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수장 맞는 KT 사생결단 시나리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6: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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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흔적 지우기 "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경제1팀] '황창규호'가 KT 정상화를 향한 닻을 올렸다. 그런데 출항하자마자 갖가지 암초를 마주했다. 원활한 항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KT 안팎에서는 황창규 신임 회장 내정자에게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시급한 문제는 '낙하산 지우기'다. KT에는 전임 회장이 심은 낙하산 인사가 어림잡아 40여명이다. 피바람이 예고되는 이유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 새 수장으로 내정됐다. KT는 1월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 내정자를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지난 16일 오후 2시 KT CEO추천위원회는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김동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 임주환 고려대 전자 및 정보공학과 객원교수, 황 내정자 등 4명의 CEO 후보자들을 상대로 다섯 시간에 걸친 면접과 회의를 진행하고 황 내정자를 신임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내부 업무 파악 돌입
사실상 CEO 업무 시작

KT에 따르면 황 내정자는 KT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설정 능력과 추진력 및 글로벌 마인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KT는 황 내정자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현재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룩하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황 내정자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며 "그간 침체되고 정체됐던 KT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 내정자는 하루 뒤인 17일부터 주요 임원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고 18일부터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는 등 KT 내부 업무 파악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CEO 업무를 시작했다.

황 내정자는 부산경남 출신으로 이석채 전 KT 회장과 대학교 동문이다. 부산고 졸업 후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마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과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성균관대 석좌교수 및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당초 업계는 임 교수가 최종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를 뒤엎고 황 내정자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안팎의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황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재정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과거 잔재 청산이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KT에는 현재 3만명이 넘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30개가 넘는 계열사가 있다. KT 내부 요직 곳곳에는 이석채 전 회장이 5년 동안 심어놓은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부임한 낙하산 인사는 퇴임 임원을 포함해 40여명에 이른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한 KT 명단을 공개하며 KT의 부조리를 지적했다. 당시 최 의원은 명단에 있는 인사 36명 대부분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주요 인사들로 KT 직원이 평균 6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데 비해 11억5500만원의 거액을 받고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무, EBS 이사장인 이춘호 사외이사, 청와대 행정관이던 장치암 상무와 윤종화 KT캐피탈 감사, 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이었던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변인이던 변철환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등은 MB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홍사덕 경영고문과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인 김종인 경영자문, 공보단장이던 김병호 경영고문, 미디어팀장이던 김정관 KT렌탈 IMC 본부장, MB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박근혜정부에서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맡았던 박병원 사외이사 등은 박근혜정부에서 내려온 인물로 꼽힌다.

'황창규호' 과제 산더미…0순위는 조직 재정비
무능한 낙하산 인사 타깃 "줄줄이 사표낼 듯"

여기에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 심의관 출신의 석호익 스카이라이프 고문과 이 전 회장 대학동문인 성극제 사외이사와 이현락 사외이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인 송도균 사외이사, 조선일보 부국장을 지낸 조용택 부사장, 이성해 스카이라이프 고문 등 이 전 회장 라인도 상당수다.

또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김기석 KT텔레캅 고문, 안기부 차장을 지낸 오정소 KT텔레캅 고문 등 안기부 라인과 판·검사 출신의 정성복 부회장, 남상봉 법무센터장, 박병삼 전무, 황교안 법무장관 아들인 황성진씨 등 법조계 라인도 즐비하다.

한나라당 성북을 위원장을 지낸 최수영 KTis 감사와 전 청주-충주 MBC 사장인 윤정식 대외 총괄 부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와 오 전 시장 재임 시절 정보화기획단장을 맡았던 송정희 부사장은 오세훈 라인 인사다.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 중에서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이태규 전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인수위원을 지낸 허증수 전 사외이사, 인수위 전문위원이던 서종렬 전 미디어본부장, 이 전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석조 KT렌털 전 경영고문, 안기부 실장을 지낸 임경묵 전 KT네트웍스 고문, 국정원 출신의 최재근 전 KT CSV 단장도 낙하산 인사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석채의 사람들'이 회사 요직을 차지하면서 KT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석채의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 간 충돌사태도 빚어졌으며 급기야 투고와 제보가 난무하는 흑색선전 양상까지 띠었다.

