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수장 맞는 KT 사생결단 시나리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6: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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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흔적 지우기 "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경제1팀] '황창규호'가 KT 정상화를 향한 닻을 올렸다. 그런데 출항하자마자 갖가지 암초를 마주했다. 원활한 항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KT 안팎에서는 황창규 신임 회장 내정자에게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시급한 문제는 '낙하산 지우기'다. KT에는 전임 회장이 심은 낙하산 인사가 어림잡아 40여명이다. 피바람이 예고되는 이유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 새 수장으로 내정됐다. KT는 1월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 내정자를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지난 16일 오후 2시 KT CEO추천위원회는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김동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 임주환 고려대 전자 및 정보공학과 객원교수, 황 내정자 등 4명의 CEO 후보자들을 상대로 다섯 시간에 걸친 면접과 회의를 진행하고 황 내정자를 신임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내부 업무 파악 돌입
사실상 CEO 업무 시작

KT에 따르면 황 내정자는 KT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설정 능력과 추진력 및 글로벌 마인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KT는 황 내정자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현재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룩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며 "그간 침체되고 정체됐던 KT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내정자는 하루 뒤인 17일부터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고 18일부터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는 등 KT 내부 업무 파악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CEO 업무를 시작했다.

황 내정자는 부산경남 출신으로 이석채 전 KT 회장과 대학교 동문이다. 부산고 졸업 후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마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과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성균관대 석좌교수 및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당초 업계는 임 교수가 최종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를 뒤엎고 황 내정자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안팎의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황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재정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과거 잔재 청산이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KT에는 현재 3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30개가 넘는 계열사가 있다. KT 내부 요직 곳곳에는 이석채 전 회장이 5년 동안 심어놓은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부임한 낙하산 인사는 퇴임 임원을 포함해 40여명에 이른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한 KT 명단을 공개하며 KT의 부조리를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명단에 있는 인사 36명 대부분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주요 인사들로 KT 직원이 평균 6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데 비해 11억5500만원의 거액을 받고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무, EBS 이사장인 이춘호 사외이사, 청와대 행정관이던 장치암 상무와 윤종화 KT캐피탈 감사, 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이었던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변인이던 변철환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등은 MB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홍사덕 경영고문과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인 김종인 경영자문, 공보단장이던 김병호 경영고문, 미디어팀장이던 김정관 KT렌탈 IMC 본부장, MB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박근혜정부에서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맡았던 박병원 사외이사 등은 박근혜정부에서 내려온 인물로 꼽힌다.

'황창규호' 과제 산더미…0순위는 조직 재정비
무능한 낙하산 인사 타깃 "줄줄이 사표낼 듯"


여기에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 심의관 출신의 석호익 스카이라이프 고문과 이 전 회장 대학동문인 성극제 사외이사와 이현락 사외이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인 송도균 사외이사, 조선일보 부국장을 지낸 조용택 부사장, 이성해 스카이라이프 고문 등 이 전 회장 라인도 상당수다.

또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김기석 KT텔레캅 고문, 안기부 차장을 지낸 오정소 KT텔레캅 고문 등 안기부 라인과 판·검사 출신의 정성복 부회장, 남상봉 법무센터장, 박병삼 전무, 황교안 법무장관 아들인 황성진씨 등 법조계 라인도 즐비하다.

한나라당 성북을 위원장을 지낸 최수영 KTis 감사와 전 청주-충주 MBC 사장인 윤정식 대외 총괄 부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와 오 전 시장 재임 시절 정보화기획단장을 맡았던 송정희 부사장은 오세훈 라인 인사다.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 중에서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이태규 전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인수위원을 지낸 허증수 전 사외이사, 인수위 전문위원이던 서종렬 전 미디어본부장, 이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석조 KT렌털 전 경영고문, 안기부 실장을 지낸 임경묵 전 KT네트웍스 고문, 국정원 출신의 최재근 전 KT CSV 단장도 낙하산 인사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석채의 사람들'이 회사 요직을 차지하면서 KT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석채의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 간 충돌사태도 빚어졌으며 급기야 투고와 제보가 난무하는 흑색선전 양상까지 띠었다.

