대박 가게들

[일요시사=사회팀]다가오는 새해에도 ‘대박’의 희망은 놓을 수가 없다. 종이 한 장으로 인생역전의 꿈을 꾸는 사람들의 필수 코스가 있다. 이른바 ‘로또 명당’이다. 구매자가 많을수록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높은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특별한 기운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찾는 이들로 로또 명당 앞은 연일 붐빈다. 전국의 6000개가 넘는 로또 판매점들 사이에서 똥 꿈, 조상 꿈 등 각종 꿈들을 ‘대박 꿈’으로 바꾸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전국 곳곳의 로또 명당들을 소개한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40분, 사람들이 TV 앞으로 모인다. 2002년 12월부터 시작해 지난 22일 577회를 맞이한 로또 복권의 1등 당첨자는 총 3384명이다. 이들이 로또복권 당첨금으로 받은 금액만 총 7조870억2920만337원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식지 않는 로또 열풍에 ‘로또 명당’으로 불리는 일부 로또 판매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또 복권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은 물론, 로또 명당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독보적인 수치로 로또복권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일부 로또 명당들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로또 복권을 판매하기도 한다. 판매 수익의 5.5%는 로또 판매점 주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수억원 대의 연봉(?)을 얻는 로또 명당 주인들 또한 1등 당첨자를 배출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일부 로또 명당 주인은 1등 당첨자가 나오는 날 특별한 꿈을 꾸는가 하면 기념패를 달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부동의 1위
부일카서비스

우리나라에서 로또 복권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로또 판매점은 부산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부일카서비스다. 가게를 찾는 이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문 앞의 ‘이번엔 당신입니다’라는 문구다. 일찍부터 마니아들 사이에서 로또 명당으로 소문나있는 부일카서비스는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멀리 사는 사람들을 위해 우편택배나 퀵 서비스로도 복권을 판매하기도 한다.


부일카서비스가 위치한 지역이 용의 꼬리에 해당해 많은 1등 당첨자가 배출될 것이라고 한 역술가의 예언 덕분일까. 로또 복권 전문사이트인 ‘마이고 로또’에 따르면 부일카서비스는 지난 5월18일 제546회 추첨에서 마지막으로 1등 당첨자를 배출한 것을 포함해 총 27명의 1등을 배출한 전국 최고의 로또 명당이다.

이제는 부산의 필수 관광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로또를 사가기도 한다. 부일카서비스는 1등 배출점 2순위인 ‘스파’보다 훨씬 많은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96억원 이상의 로또를 판매한 부일카서비스는 수수료만 4억원 이상을 얻었다.

전국 최고 부산 범일동 ‘부일카서비스’ 
1등 27명…1주 판매수익 수억원에 달해

부산에 부일카서비스가 있다면 서울에는 ‘스파’가 있다. 부일카서비스와 함께 국내 최고의 명당이라 평가받는 로또 전문점 스파는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해있다. ‘마이고 로또’ 사이트에 따르면 스파는 총 20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고, 한 주 매출만 2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 스파의 로또 판매액은 168억 이상으로 가게의 몫으로 돌아가는 수수료만 8억이 넘는다. 스파 주인 김씨의 말에 따르면 개점 이후 첫 6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적었다고 한다. 이를 고심하던 김씨는 전국 로또 판매점 중 최초로 간판을 걸고, 직접 신문사를 돌아다니면서 가게 홍보물을 배포했다. 




그렇게 개점한 지 1년 만인 2003년 11월 15일 제50회차 추첨에서 첫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이후 제61회, 제116회, 제165회, 제199회 등 연이어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로또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당으로 입소문을 탔다. 2010년 6월19일 제394회차에는 106억원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로또 명당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하루 6000명 이상의 로또 복권 구매 고객이 찾아 편의점을 접고 로또전문점으로 전향했다. 지난 5월 제546회차 이후 1등 당첨자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스파에서는 지난 7일(제575회)과 14일(576회)에 연이어 1등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다시 화제를 모았다.

부일카서비스보다 1등 당첨자 수는 적지만 60번 이상의 2등 당첨자를 배출한 스파는 로또 판매량과 수익만큼은 전국 1위다.

