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고정’ 브라운관은 지금…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2 10: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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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매덩어리 아빠들 전성시대

[일요시사=사회팀올해 아이들과 예능계로 뛰어든 연예인 아빠들.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어보다 ‘ㅇㅇ아빠’라는 호칭이 더 익숙할 정도다. 과거 TV에서 보이던 호랑이같이 엄한 아버지 대신 ‘딸 바보’ ‘아들 바보’가 되어 미혼 여성들의 결혼욕구를 유발하는 매력적인 아빠들이 있다.




2013년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새로운 예능 트랜드로 등장했다. 아이도 아이지만,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아빠들도 그 인기에 한 몫 더했다. 육아예능의 원조인 SBS 예능 <붕어빵>을 비롯해 MBC 예능 <아빠! 어디가?>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까지 시청자들은 아빠들의 깨알같은 멘트와 행동에 푹 빠져버렸다.


친구같은 아빠

지난해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바람둥이 이정록 역을 맡은 배우 이종혁은 <아빠!어디가?>에 출연하면서 시크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호기심 많은 아들 이준수의 “왜?”라는 거듭되는 질문에 무뚝뚝하게 “몰라~”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행여 다칠까 아이와 붙어 다니는 다른 아빠들과 달리 방목형 교육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일 <아빠! 어디가?>에서는 뉴질랜드로 떠난 아빠들과 아이들이 홈스테이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 날 이종혁이 준수를 싱크대에서 세수시키는 방송이 나가자 네티즌들은 “나라망신이다. 매너 좀 챙겨라” “세수도 안한 얼굴로 밥상머리에 앉아 가지고”라며 비난했다. 이어지는 비난에 그는 “죄송합니다. 밥은 먹었어요”라며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같은 프로에 출연 중인 가수 윤민수는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아이들로부터 ‘최고의 삼촌’으로 꼽히고 있다. 윤민수의 매력은 매회 방송마다 드러나고 있다. 울고 있는 송종국의 딸 송지아를 달래는 섬세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자칭 ‘모리스’에서 따온 ‘모리스 앤 뿌빠뽕가리’ ‘모리스가 만든 닭카밥스’ 등 평범하지 않은 요리실력을 뽐내 아들 윤후의 미각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아들 윤후를 비롯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아이들과의 눈높이 교육을 보여준 윤민수는 한 웨딩업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혼 여성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아빠상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송 3사 육아 예능 프로그램 인기
미혼 여성들의 결혼욕구 유발 매력

윤민수를 최대 라이벌로 꼽은 방송인 김성주 역시 허당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의 첫 회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 강제로 끌고 가는 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해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기대됐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자신의 육아철학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 가장 현실적인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MBC 아나운서였던 그는 추운 겨울날 원터치 텐트를 준비해 아들을 울리는가 하면, 그 다음 캠핑여행에서는 과한 캠핑용품으로 진땀을 빼는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짜파구리로 인기를 끌었던 그는 지난 5월 아이들이 뽑는 인기투표에서 0표를 받아 굴욕을 당했으나, 이후 홍일점인 지아로부터 같이 저녁먹고 싶은 삼촌으로 뽑혀 과거의 굴욕 참패를 만회했다.

지난 9월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끈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지난 11월 정규 편성되면서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합류했다. 2009년 배우 강혜정과 결혼한 타블로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도 금세 수긍해버리는 ‘순둥이 아빠’였다. 딸 하루에게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며 애정도 테스트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힙합전사보다는 장난끼 넘치는 귀여운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단연 최고 아빠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이다. 한 체험학습 커뮤니티에서 실시한 ‘학부모가 뽑은 친구같은 아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추성훈은 젤리가 먹고 싶다는 딸 사랑이의 말에 돌연 뛰쳐나가 마트에서 젤리를 사올 정도로 ‘딸바보’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딸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무섭다는 발언으로 최고의 ‘딸바보’임을 증명했다.

배우 장현성도 반전 매력을 보여준 아빠들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화이>에서 친절한 아빠 진성 역을 맡은 장현석은 실제로도 두 아들의 멋진 아빠다. 아이들에게 ‘패션꽝’다운 옷을 선물하는가 하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만든 계란빵에 ‘인생의 큰 자부심’까지 운운하는 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자상함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아빠들이 있는가하면 냉철함으로 자식을 대하는 아빠들도 있다.

개그맨 염경환은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염은률과 SBS <붕어빵>에 출연 중이다. 아들 염은률이 자신의 사생활(?)을 폭로할 때마다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부자라기보다 친구같다. 아들과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며느릿감을 직접 고르겠다고 선언하거나 공짜 여행을 가기 위해 식스팩을 만드는 엉뚱함이 그의 매력이다.


솔직한 아빠

배우 김응수는 악역 전문배우답게 화끈하고 솔직한 아빠다. 그는 배우가 꿈인 딸 김은서의 외모에 대해 “우리 은서 얼굴이 좀 달린다”는 냉혹한 발언을 했다. 속상했다는 딸의 말에 “배우를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냉정하게 조언해준 것 뿐이다. 김태희나 한가인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지 않니?”라며 또 한 번 지적하는 냉정함을 보여줬다. 딸에게 “똑바로 말해”라며 버럭하던 김응수는 부인에게만큼은 귀여운 질투까지 보여주는 남편이었다. 딸 은서는 “엄마가 모임에서 다른 남자와 잠시만 이야기해도 ‘저 사람 누구야? 처음 본 사람과 말을 왜 이렇게 잘해?라고 추궁한다”며 “(아빠가) 핑계를 만들어 (엄마에게) 계속 전화한다”고 폭로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연예계 기러기 아빠들

“돈보다 외로움이 크다”

지난 23일 배우 이성재는 SBS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해 기러기 아빠가 된 사연을 고백했다. 그는 “큰 딸이 중학교에 올라간 다음에 학교를 적응하지 못했다”며 “연예인 딸이라 센 척을 하려고 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친구도 잘못 사귀게 되고 폭행사건에도 연루돼 학부모 재판에 소환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딸의 방황이 계속되자 그는 딸들을 유학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날 두 딸의 영상편지에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이성재처럼 연예계에 가족들을 유학보내고 외롭게 지내는 기러기 아빠들이 많다.

개그맨 이상운도 7년째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잔액 4368원의 통장을 공개한 그는 생활고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기러기 아빠 중 대선배라고 표현한 개그맨 정명재 또한 17년차 기러기 아빠다. 12년째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방에서 거주 중인 그는 SBS <좋은 아침>에 출연해 “아침에 햇빛을 보는 게 소원이다”며 어려운 상황을 고백했다. 이어 “IMF 이후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 못하다가 6년 만에 미국에 간 적이 있다. 나는 반가워서 달려갔는데 딸 여울이는 날 피하더라. 6년이란 세월 동안 서먹해졌던 거다. 그땐 정말 많이 울었다”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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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