KT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 대부분이 내년 황 내정자 정식 취임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KT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물갈이는 이 전 회장 퇴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 전 회장은 퇴임 직전 '연말까지 임원을 20% 감원하고 고문·자문위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조조정 압박을 시작했다.

포진한 낙하산 인사
임기 초 해체될까?

황 내정자도 지난 19일 KT임원들을 상대로 보낸 이메일에서 "외부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며 "KT의 방만경영을 끝마치고 KT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밝혔다.

이는 황 내정자가 낙하산 인사들을 상대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바뀌는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외부 입김에서 자유롭겠다는 의지 표현인 것으로도 보인다.

조직 슬림화도 당면 과제다. KT 본사만 따져도 직원이 3만2000여 명에 달한다. 계열사까지 합치면 6만 명에 달한다. KT는 매년 경쟁사보다 1조5000억원의 인건비를 더 소요하고 있다. KT는 2009년 KTF와 합병했다. 하지만 아직도 화학적 융합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조직은 기존 KT 직원과 KTF 직원으로 파벌을 나눠 분열돼 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이 사퇴하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으로 분열은 더욱 벌어진 상태. 심지어 이 전 회장 취임 이전에 근무한 사람을 '원래KT', 그 이후에 근무한 사람을 '올레KT'라고 부를 정도다. 

조직을 추스른 뒤에는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이 전 회장은 '탈통신'을 추진하면서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 취임 전 30개 정도였던 계열사는 53개까지 늘렸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그렇지 못했다. 통신 분야에서 생긴 구멍을 비통신 분야에서 만든 이익으로 메꾸는 데 급급했다.

원래KT VS 올레KT
화학적 융합 요원

올 3분기 실적만 봐도 KT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3% 줄어든 5조7346억원, 당기순이익은 63.1% 감소한 1363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 무선사업분야 영업이익은 1조7138억원으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3% 줄었다.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11만4000여명이 빠져나갔고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감소했다. 하지만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등 비통신 분야 그룹사들의 영업이익 기여 때문에 전체 영업이익은 22.7% 증가한 3078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통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 전 회장이 절반 정도 이뤄놓은 비통신 사업과 해외시장 개척은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 KT 안팎의 중론이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경쟁 통신사들도 탈통신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연계한 결제 서비스나 새 수익원인 IPTV 등 사업을 이어가고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정보통신 노하우를 수출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르완다 등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KT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통신 시장 발전이 늦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황 내정자의 통신분야 비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황 내정자가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일 뿐 통신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 내정자는 '미스터 반도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반도체 전문가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성장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반도체 성장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황의 법칙이 나오기 전까지는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발표한 '무어의 법칙'(메모리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 40년 동안 깨지지 않고 유지돼 왔다.

파벌 간 충돌사태?
투서·제보 난무
내부 분열 조짐도

황 내정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지만 정작 KT의 주력인 통신 분야에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인원 감축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삼성의 조직문화가 배어 있는 황 내정자가 이 전 회장보다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 1만 명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 KT는 민영화 과정에서 5000여 명을, 이 전 회장 시절 60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는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이나, KT의 주력인 유·무선 통신서비스 사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후보자가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온 인물로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KT의 관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는 매우 밀접한 사업적 연관을 가지며, 우리나라 기간 통신사인 KT와 글로벌 단말기 제조사 삼성전자가 유착된다면 이는 관련 산업분야에 치명적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삼성전자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통신산업정책이 지나치게 제조사 위주로 추진돼 우리나라 통신산업 발전에 장애를 초래했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된 점을 들며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와 관계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노조가 강한 KT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통신분야 경험 부족
노사 시각차 뚜렷

KT 새노조 측은 "CEO추천위원회가 삼성 출신의 황 내정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의 반사회적 경영이 재현되어 또 다시 통신공공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후퇴시킬 수 있으며 노동인권 침해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노조 측은 또 "우리는 이러한 우려를 황 내정자가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절대로 이 전 회장과 권력형 낙하산 인사들이 보여준 각종 그릇된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내정자도 이를 의식하듯이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어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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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