KT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 대부분이 내년 황 내정자 정식 취임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KT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물갈이는 이 전 회장 퇴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 전 회장은 퇴임 직전 '연말까지 임원을 20% 감원하고 고문·자문위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조조정 압박을 시작했다.

포진한 낙하산 인사
임기 초 해체될까?

황 내정자도 지난 19일 KT임원들을 상대로 보낸 이메일에서 "외부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며 "KT의 방만경영을 끝마치고 KT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밝혔다.

이는 황 내정자가 낙하산 인사들을 상대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바뀌는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외부 입김에서 자유롭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으로도 보인다.

조직 슬림화도 당면 과제다. KT 본사만 따져도 직원이 3만2000여 명에 달한다. 계열사까지 합치면 6만 명에 달한다. KT는 매년 경쟁사보다 1조5000억원의 인건비를 더 소요하고 있다. KT는 2009년 KTF와 합병했다. 하지만 아직도 화학적 융합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조직은 기존 KT 직원과 KTF 직원으로 파벌을 나눠 분열돼 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분열은 더욱 벌어진 상태. 심지어 이 전 회장 취임 이전에 근무한 사람을 '원래KT', 그 이후에 근무한 사람을 '올레KT'라고 부를 정도다. 

조직을 추스른 뒤에는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이 전 회장은 '탈통신'을 추진하면서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 취임 전 30개 정도였던 계열사는 53개까지 늘렸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 통신 분야에서 생긴 구멍을 비통신 분야에서 만든 이익으로 메꾸는 데 급급했다.


원래KT VS 올레KT
화학적 융합 요원

올 3분기 실적만 봐도 KT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3% 줄어든 5조7346억원, 당기순이익은 63.1% 감소한 1363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 무선사업분야 영업이익은 1조7138억원으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3% 줄었다.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11만4000여명이 빠져나갔고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감소했다. 하지만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등 비통신 분야 그룹사들의 영업이익 기여 때문에 전체 영업이익은 22.7% 증가한 3078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통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 전 회장이 절반 정도 이뤄놓은 비통신 사업과 해외시장 개척은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 KT 안팎의 중론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경쟁 통신사들도 탈통신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연계한 결제 서비스나 새 수익원인 IPTV 등 사업을 이어가고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정보통신 노하우를 수출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르완다 등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KT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통신 시장 발전이 늦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황 내정자의 통신분야 비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일 뿐 통신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 내정자는 '미스터 반도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반도체 전문가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성장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반도체 성장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황의 법칙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발표한 '무어의 법칙'(메모리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 40년 동안 깨지지 않고 유지돼 왔다.


파벌 간 충돌사태?
투서·제보 난무
내부 분열 조짐도

황 내정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지만 정작 KT의 주력인 통신 분야에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인원 감축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삼성의 조직문화가 배어 있는 황 내정자가 이 전 회장보다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만 명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 KT는 민영화 과정에서 5000여 명을, 이 전 회장 시절 60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는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이나, KT의 주력인 유·무선 통신서비스 사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후보자가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온 인물로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KT의 관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매우 밀접한 사업적 연관을 가지며, 우리나라 기간 통신사인 KT와 글로벌 단말기 제조사 삼성전자가 유착된다면 이는 관련 산업분야에 치명적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삼성전자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통신산업정책이 지나치게 제조사 위주로 추진돼 우리나라 통신산업 발전에 장애를 초래했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된 점을 들며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와 관계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노조가 강한 KT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통신분야 경험 부족
노사 시각차 뚜렷

KT 새노조 측은 "CEO추천위원회가 삼성 출신의 황 내정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의 반사회적 경영이 재현되어 또 다시 통신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후퇴시킬 수 있으며 노동인권 침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노조 측은 또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황 내정자가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절대로 이 전 회장과 권력형 낙하산 인사들이 보여준 각종 그릇된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내정자도 이를 의식하듯이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어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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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