물, 버드나무 덕분
천하명당 복권방


매일신문에 의하면, 과거 한 풍수지리학자는 스파를 “중랑천이 암궁수(뒤쪽에서 안아주는 보이지 않는 물)가 되어 (스파를) 에워싸고 있으며 수락산 산맥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최고의 명당”이라고 평했다. 이어 “암궁수가 감싸안는 자리는 굉장히 귀하며 판매점이 네거리 모서리에 위치해 도로까지 암궁수 역할을 한다”며 “편의점으로 운영되는 가게 내부 인테리어도 풍수지리적으로 잘 배치돼 있어 돈이 몰리는 형상”이라고 덧붙였다.
스파의 명성을 듣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신비한 기운을 내뿜는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스파 주인 김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본인도 로또를 하냐”는 질문에 대해 “(로또 판매점) 운영 초기에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오셔서 복권 4장을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나는 안 되고 우리 편의점에서 거액의 1등 당첨자가 나왔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가 3∼4번 꿈에 나오셨는데 그 때마다 나는 꽝이었고, 신기하게도 우리 집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제는 로또 복권 1등 당첨자를 배출하는 것이 일상생활같다는 김씨는 더 이상 특별한 꿈을 꾸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각각 27번과 20번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한 부동의 1, 2위 부일카서비스와 스파를 제외한 전국의 타 로또 명당들은 대부분이 8번 이하의 비슷한 수치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하고 있다.

혹시 특별한 기운?
연일 줄서는 진풍경

부일카서비스와 스파를 뒤이은 로또 명당으로는 로또휴게실, 제이복권방, 까치복권방, 당산의 한 가판점 등이 있다.

경남 양산시 평산동 31-5에 위치한 ‘GS25 편의점 양산문성점’도 유명한 로또 판매점 중 하나다. 8번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한 GS25 양산문성점은 한 번에 다섯 명의 1등 당첨자를 내 화제가 됐다. 2009년 3월7일에 방송된 제327회차에는 총 12명의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이 중 5명은 GS25 양산문성점에서 배출됐는데 추후 로또 복권 공식 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 측에 의해 1명의 남성 당첨자 A씨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또 복권은 보통 한 장에 다섯 개의 게임을 할 수 있는데 327회의 1등 주인공인 A씨는 한 장의 티켓에 6, 12, 13 17, 32, 44의 숫자를 다섯 게임에 동일하게 입력했고, 모두 1등에 당첨되면서 5번의 기록을 한 번에 세웠다. 당시 1등 당첨금은 1인당 약 8억8200만원으로 A씨는 이의 다섯 배인 44억원 이상의 당첨금을 받았다. 

이에 GS25 양산 문성점 주인인 박씨는 “3년 전 점포를 인수했는데 1등 당첨이 3차례나 나와 손님들에게 행운을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점포 인수 전에도 2등 당첨은 여러 번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GS25 양산 문성점은 앞선 제301회와 제283회에서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적이 있어 로또 명당으로 등극했다.

관광지로 부상한
부산의 ‘스파’

충남 홍성군 홍성읍 오관리에 위치한 로또 명당 ‘천하명당 복권방’은 2002년 12월 개점해 2003년 11월 제48회를 시작으로 제63회, 제68회, 제107회, 제132회, 제242회, 제258회, 제561회차에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천하명당 복권방은 ‘물 사건’이 있을 때마다 로또 복권의 1등 당첨자가 나온다는 특이한 징크스가 있다. 주인 박씨의 말에 따르면 첫 당첨자를 배출한 제48회에는 정원에 있는 지하수 배관 꼭지가 갑자기 터졌다.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당첨자가 나올 때마다 보일러 배관, 화장실 배관이 터졌고 제242회차에는 보일러실에 있는 기름 탱크에서 기름이 새어나왔다고.




박씨는 로또 명당의 비결로 정원에 있는 버드나무를 베어버린 것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과거 한 풍수가가 “집안에 집보다 큰 나무가 있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하자 박씨는 버드나무를 베어버렸고, 그 이후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로도 천하명당 복권방은 인기를 누렸다. 천하명당 복권방이 충남의 로또 명당으로 알려지면서 서해안 관광 필수코스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가하면 계좌이체로 값을 지불하고 로또복권을 배송받는 사람들도 있다.


