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서양화가 김형식

뉴 미니멀로 세계무대 두드린다

[일요시사=사회팀] 오직 그림만으로 전설이 된 고흐처럼 자신의 작업을 미술사에 남기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지닌 작가가 있다. 서양화가 김형식 작가는 '뉴 미니멀(New Minimal)'이란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세계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김형식 작가는 훈훈한 외모와는 다르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철저히 구분하는 그는 "작가가 자신만의 조형언어가 없다면 그냥 그리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따라서 김 작가가 걸어온 길은 자신을 대표할 만한 조형언어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완벽주의 성향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중이 바라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그리는 작품은 국내외 작가들을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죠. 세상의 수많은 작가들과 각자 갖고 있는 작품세계를 공유하고, 학문적인 소통을 하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또 제가 추구하고 명명한 '뉴 미니멀'을 세계미술사조에 남기고 싶은 게 솔직한 욕심이고요."

김 작가는 색, 면, 조형 등을 활용해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추상미술에 심취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국제 아트페어에 참석했던 그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작가가 '뉴 미니멀'이라고 강조한 고유의 화풍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바탕을 두면서도 다분히 감성적이며 따뜻한 상상으로 가득하다.

"최근 미니멀리즘은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다이즘이나 큐비즘처럼 독립된 장르로 엄연히 구별되고 있고요. 전 미니멀리즘을 제 나름의 노력 끝에 재해석했습니다. 작품들을 보시면 원형 또는 사각형이 공간을 메우고 있어요. 여기서 2차원과 3차원의 세계가 공존하는 거고요. 대신 복잡한 조형은 최대한 배제합니다. 또 모든 작품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번짐 기법은 대상과 공간의 통합을 의미합니다. 어찌 보면 재미없는 그림일 수 있는데 의외로 유럽에선 반응이 좋습니다."


색·면·조형 활용한 추상미술…반복되는 번짐기법
한국보다 유럽서 좋은 반응…간결함서 오는 강렬함

대개의 추상미술은 함축적인 표현과 전달을 핵심으로 한다. 때문에 그림과 친숙하지 않은 관객은 점과 선으로 채워진 조형 언어를 분석하기 어렵다. 추상화가 어렵다는 편견도 일부 맞는 셈. 하지만 김 작가는 "간결함에서 오는 강렬한 메시지가 오히려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추상 작업을 하면 그림 실력이 없는 작가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전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구상 작업부터 공을 들였습니다. 1회부터 4회까지 개인전을 열면서 추상화는 단 한 점도 없었어요. 모두 구상미술이었죠. 당시 전 금강산을 묘사한 풍경화에 몰입했는데요. 제가 갈 길은 추상미술이라고 늘 생각했죠. 다만 화가로서 재현미술에 약하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했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제야 제가 원했던 추상미술에 올인할 수 있게 됐죠."

김 작가는 가수가 부른 노래처럼 그림마다 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조형성과 밀도, 리듬, 색의 조합 등 그림을 평가할 수 있는 여러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김 작가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작업은 아직 좋지 못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디 가서 자랑을 할 정도로 좋은 작업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만의 화풍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점은 자부심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이젠 추상화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하시는데 오히려 저는 단순한 표현을 즐기는 편이죠. 그렇다고 금방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에요. 색을 하나 만드는 데도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씩 걸립니다. 더구나 추상은 정말 새로운 걸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탄탄한 기본기에 감각이 더해져야 하고요."

탄탄한 기본기

김 작가는 '낭중지추'란 옛말처럼 그림이 좋다면 사람들이 알아볼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오직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묵묵히 그림을 그릴 뿐 최근의 작은 성공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프로는 감동을 줘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김 작가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 날을 기대해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형식 작가는?]

▲경희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 전공
▲개인전 15회(서울8회, 미국5회, 스위스, 독일)
▲그룹전 및 기획초대전 250여회
▲국민대, 춘천교육대, 중앙대 강사
▲국제현대미술연구소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