필수 관광코스로 
전국 각지서 찾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청주 버스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대박찬스 복권방’도 손꼽히는 로또 명당 중 하나다. 평균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로또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로또 복권 전문사이트인 ‘마이고 로또’에 의하면 대박찬스 복권방은 지난해 12월1일 제522회 추첨식에서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이후 제15회, 제30회, 제104회, 제129회, 제285회, 제522회에서 연달아 당첨자를 배출하면서 전국에 있는 사람들의 방문하게끔 만들었다.

대박찬스 복권방에는 첫 당첨자가 나온 제15회 추첨식과 관련해 재밌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다. 처음으로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제15회차 추첨식에서는 3, 4, 16, 30, 31, 37의 번호 조합으로 한 부부가 당첨금 170억을 받았다. 부부에게 큰 돈을 안겨준 장본인은 그들의 어린 딸이었다. 로또 번호가 적힌 쪽지를 딸아이에게 고르게 한 뒤, 그 번호를 입력해 당첨금을 얻은 것이다.

딸아이가 170억을
대박찬스 복권방

청주의 로또 명당 주인 이씨는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세가 많이 나가더라도 유동인구가 많고 터가 좋은 곳으로 골라서 시작한 것이 이렇게 전국적인 로또 명당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성공비결을 밝혔다. 이어 “올해는 아직까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7번째 1등 당첨자가 나와 전국 최고의 로또 명당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로또복권 1등, 2등을 배출한 로또 명당 등에 대한 기타 정보는 ‘나눔로또 홈페이지’(http://www.nlotto.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대박 판매점 주인 꿈은?

“용과 호랑이, 표범이…”

로또 명당을 찾는 이들에게 ‘신’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로또 판매점 주인들, 이 중에서도 꿈을 통해 로또복권 1등 당첨자를 점지해주는 로또 명당 주인이 있다.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위치한 ‘세진전자통신’은 제50회에 첫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이후로도 몇 번의 1등 당첨자와 수십 명의 2등 당첨자가 나와 로또 명당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세진전자통신을 더 유명하게 만든 건 사장 전재운 씨다.

전씨는 꿈을 통해 총 세 번의 1등과 9번의 2등을 배출했다. 그의 기억에 남는 꿈은 첫 1등을 배출하기 전 꾼 꿈이다. 화요일에 용 다섯 마리가 자욱한 안개를 뚫고 나타나 전씨의 몸을 휘감는 꿈을 꾼 그는 수요일, 목요일을 연달아 꿈을 꿨다.

호랑이와 표범이 자신을 덮치는 꿈을 꾼 다음 날 안개가 걷힌 뒤 하늘에서 떨어진 낙엽이 돈으로 바뀌어 수북히 쌓인 꿈을 꿨고, 일주일 뒤 그의 가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전씨는 “가게에 물난리가 나는 꿈 등을 꾸고 나면 1등 혹은 2등이 터졌다. 특히 꿈에서 특정 대상을 보면 관련된 숫자가 어김없이 당첨 번호로 등장했다”며 “꿈 속에서 38선을 본 뒤 추첨한 로또 복권에서 38번 이하 숫자만 당첨번호로 등장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로또에 당첨되면?
“빚부터 갚겠다”

복권과 관련된 이색 설문조사가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는 직장인 882명을 대상으로 복권 구매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 중 69.8%에 해당하는 직장인 615명은 평소에도 복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권 구매 개수로는 1개(58%), 2개(21.4%), 5개(12.5%), 3개(6.2%), 4개(1.8%)등 순이었다. 주로 구매하는 복권으로는 다른 복권보다 상대적으로 당첨금이 많은 로또 복권이 1위로 44%를 차지했다. 이어 연금복권(42.8%), 스포츠토토(9.8%), 즉석복권(2.1%), 인터넷복권(0.2%)이 뒤를 이었다.

당첨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26.9%가 ‘저축이나 부동산·주식 투자를 하겠다’가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대출금 상환 및 빚 탕감(26.5%), 창업이나 개인사업 자금(16%), 가족 분배(8.5%), 불우이웃 돕기·기부자금(7.3%), 쇼핑·유흥비(6.4%), 해외 이민 자금(5.2%) 순으로 응답했다. 이 밖에 복권 1등에 당첨된 상황에서 현재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12명(69.4%)이 ‘그만 두겠다’고 답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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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